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IST 에너지환경연구부 양기정·김대환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인천대학교 김준호 교수팀과 공동으로 ‘온도 조절’만으로 친환경 태양전지의 효율을 크게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태양전지 소재를 열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빠르게 높이면 결정이 더 규칙적으로 성장하고 전류 이동이 원활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안티모니 셀레나이드(Sb₂Se₃) 는 카드뮴(Cd)이나 납(Pb)과 같은 유해 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며,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안티모니(Sb)와 셀레늄(Se)만으로 구성된 친환경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다.
이 물질은 빛 흡수율이 높고, 열과 화학 반응에도 강해 내구성이 뛰어나며,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기존의 안티모니 셀레나이드 소자는 결정이 불규칙하게 성장하면서 전자와 정공의 이동이 방해받는 문제로 인해 효율이 낮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전지 제작 과정에서의 온도 상승 속도, 즉 결정이 성장하는 속도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온도를 빠르게 높이면 결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고 결함이 줄어들어 전기 흐름이 매끄러워지며, 결과적으로 효율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온도 조절만으로도 결정 구조와 전하 이동 특성이 변화해 소자의 성능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주사전자현미경(SEM), X선 회절(XRD), 자외선광전자분광법(UPS), 어드미턴스분광법, STEM-EDS 등 다양한 분석 기법이 동원됐다. 그 결과, 온도를 천천히 높이면 결정이 불균일하게 형성돼 결함이 많아지고 전하 이동이 저해되는 반면, 빠르게 온도를 상승시키면 결정이 균일하게 배열되어 전기 전도도가 향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결정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이 결함을 줄이고 전자의 이동 경로를 단순화하는 핵심 요인임이 밝혀졌다.
양기정 DGIST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안티모니 셀레나이드 태양전지의 핵심 한계였던 결정 방향성과 결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다”며 “공정 초기의 결정 성장 속도 제어만으로 소재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향후 상용화 및 대면적 모듈 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DGIST 에너지환경연구부의 이재백 박사와 융합전공 박사과정생 바쉬로 카디리-잉글리쉬 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양기정 책임연구원이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탄소에너지기술핵심기술개발 사업, 산업통상자원부·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국제공동R&D사업, 그리고 미래선도형특성화연구(그랜드챌린지연구혁신프로젝트, P-CoE)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에너지 분야 세계적 학술지 ‘재료 화학 저널 A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9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Inside Front Cover(표지 논문)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