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이동재 기자]
얼굴 인식, AR, 3D 기술을 활용한 네이버의 ‘제페토’, 사용자 2억 명 돌파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품은 하이브의 K-POP 콘텐츠 통합 메타버스 ‘위버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 3차원 가상세계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인류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 메타버스는 물리적 거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한 공간에서 만나고 소통하는 일을 가능케 한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분야 선도기업 로블록스는 현재 미국에 사는 16세 미만 청소년 중 55%가 가입하고 월 이용자가 1억5000만 명에 이를 만큼 거대해졌다. 미국의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도 메타버스를 지향하고 있다.
포트나이트 속 3D 소셜 공간, 파티로얄의 가입자는 3억5000여만 명으로, 이용자들은 파티로얄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글로벌 스타의 공연을 본다. 지난해 4월에는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이 콘서트를 열었는데 1230만 명의 동시 접속자 수를 기록했고, 굿즈 판매로 2000만 달러(한화로 약 221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메타버스 시장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국내에서 메타버스 시장의 도래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업계는 게임 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업계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메타버스가 발달하고 유료 콘텐츠가 증가할수록, 소속 아티스트의 지적재산권(IP)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막대한 돈을 메타버스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BTS는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속에서 다이너마이트라는 뮤직비디오를 공개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고, 블랙핑크 역시 네이버의 제페토라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에서 팬 싸인회를 개최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5천만 명의 팬을 끌어모은 바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제페토’
(출처 : 네이버제트)
네이버 계열사 스노우에서 분사해 나온 네이버제트는 2018년 8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출시했다. 제페토는 얼굴 인식, AR, 3D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가상현실 안에서 사용자들은 AR 아바타 의상을 직접 제작하고 거래하는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제페토 안에서는 수만 명이 몰리는 가상 전시회가 열리기도 하고, 구찌 등과 제휴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이 거래되기도 한다.
현재 제페토의 이용자는 2억 명을 돌파했다. 이용자의 80%가 10대 청소년이며, 90%는 해외에서 접속하는 글로벌 이용자다.
최근엔 하이브,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모두 네이버제트 제3자 배정 유상증자(170억 원 규모)에 참여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 기업은 단순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위에서 언급한 가상 공간에서의 사인회와 콘서트, 굿즈 판매 등, 메타버스를 마케팅 도구로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동륜 KB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현재 제페토에서 광고 수익과 아이템 결제를 통한 인앱결제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구찌(GUCCI), 나이키 등 브랜드와 협업해 가상 캐릭터 의류를 제공하는 마케팅 플랫폼으로 수익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콘서트, 행사 주최 등 일상에서 발생하는 비즈니스를 가상 영역으로 확장해 사업 영역을 넓힐 것으로 기대돼 수익모델 확장 잠재력이 높다"고 전망했다.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건 비단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이 아니다. 최근 DGB금융지주는 제페토에서 경영진 회의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DGB금융지주는 이용자가 직접 맵을 제작하고 공개할 수 있는 ‘빌드잇 서비스’를 통해 금융지주 전용 맵을 제작했고, 경영진회의 참석자들은 직접 자신의 캐릭터를 생성해 비대면 회의에 참석했다.
이러한 행보는 엔터테인먼트, 게임 업계의 그것처럼 즉각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지진 않지만, 디지털 뉴 트렌드 경험을 높이고 메타버스의 주 이용층인 MZ세대를 공략하겠다는 회사의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BTS로 시작해 메타버스까지, 하이브의 ‘위버스’
(출처 : 하이브)
HYBE(하이브, 전 빅히트)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와 팬 커머스 앱인 위버스샵을 운영하고 있다. 위버스는 K-POP 팬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팬들은 위버스 안에서 아티스트,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고 콘텐츠를 소비한다.
하이브는 온오프라인 콘서트 등 행사의 예매, 굿즈 판매 등을 전부 위버스 안에서만 진행하면서, 플랫폼을 K-POP 콘텐츠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위버스의 글로벌 누적 앱 다운로드수는 지난 2월을 기준으로 2천500만 건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하이브가 BTS 등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의 IP를 보유하고 있어, 자회사 비엔엑스 등의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욱 확장된 콘텐츠 중심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10월 AR(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에 70억 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확보하고, 지난 2월에는 AI를 기반으로 가창, 음성 합성 기술과 실시간 음성 향상 기술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업체 ‘수퍼톤’에 4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메타버스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달에는 하이브가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홀딩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타카홀딩스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 글로벌 스타들이 포진되어 있는 소속사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타카홀딩스의 합류로 위버스가 K-POP에 국한된 플랫폼에서 글로벌 팝 메타버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초기엔 아티스트 영입과 마케팅에 대대적인 투자를 기울였지만, 안정 궤도에 오른 뒤에는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진입하기 위해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거나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지분을 하이브가 일부 소유하고 있는 만큼, 위버스는 제페토를 비롯한 네이버 관련 플랫폼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지난 2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SF영화 ‘승리호’를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출처 : 네이버)
메타버스 구현에 필수적인 3D 컴퓨터그래픽(CG)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기업이 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콘텐츠 기획개발 단계부터 제작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콘텐츠 제작사로 지난 2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SF영화 ‘승리호’를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기 시작했다.
CG와 시각효과(VFX)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메타버스로의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위지윅스튜디오는 지분을 보유 중인 고즈넉이엔티, 와이랩 등 주요 파트너사를 통해 다수의 원천 IP를 확보하고 있다.
이수경 KB증권 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위지윅스튜디오는 게임 엔진을 활용한 프리비즈(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가이드 활용 영상)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의 실감형 콘텐츠는 게임엔진을 활용한 영상개발로 구현 가능해 향후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도 확장성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메타버스 산업은 인터넷과 IT에 친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의 열광적 지지를 등에 업고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170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