[인터뷰] “전기차 충전 사업 수익성 악화, ‘가격 왜곡’이 원인”

2025.12.30 17:15:13

이동재 기자 eled@hellot.net

전기차 충전 브랜드 워터 유대원 대표 인터뷰(2)

 

기후부 결제 카드 '로밍 허브'가 가격 왜곡 일으켜...고비용 저수익 구조 고착화

민간 급속 충전 사업자들 심각한 적자로 충전기 단전되거나, 미운영 상태로 방치

전력망 패스트트랙 도입, 고속도로 수전 용량 선제적 확보 등 정책 지원 필요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전기차를 누적 420만 대 이상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작년 11월 기준) 우리나라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88만 4894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2030년까지 5년간 연평균 66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보급해야 하는 만큼 갈 길이 멀지만,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신규 등록된 차(140만 9097대) 가운데 전기·수소차의 비율은 13.9%(19만 6234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성능을 개선하고, 자율주행과 같은 전기차 전용 고부가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이 바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충전소 부족 등 인프라 문제가 오히려 시급한 전기차 대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전기차 충전 브랜드 '워터'의 유대원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우리나라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글로벌 평균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우리나라 전기차 전환이 비교적 늦어지는 이유를 충전 인프라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요?

 

A. 사실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보면 전기차는 이미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경제적입니다. 저 역시 2019년부터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지만, 한 달 충전비가 4만~5만 원 수준으로 20만~30만 원에 달하는 유류비에 비해 압도적으로 저렴해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아요.

 

이렇듯 전기차 이용의 경제적 임계점은 이미 내연기관차를 넘어섰지만, 민간 전기차 충전 사업자들이 충전 사업에 재투자를 포기하면서 전기차 이용자들이 겪는 '충전 불신'이 보급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충전소 운영 품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불편을 느끼고, 이는 다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Q. 전기차 충전 사업자의 수익 모델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실제로 민간 충전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나요?

 

A. 전기차 충전 사업은 기본적으로 전력을 구매해 이용자에게 판매하는 리테일 구조예요. 그러나 현재 민간 급속 충전 사업자들은 예외 없이 적자 상태이며, 실제로 일부 사업자는 전기료를 내지 못해 충전기가 단전되거나, 수천 기의 충전기를 미운영 상태로 방치하는 등 '좀비 기업'화되고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Q. 좀 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최근 전기차 충전 산업계가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에 진입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재무적 위기와 이로 인한 서비스 방치 문제가 심각합니다.

 

현재 지극히 소수의 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사업자가 구조적인 적자 상태에 놓여 있으며, 신규 사업 확대는 중단한 채 인건비와 판관비 효율화에만 집중하며 극도로 긴축 경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한 사업수행기관이 미납 전기요금 문제 등으로 인해 총 4000기의 충전기 중 약 70%에 달하는 2791기를 미운영 상태로 방치해 이용자들에게 큰 피해를 준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브랜드 사업 보조금을 받은 충전 사업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충전기를 최소 5년간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업체들이 전원을 내리거나 단전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는 갑작스러운 서비스 중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Q. 충전 사업자들에게 이 같은 어려움이 닥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충전 사업자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은 ‘인위적인 가격 통제’입니다. 전력 구매 원가는 급등했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로밍 요금(약 347원)이 3년 넘게 동결되어 있어요. 민간 사업자가 원가를 반영해 요금을 400원대로 인상하더라도, 소비자가 기후부 카드로 결제하면 기후부의 낮은 고정 요금으로 결제되는 ‘로밍 허브’ 구조 때문에 가격 인상 효과가 무력화되어 버립니다.

 

원가는 한전에 묶여 있고 매출은 기후부 정책에 묶여 있어 '가격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고비용 저수익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대기업들마저 사업을 철수하거나 투자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물가 인상이라는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요금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면서 그 손실을 특정 산업계에 전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Q. 현재 우리나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 정책은 어떤가요?

 

A. 현재 우리나라의 정책은 설치 보조금을 통한 '보급 대수' 중심의 양적 확대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실제 운영 단계에서의 질적 성장과 민간 자본의 자생적 유입을 가로막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죠. 시장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단기적 규제들이 민간의 투자 의지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Q. 전기차 충전 사업자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가요?

 

A. 첫째, 전력망 패스트트랙 도입 및 고속도로 수전 용량의 선제적 확보가 필요합니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 등 핵심 거점에 충전소를 설치하려 해도 전력 공급(수전 용량) 부족으로 인해 설치가 지연되거나 계획된 물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수전 용량 증설에 최소 15개월에서 길게는 5~6년까지 소요되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고속도로와 물류 거점을 '전력 우선 공급 지역'으로 지정하고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변전 설비 확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로는 부지 사용 계약 기간의 장기화와 계약 안정성 확보가 필요합니다.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부지 사용 계약은 대개 5~10년 이내의 단기 계약으로 묶여 있어 민간 사업자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조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유럽의 AFIR 사례처럼 15~20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미래 현금 흐름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만 대형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 주류 자본의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Q. 계속해주세요.

 

A. 셋째로, 충전 사업자 전용 재생에너지 직접 PPA(전력구매계약) 제도를 도입해야 하니다. 현재 PPA 제도는 300kW 이상의 대규모 단일 수요처에 국한되어 있어, 전국에 분산된 충전소들이 혜택을 받기 어렵습니다. 분산된 다수의 충전소(수요)와 발전소를 매칭하는 'N대 1' 방식의 계약 모델을 허용하고, PPA 참여 대상에 '전기자동차 충전전력요금 사용 고객'을 명시적으로 추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충전 원가를 kWh당 기존 240~280원에서 180~190원 수준으로 50원 이상 절감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이용자의 요금 인하 혜택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보조금 정책 및 요금 체계의 중장기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합니다. 매년 단기 공고 방식으로 운영되는 보조금 지침은 사업자의 장기 투자 전략 수립을 방해합니다. 최소 5년 단위의 '보조금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고, 현재 환경부가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로밍 요금 체계에서 벗어나 물가 지수와 연동된 '지표 기반 요금 상한제'를 도입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민간 사업자가 합리적인 수익 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이밖에 초급속 충전 어댑터의 KC 인증 규격 지연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KC 인증(KC 62196-1)은 2019년 기준에 머물러 출력 전력이 500V, 400A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갖추고도 인증 규격이 국제 기준 및 테슬라 어댑터 스펙(500A)에 뒤처져 하드웨어의 성능을 100% 활용하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희 워터는 전기차 이용자들이 고가의 초급속 인프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정부 부처에 규격 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워터 유대원 대표 인터뷰(1) [헬로GX] 전기차주 만족도 업계 압도적 1위 '워터'의 필승 전략은?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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