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인텔의 지분 9.9%를 확보하며 직접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집행과 국방부 프로그램 자금을 활용한 것으로, 경영난에 빠진 인텔의 반등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텔은 미국 정부가 신규 보통주 4억3330만 주를 주당 20.47달러에 매입해 총 89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자금은 반도체법에 따라 배정된 79억 달러 중 아직 지급되지 않은 57억 달러와 국방부 ‘보안 반도체 독립화(Secure Enclave program)’ 예산 32억 달러로 충당된다. 이미 22억 달러는 보조금 형태로 수령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향후 인텔 지분 5%를 주당 20달러에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5년 만기 신주인수권을 확보했는데, 이는 인텔이 파운드리 지분을 51% 이상 보유하지 않을 경우에만 행사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투자가 비의결 지분임을 강조하며, 경영 간섭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소식에 인텔 주가는 22일 뉴욕 증시에서 5.53% 상승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 투자만으로 인텔의 구조적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인텔은 첨단 14A(1.4나노) 공정의 외부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가능성을 SEC 공시에서 밝힌 바 있다. 립부 탄 인텔 CEO 역시 14A 투자 계획이 고객사 약속 확보를 전제로 한다고 언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인텔이 14A뿐 아니라 18A 공정에서도 안정적인 수율 확보와 충분한 고객사 확보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서밋 인사이츠의 킨카이 찬 애널리스트는 “고객 확보 없이는 정부 지원이 있어도 파운드리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이터 역시 인텔이 최근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수율 저하 비용을 자체 흡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부 투자자도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가벨리 펀드의 마키노 류타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지분 참여가 인텔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거래는 단순 보조금 지급보다 복합적 조건이 따른다는 점에서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인텔은 며칠 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20억 달러 투자를 유치했지만, 자금 조달만으로는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노버스 트러스트의 다니엘 모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텔은 정부와 재정 파트너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결국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회복은 요원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이었던 인텔이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의 연이은 자금 투입을 발판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삼성과 맞설 수 있을지는 당분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