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포트폴리오 확장해 온 노르딕

 

지난 2023년, 세계 반도체 산업은 예기치 않은 역풍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반도체 출하량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2022년 5740억 달러에서 2023년 약 5270억 달러 규모로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8.2%에 달하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오던 노르딕 세미컨덕터(이하 노르딕) 또한, 이러한 역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노르딕 베가르드 울란(Vegard Wollan) CEO는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경기 흐름에 따라 성장과 하락을 반복하는 순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결국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회복 시점을 그저 기다리기보다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인 울란은 이러한 도전에 익숙하다. AVR 마이크로컨트롤러 아키텍처의 공동 개발자인 울란은 인상적인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트멜(Atmel)에서 터치 솔루션 및 MCU 사업부 부사장 겸 총괄 매니저로 연 매출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구축했으며, 마이우(Mywo)를 설립하고, 글로벌 터치 기술 분야의 기업인 터치네틱스(TouchNetix)의 CEO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울란은 20년간 노르딕 세미컨덕터의 CEO를 역임했던 스벤-토르 라르센(Svenn-Tore Larsen)의 뒤를 이어 2024년 1월, 노르딕의 CEO로 취임했다.

 

울란은 “노르딕의 목표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하며,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장기적인 전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선 연결 분야의 선도 기업을 목표로, 개발자에게 영감을 주고, 대기업에서 중소 규모의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고 언급했다.

 

노르딕은 이미 40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20년 동안 저전력 무선 연결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구축해 왔다. 특히, 노르딕은 IoT의 핵심 기술인 블루투스 LE 분야를 선도하며, 셀룰러 IoT(LTE-M 및 NB-IoT)와 저전력 와이파이, 스마트 홈 기술, 매터 및 전력관리 분야에서도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노르딕은 최근 몇 년 동안 IoT 표준 기반의 핵심 기술을 타겟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블루투스 LE, 블루투스 메시, 스레드, 지그비 및 기타 근거리 프로토콜을 제공하는 nRF52, nRF53 및 nRF54 시리즈 SoC를 비롯해 킬로미터 이상의 도달거리를 지원하는 셀룰러 IoT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nRF91 시리즈 SiP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스마트 홈 애플리케이션이나 자산 추적 장치의 와이파이 위치확인 기능을 지원하는 와이파이 컴패니언 IC인 nRF70 시리즈와 IoT 제품의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는 nPM 시리즈 전력관리 IC(PMIC)도 보유하고 있다.

 

전략적 사업 재편

 

노르딕의 각 제품군은 각기 다른 시장 성숙도에 따라 회사 수익에 기여하는 정도도 다르다. 현재 노르딕 비즈니스의 성장 엔진은 업계 선도적인 nRF52 및 nRF53 시리즈와 최근 출시된 nRF54 시리즈 기반의 근거리 무선 기술이다. 셀룰러 IoT 솔루션은 점차 규모가 확장되고 있으며, 와이파이 및 PMIC 비즈니스는 초기 단계다.

 

울란은 각기 다른 단계의 제품군을 관리하기 위해 각각 차별화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4개의 새로운 사업 부문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각 부문을 이끌 경험이 풍부한 책임자를 영입했다. 근거리 사업 부문은 센티넬 소프트웨어(Sentinel Software) CEO를 비롯해 반도체 업계에서 25년의 경험을 보유한 오빈드 스트롬(Oyvind Strom)이 맡았다.

 

장거리 사업 부문은 업계 전문가이자 에어씽스(Airthings)의 CEO를 역임했던 오빈드 버케네스(Oyvind Birkenes)가 담당하고 있다. 와이파이 사업 부문은 2008년부터 노르딕에서 근무해 온 조아킴 펌(Joakim Ferm)이 이끌고 있다. PMIC 사업 부문은 노르딕에서 9년간 근무하며, 현재 전략 및 제품관리 부문 수석 부사장인 키에틸 홀스타드(Kjetil Holstad)가 총괄한다.

 

울란은 “각 사업 부문의 성숙도가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실행 전략에 기반한 차별화한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4개의 사업 부문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접근방식은 고객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부 프로젝트에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입하거나 다른 프로젝트에 대한 속도를 조절하는 등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제품 로드맵을 조정했다. 또한, 엔지니어링 실행 능력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울란은 트래킹, 스마트 미터링, 산업용 IoT와 같은 타겟 시장에 주력하기 위해 장거리 사업 부문을 확대할 것이라며, “우리는 더 높은 가치 제안을 갖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것이다. 그 첫 단계로 지난 8월, nRF9151 SiP가 출시됐다”고 말했다.

 

노르딕은 장거리 사업 부문에서 1억 달러 이상의 매출 기반을 구축하고, 2028년까지 수익성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와이파이 사업 부문의 목표 또한, 5천만 달러의 매출과 함께 2028년까지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와이파이 매출은 리눅스 및 제퍼 기반 설계를 진행하는 고객 지원을 통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MIC 사업 부문의 목표는 와이파이 사업 부문과 유사하다. 울란은 “노르딕은 전력관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전문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엔지니어가 배터리에서 안테나에 이르기까지 전체 에너지 경로를 제어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미개척 분야에 대한 잠재력

 

노르딕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성장 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노르딕은 ‘미개척 분야 중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네 가지 핵심 영역을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하이브리드 근무다. 이제 기업은 직원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강력한 연결성을 필요로 하고 있다. 또 다른 분야는 커넥티드 헬스다. 이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로, 이미 약물 투여 시스템(예 : 인슐린 펌프)이나 개인용 센서(예 : 연속 혈당 모니터)와 같은 일부 애플리케이션들이 무선 연결에 기반하고 있다.

