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반응을 지도처럼 본다” DGIST, 반도체 나노소재 분석 기술 개발

2025.12.10 10:57:47

이창현 기자 atided@hellot.net

 

DGIST 화학물리학과 강준구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정소희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반도체나노결정(콜로이드 양자점) 소재의 합성 반응 경로를 시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실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화학 반응 흐름을 AI가 스스로 분석해 ‘지하철 노선도’처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게 한 것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센서용 신소재 개발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나노결정(콜로이드 양자점)은 나노미터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크기에 따라 발광 색과 세기가 정밀 조절되는 차세대 나노 소재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퀀텀닷 발광 재료로 주목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잡았으며, 적외선 카메라·센서 분야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나노결정이 어떤 반응 단계를 거쳐 생성되는지를 규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현재까지는 제한된 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자가 ‘추리’에 가까운 방식으로 반응 경로를 예측해 왔지만, 데이터 부족과 복잡한 반응 특성 때문에 정확한 해석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자연어처리 기술로 알려진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반 AI에 ‘위상수학적 데이터 분석’ 기법을 결합했다. 이 기술은 불완전한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보완해 전체 반응 흐름을 정교하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서로 다른 데이터 간 구조적 관계를 파악해 복잡한 반응 과정을 하나의 ‘반응 지도’로 시각화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차세대 적외선 반도체 소재인 InAs(인듐 비소) 나노결정 합성 연구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에는 단일 경로로 여겨졌던 성장 과정이 실제로는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으며, 합성 과정에서 첨가되는 물질들이 일종의 ‘교통 신호등’처럼 반응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는 점도 새롭게 규명했다.

 

 

강준구 교수는 “AI가 사람이 관찰하기 어려운 화학 반응의 숨겨진 경로를 찾아내는 ‘보이지 않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라고 말했다. 정소희 교수는 “이 기술은 다양한 신소재 개발 현장에서 연구 효율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과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국가전략기술소재개발(HUB)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됐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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