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접 태그 오인식 혹은 다중 태그 충돌(Multi-tag Collision)은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를 이미 쓰고 있는 현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되기 쉽다. 선반(Rack) 하나에 수납함(Bin)이 연이어 있고, 출하 게이트를 통과하는 팔레트마다 수십 개의 태그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상황에서는 의도한 태그만 정확히 골라 읽는 일이 어렵다.
이때 안테나 출력을 낮추면 인접 태그 오인식 현상은 줄지만, 동시에 정상 인식률도 떨어진다. 태그 간 간격을 인위적으로 넓히는 방식 역시 적재 효율과 충돌한다. 현장에서는 결국 사람 손으로 메우는 방식이 반복된다. 태그를 여러 번 다시 읽고, 재고·출하 데이터를 눈으로 대조하고, 시스템 상에서 필터를 걸어 중복·누락을 잡아내는 절차를 매번 되풀이한다.
결국 작업자는 RFID를 쓰는데도 마지막에는 결국 바코드처럼 확인한다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관리자는 인력·시간 비용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오차를 그냥 감수하는 쪽으로 타협하기 쉽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접 태그 오인식과 다중 태그 충돌은 ‘RFID를 쓰면 당연히 따라오는 숙명’으로 인식되고, 정작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과제로 다뤄지지 못한 채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다.
빛으로 선택하고 무선 주파수로 응답한다...파훼법 제시하는 하이브리드 기술
국내 RFID 솔루션 업체 아이디로(IDRO)가 제시하는 키워드는 ‘옵티컬 RFID(Optical RFID)’다. 이는 가시광(Optical) 통신과 RFID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로, 빛 응답 대상을 먼저 지정하고, 지정된 태그만 무선 주파수(Radio Frequency)로 응답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에 일반적으로 통용된 극초단파 RFID(UHF RFID)가 RF 필드 안에 들어온 태그를 모두 잡아내는 메커니즘이었다면, 해당 기술은 우선 빛이 닿은 태그만 인식하는 개념으로 접근한다.
이를 위해 태그에는 광 신호를 감지하는 수신부와 UHF RFID 칩이 함께 들어간다. IDRO의 태그는 이 구조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랙 앞에 설치된 옵티컬 모듈이 좁은 각도의 빔을 쏘면, 그 빔이 닿은 태그만이 내부 회로를 활성화하고 이후 RF 명령에 응답한다. 이때 RF 통신 거리는 기존 UHF 시스템과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광학 범위로 인식 존을 좁히는 셈이다.
기존 기술의 한계를 타파하려던 아이디로는 “단순히 RF 파워만 조절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태그를 선택하는 방식을 혁신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것이 곧 이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의 출발점이 됐다.
옵티컬 RFID vs 발광다이오드 태그, ‘비슷하지만 다른’ 두 선택 기술

RFID 현장에서 발광다이오드(LED) 태그는 이미 익숙한 솔루션이다. 앞선 작업자가 특정 태그를 선택하면 해당 태그의 LED가 점등되고, 이후 작업자는 빛나는 태그만 눈으로 찾아 집으면 된다. 부품창고 피킹(Picking), 리테일 매장 재고 확인처럼 사람이 직접 들어 올리는 공정에서는 직관적인 도구로 평가된다. 이는 대상물이 어디 있는지 잘 안 보인다는 작업자 불만을 비교적 간단히 줄여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인식된다.
다만 선택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는 다르다. LED 태그는 여전히 RF 필드 안의 태그를 먼저 스캔하고, 그중 조건에 맞는 ID를 가진 태그에 LED를 밝히는 방식이다. 태그 밀도가 낮고 랙 간 간격이 넓은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팔레트와 랙이 복잡하게 겹쳐 있는 환경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의도하지 않은 태그가 먼저 응답하거나, RF 필드가 겹치는 구간에서 LED가 동시에 점등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LED는 선택과 결과를 보여주는 표시장치에 가깝기 때문에, 인접 태그 오인식 및 다중 태그 충돌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한다.
