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작지만 똑똑한’ 로봇이 뜬다…이미 예고된 온디바이스 AI 혁명

2025.08.23 09:02:23

최재규 기자 mandt@hellot.net

40년간 로봇과 인공지능(AI) 분야에 몸담은 서일홍 코가로보틱스 대표가 던진 현시점 가장 큰 화두는 거대 자본과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AI 시장의 한계다. 세상 모든 정보의 바다를 딥러닝 모델에 쏟아 붓는 데이터 드리븐 방식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이는 마치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이나 뉴턴의 ‘운동 법칙’처럼 세상의 근본 원리를 이해하는 모델 드리븐 방식과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서일홍 대표는 딥러닝이 나오기 전부터 ‘뉴럴 네트워크’와 ‘퍼지이론’을 연구해왔다. 뉴럴 네트워크는 컴퓨터가 인간의 뇌처럼 학습하게 하는 AI고, 퍼지이론은 '많다', '조금'처럼 모호한 정보를 다룬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AI의 궁극적인 해답은 바로 인간의 뇌에 있다고 단언한다.

 

서 대표는 이 맥락으로, ‘자유 에너지 원리’를 로봇 AI의 핵심 원리로 제시했다. 이는 생명체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과정과 같다. 로봇은 스스로 배워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행동을 예측하며, 제어하는 능력을 통합해야 한다는 의미다.

 

 

로봇이 세상의 물리 법칙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때 진정한 지능이 시작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서일홍 대표가 던지는 AI 시대의 핵심 메시지다.

 

현재 거대언어모델(LLM)이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괄목할 만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배경에서 전문가들은 규모의 법칙에만 매달린 클라우드 AI는 로봇의 미래가 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클라우드 AI는 인터넷에 연결된 거대한 서버 컴퓨터의 두뇌를 빌려 쓰는 방식이라 보안 문제에 취약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또한 로봇 내부에 두뇌를 직접 심는 온디바이스 방식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다.

 

여기에 덧붙여 서일홍 대표는 모델의 크기를 줄여 효율을 높이는 여러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백과사전 안에서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는 ‘가지치기(Pruning)’ △정교한 그림책을 간단한 흑백 스케치로 바꾸는 ‘양자화(Quantization)’ △전문가의 핵심 지식을 작은 모델에게만 압축해 가르치는 ‘지식 증류(Knowledge Distillation)’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미세 조정(Fine-tuning)’ 등과 같은 작업이다.

 

구체적으로, 코가로보틱스가 내놓은 해법은 바로 뇌의 작동 원리를 모방한 ‘초차원 컴퓨팅’이다. 이 기술은 1mm 크기의 점핑 거미가 모양과 자세를 동시에 파악해 정확히 먹이를 잡는 것처럼, 복잡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압축하고 결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에피소드 기억(Episodic Memory)’ 기능이다. 이는 마치 뇌의 해마와 같이, 새로운 사실을 추가해도 기존 지식을 잊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불러와 편집할 수 있다. 이는 기존 딥러닝의 고질적인 망각 문제를 해결하고 환각을 줄이는 데 혁신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서 대표는 “외국이 규모의 법칙으로 싸울 때, 우리나라는 온디바이스 역량을 갖춰 색다른 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가 제시한 한국 로봇 산업의 미래 비전은 명확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알파고 이전에 이미 AI의 폭발적 성장을 예측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30년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던 이 변혁이 이제 5년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거대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도, 적은 데이터로 현장 학습이 가능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경량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통해 대한민국이 글로벌 로봇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통찰이다. 코가로보틱스는 이를 기반으로, 인간의 뇌를 닮은 ‘작지만 똑똑한’ 로봇이라는 혁신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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