 

울란은 노르딕의 세 번째 핵심 영역 중 하나로 IIoT를 꼽았다. 그는 “빌딩 인프라와 머신 모니터링, 자산 추적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에서 IIoT 혁신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 분야는 여전히 많은 기업이 디지털 여정에 돌입하지 못했고, 일부 기업은 적절한 기술의 부재로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다”며, 자사에 상당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노르딕은 ‘엣지 AI’로 분류되는 AI와 머신러닝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다. 울란은 “노르딕은 네트워크 엣지를 위한 빠르고, 스마트하며, 강력한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제품 로드맵에 이미 엣지 AI를 통합하여 차세대 IoT 제품에서 요구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 엔진 가속화

 

근거리 사업 부문의 시장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블루투스 LE와 스레드 솔루션의 성장 가능성을 최대 20%까지 예측하고 있다. 노르딕은 이 분야에서 시장 선두 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대량생산 고객은 물론 광범위한 시장을 모두 공략하는 이중 접근방식을 채택할 계획이다. 노르딕이 가진 주요 장점 중 하나는 글로벌 주요 대규모 고객과 개발한 솔루션을 이후 중소 규모 고객에게도 제공한다는 점이다.

 

울란은 “노르딕이 업계 리더로서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R&D 팀의 연구 성과를 신속하게 상업화하도록 제품 출시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새로운 애플리케이션과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하도록 성능 및 전력소모 측면에서 경쟁사를 능가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솔루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울란 CEO는 nRF54L 시리즈의 출시 시기를 지난해 11월로 앞당겼으며, 올해는 nRF54H 시리즈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 제품들은 노르딕의 차세대 초저전력 무선 SoC로, 거리 측정 정밀도를 개선한 새로운 블루투스 채널 사운딩 기능과 블루투스 6.0을 지원한다.

 

이러한 하드웨어는 노르딕이 제공하는 솔루션의 일부에 불과하다.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노르딕의 소프트웨어는 회사의 성공을 이끈 핵심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nRF54 시리즈 또한 마찬가지로 노르딕의 nRF 커넥트 SDK를 통해 이러한 소프트웨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울란은 “최근 만난 주요 고객사 엔지니어에 따르면, 과거에는 노르딕 칩에 특정 기능을 구현하려면 약 1000줄의 코드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nRF 커넥트 SDK를 이용해 10줄 미만의 코드로 동일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며, “노르딕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최첨단 기술

 

nRF54 시리즈의 로드맵은 매년 최대 네 개의 신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각 시리즈의 첫 제품인 nRF54L15와 nRF54H20은 각각 200개 이상의 고객사에서 샘플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긍정적인 피드백과 반응이 도출됐다.

 

울란은 “nRF54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르딕 매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고객의 제품 설계에 적용된 후, SoC 출하량이 증가해야만 한다”며, “당분간은 기존의 nRF52 시리즈와 nRF53 시리즈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nRF54 시리즈는 2026년부터 근거리 무선 사업의 장기적 성장 목표에 기여하는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nRF54 시리즈는 22nm 웨이퍼 공정 노드를 적용한 최초의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노르딕에 매우 의미 있는 제품이다. 이 공정은 단위 면적당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할 수 있어 더욱 컴팩트한 디바이스로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고, 전력소모 또한 더 줄일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노르딕은 에너지 소비 절감 및 배터리 수명 연장 기술을 통해 친환경 기업으로서의 입지도 강화하고 있다.(노르딕은 최근 타임지의 글로벌 지속가능성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터리 수명이 길어지면 유지보수 부담이 줄어들고, 배터리 폐기물도 감소하여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노르딕은 22nm 제조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TSMC와 글로벌파운드리 두 제조사를 통해 웨이퍼를 조달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공급망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공급망 회복탄력성은 여전히 많은 노르딕 경쟁사들이 직면하는 도전과제인 웨이퍼 공급난을 해결하는데 중요하다. 울란은 취임 이후, 수십 년간 구축해 온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성공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속에서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위해 ‘노르딕 2.0’이라는 전략을 수립했다.

 

울란 CEO는 “우리는 지금 도전적인 목표로 새로운 성장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룹 차원의 목표는 10년 동안 연평균 20%의 매출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명확하고 체계적인 전략과 운영 민첩성, 그리고 혁신의 상업화를 통해 이전 수준의 높은 수익성을 다시 회복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의 반등세도 이러한 성장 목표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1660억 달러를 기록하며, 2023년 3분기 대비 2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IA 회장 겸 CEO인 존 뉴퍼(John Neuffer)는 발표 자료를 통해 “분기별 매출 증가율이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4년 말 유럽에서 개최된 일렉트로니카 전시회에서 공개된 nRF54L15 무선 SoC와 nRF54L10, nRF54L05 등의 제품이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노르딕이 개발자의 요구에 부합하는 혁신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노르딕 세미컨덕터는 이러한 시장의 회복세와 성공적인 신제품 출시라는 두 가지 긍정적 요소 외에도,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제품 로드맵과 신속한 제품 출시, 지속적인 R&D 투자, 세계적 수준의 기술 지원, 전문 엔지니어링 팀과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 등을 통해 미래의 무선 세계를 선도하며, 지속적인 성공의 여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