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T부동산] “현금만이 무기다” 6·27 이후 부동산 시장 생존 전략

2025.08.11 16:12:20

이지윤 부동산전문기자/작가 naya2797@naver.com

6월 27일 대출 규제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뚜렷하게 변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월 대비 75%가량 줄었고, ‘상승 거래’ 비중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숫자만 보면 충격적이지만 가격이 즉각 폭락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9억 이하 구간에서 거래가 붙으며 저가대 중심의 ‘체인저 시장’이 열렸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대출 한도 총량 규제가 만들어낸 ‘가격대의 상자’가 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담대 총액이 6억으로 제한되면, 일반적인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했을 때 집값 상단은 약 9억에 맞춰진다. 이 구간 이하의 수요는 다시 활력을 얻었지만, 그 이상 가격대에서는 현금 보유 여부가 매수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초고가 구간은 원래 레버리지가 낮아 충격이 크지 않지만, 9억~20억의 중·고가 시장은 체감 한파가 심하다.

 

이번 규제는 ‘6억 상한’에 더해 7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 3단계가 결합한 형태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더 보수적으로 계산하는 방식이어서, 총대출 여력은 한 번 더 줄었다. 이런 환경에서 규제 직전 ‘선대출’ 수요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출 제한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거래량이 급감한 상태가 유지되겠지만, 9억 이하 저가 매수나 교체 거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급락보다는 상승세 둔화나 보합세, 체감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관별 통계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일부는 여전히 상승 흐름을 보이지만 통계마다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생애 첫 주택 구입 수요는 줄어들었고, 분양·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전월세 자금 경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기적으로는 당국이 “이번이 시작”이라고 시사한 만큼 규제가 더 강화될 여지가 남아 있다. 금리 방향과 맞물리면서 저가·현금·특수입지를 중심으로 한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고, 공급과 정책이 함께 가야만 안정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중저가 왜곡과 전세시장 압력 같은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대출 불가로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 분쟁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계약서에 ‘대출 불가 시 계약 해제’ 특약을 명시하고, 중도금 브리지 대출 여부까지 점검해야 한다.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로 월세 전환이 빨라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환경에서 투자자와 실수요자가 취할 전략은 다르다. 레버리지형 투자자는 무엇보다 부채를 줄이고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 소형·준신축·역세권 등 현금흐름이 확실한 자산을 중심으로, 9억 이하 박스권 내 급매만 선별해 진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전세 레버리지는 보증비율 축소로 위험이 커졌으니 주의가 필요하며, PF 부실과 공급 사이클 변화를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현금 여력이 충분한 투자자는 초고가·랜드마크 자산이 규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을 활용할 수 있지만, 유동성 회수와 세제 변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변동금리 노출을 줄이고 장기 고정금리나 현금흐름형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방어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수요자의 경우 ‘대출 가능액’이 곧 매수 예산이다. 은행별 스트레스 DSR 계산을 통해 예산을 확정한 뒤, 그 범위 내에서 매물을 탐색해야 한다. 단기 거래 경색기에는 급매나 잔금 임박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입지·학군·생활 편의성 등 핵심 조건은 양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 시에는 대출 불가 특약을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중도금·잔금 일정을 금리 변동 및 보증 조건과 분리 관리해야 한다. 전세와 월세 선택에서는 보증료·수리비·현금흐름까지 포함한 총비용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의 강도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많지만, 공급 대책이 빠지면 안정 효과의 지속성은 떨어진다. 대출 규제만으로는 부채 억제와 가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고,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공급과 거래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게다가 통계는 기관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 지표보다는 실제 체결·등기·실거래 데이터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6·27 대출 규제와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시장의 중심축을 ‘레버리지’에서 ‘현금’으로 옮겼다. 하반기까지는 저가·현금·특수입지의 초과 수익 가능성이 높고, 중고가 레버리지 매수는 역풍을 맞을 확률이 크다. 실수요자는 대출 가능액 중심의 프레임으로, 투자자는 현금흐름과 현금 비중 중심의 프레임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방어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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