옵티컬 RFID 메커니즘에서는 어떤 태그를 읽을지 고르는 일을 RF가 아니라 빛이 맡는다. 리더가 쏜 빔이 닿은 태그만 이후 RF 명령에 반응하고, 빔이 닿지 않은 태그는 신호를 받지 못해 처음부터 후보에서 제외된다. 출하 게이트 앞에서 특정 랙 존만 선택적으로 검수하거나, 라인 전환 시 특정 모델 및 일괄품(Lot)만 구분해 읽고자 할 때, RF 필드 설계보다 광학 존 설계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
현장에서는 피킹 구간처럼 작업자 눈이 중요한 곳에는 LED 태그를, 자동 검수·출하 구간처럼 누가 먼저 응답하느냐가 중요한 곳에는 옵티컬 RFID를 적용하는 식으로 유연한 기술 배치가 가능하다. 이렇게 두 기술을 구간별로 조합하는 전략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옵티컬 RFID와 센서 기술의 융합 전략
아이디로는 이러한 인접 태그 오인식 파훼법에 머무르지 않는다. 온도센서가 탑재된 RFID 태그도 함께 다룬다. 이를 통해 태그의 상태가 지금 어떤지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한다.
이때 온도센서 RFID 태그는 배터리 없이 작동하는 패시브 태그 안에 온도센서를 넣어, 태그를 읽는 순간 ID와 함께 온도 값을 같이 보내주는 형태다. 냉동·냉장 물류, 의약품·식품 창고, 온도에 민감한 정밀 부품 보관 구간 등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옵티컬 RFID와 온도센서 태그를 함께 활용하면, 특정 존의 재고를 선택적으로 읽으면서 그 존의 온도 상태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콜드체인 이상 여부를 빨리 가려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때 태그를 어느 위치에 붙여야 실제 제품 온도와 차이가 적은지, 스캔 주기를 어떻게 잡아야 물류 리드타임과 데이터 해상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지 등은 설계 단계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포인트다.
이 과정에서 RFID 반도체 업체 임핀지(Impinj)의 기술이 함께 쓰인다. 아이디로가 사용하는 UHF RFID 태그 칩은 임핀지의 Gen2X 확장 기능 ‘Impinj Gen2X’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태그 안 간단한 상태 정보를 함께 저장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글로벌 UHF RFID 표준인 'EPC Gen2'를 기반으로 메모리와 플래그 기능을 확장해 개발했다. 여기에 보안 및 이벤트 기록 기능을 추가해 기술의 활용도를 높였다. 결과적으로 태그 하나에 고유 ID, 공정 코드, 온도 이상 여부, 검사 결과 등 상태 정보까지 함께 기록하고 담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산 단계에서 설비 정보와 공정 코드를 태그에 기록한다. 이후 물류 단계에서는 온도 이상 플래그와 검사 결과를 추가하며 이력을 쌓아간다. 최종 출하 시점에 옵티컬 RFID로 대상 존의 태그만 선택해 읽으면 위치, 이력, 상태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해 서버에서 흩어진 데이터를 다시 조합하는 작업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아이디로는 이러한 구성을 위해 고정형·모듈형 리더기, 랙·게이트용 안테나, 일반 UHF 태그, 옵티컬 RFID 태그 등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현장 담당자 입장에서는 ‘어떤 구역에 몇 채널짜리 리더가 필요한지’, ‘안테나는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어느 공정부터 옵티컬 RFID와 온도센서 태그를 적용해야 투자 대비 효과가 큰지’ 등을 한 번에 그리는 기본 설계안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디로가 제시하는 각종 포트폴리오 기반 상태 모니터링 시나리오가 온라인 세미나(웨비나)에서 펼쳐진다. 아이디로는 내달 2일 열리는 ‘프로젝트100’ 웨비나에서 RFID 인식 정확도와 스마트 센서 영역을 맡는다.
‘인접 태그 오인식 제로를 향해: 아이디로 옵티컬 RFID 실전 가이드’를 주제로 한 이번 세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한 시간가량 이어진다. 인접 태그 오인식 및 다중 태그 충돌 이슈와 옵티컬 RFID의 개념이 소개된다. 이어 제품 라인업을 통한 혁신점을 짚을 예정이다.
인접 태그 오인식, 재스캔, 출하 지연 문제를 줄이기를 원하거나, 옵티컬 RFID·LED 태그·온도센서 태그를 어떤 조합으로 써야 할지 고민하는 담당자를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웨비나 담당자는 “실제 데모와 함께 빛으로 선택하고 RF로 응답하는 인식 패러다임을 빠르게 훑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