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AI의 다음 단계는 ‘움직임을 이해하는 지능’이다
제조 AI의 다음 단계는 단순히 불량을 “찾는” 수준을 넘어, 공정의 상태를 읽고 그에 맞게 설비의 동작을 “조정하는” 능력이다.
이를 넓은 의미로 Physical AI라고 부르지만, 본 글에서 다루는 주제는 제조 공정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제어하고 적응시키는 데 초점을 둔 “제조형 Physical AI”다.
앞선 1편에서 공장이 세상을 정확히 ‘보는 법’을, 2편에서 데이터를 통해 ‘배우는 구조’를 다뤘다면, 이번 글은 그 두 축이 실제 설비의 움직임과 제어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본다. 즉 "보는 AI → 배우는 AI → 움직이는 AI"로 이어지는 마지막 단계다.
제조 공정은 정적이지 않다 : 왜 Physical AI인가
제조 라인은 고정된 좌표계 위에서 동일한 제품만 반복 생산하는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소재 반사율이 온도·압력·배합비에 따라 미세하게 바뀌고, 금형 마모와 장비 오프셋이 누적되며, 조명 밝기·색온도·플리커가 서서히 변하고, 제품 형상은 설계 오차, 조립 편차, 진동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정적인 레시피와 고정 임계값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 한 번 세팅한 뒤 수년간 유지되는 “셋업 중심 자동화”가 아니라, 공정 상태를 계속 관측하고 그에 맞게 동작을 수정하는 “관측–판단–제어 루프”가 필요하다.
제조 Physical AI가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공정은 움직이고, 제품은 흔들리고, 환경은 변한다. 이 변화를 따라가는 지능이 없다면 결국 사람의 손으로 미봉책을 반복하게 된다.
1편에서 다룬 정밀한 센서·광학 설계, 2편에서 설명한 지속적 데이터 루프는 이 단계의 전제 조건이다. 잘 보지 못하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 Physical AI는 이 두 축 위에 실시간 제어와 행동을 얹는 구조다.

제조 Physical AI의 중심축은 비전 기반 인지-결정-제어 구조다
Physical AI는 크게 인지(Perception), 결정(Decision), 제어(Control) 세 단계로 구성된다.
인지 단계에서는 2D/3D, 적외선, 편광, 구조광 등 다양한 센서 데이터를 통합해 제품의 포즈(6-DOF), 표면 특성, 변형량, 기준 피처를 실시간으로 추정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영상 분석이 아니라 기계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도록 ‘상태를 구성하는 단계’다. 좌표계 정합(Hand–Eye Calibration)이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뒤이어 제어가 가능하다.
결정 단계에서는 인지된 상태를 기반으로 어떤 보정이 필요한지 판단한다. 로봇 경로 오프셋, Z 높이 보정, 조명 강도 및 각도 조절, 속도 프로파일 수정 등 수많은 제어 변수를 실시간으로 계산한다. 여기에는 모델 예측 제어, 강화학습, 통계적 품질 관리 요소가 혼합된다. 확률적 불확실성과 공정 노이즈를 고려해 안정적인 제어 입력을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어 단계에서는 이 판단을 실제 설비 동작으로 반영한다. 로봇 컨트롤러, 프로그램 논리 제어기 (PLC: Program Language Controller), 모션 시스템 등과 통신해야 하며, 이 구간의 지연은 물리적 제한으로 작용한다.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확해도 시스템 엔지니어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제 공정 동작은 불안정해진다. Physical AI는 알고리즘 성능과 시스템 안정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제조 특유의 복합 기술이다.
실제 공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적응의 사례
Physical AI는 단순히 로봇 엔드이펙터를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선다. 조명이 시간 경과로 변하면 노출·조명 강도를 자동 으로 보정하고, 회전 편차로 생긴 위치 오차는 3D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정하며, 제품 패턴이 미묘하게 달라지면 feature alignment를 적용해 인식 기준을 자동으로 재정렬한다.
고반사 소재에서는 편광/IR/멀티스펙트럼 신호를 조합해 반사 잡음을 제거하고, 열 변형이 발생하면 IR + 3D 정보로 표면 결함과 열 패턴을 분리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며, 공정은 비전의 판단에 따라 스스로 중심을 잡는다. Physical AI는 이처럼 비전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행동으로 대응하는 적응형 제조 지능이다.

다품종·고변동 시대를 위한 Online Registration 기술
과거의 자동화는 ‘고정된 제품’을 전제로 작동했지만, 지금의 제조 환경은 다품종·고빈도 변경이 기본 조건이다. 제품 크기, 형상, 조립 방식, 표면 반사 특성까지 수시로 달라지기 때문에 매번 사람이 티칭(teaching)을 다시 한다면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때 핵심 기술이 Online Registration이다.
제품이 투입되면 비전 시스템이 빠르게 모양·크기·형상 특징을 스캔해 3D 기준 좌표계를 생성하고, 이 좌표계에 맞게 카메라 위치·조명 각도·검사 ROI(Region of Interest), 로봇 경로 등을 자동 조정한다. 중요한 것은 이 초기화 과정이 레시피 변경 속도보다 빠르게, 즉 수 초 이내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제조 Physical AI에서 Online Registration은 단순한 정렬 기능이 아니라 다품종 생산에서 ‘공정 초기화 자동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기반이다.
Physical AI는 지식의 확장이다
Physical AI는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의 전문 지식을 더 빠르고 넓게 확장하는 기술이다. 제조 공정에서 가장 어려운 요소는 기준 정의다. 무엇이 불량인지, 경계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지, 어느 정도의 편차를 허용할지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사람이 가장 잘 한다.
Physical AI는 이 기준을 더 넓게, 더 빠르게, 더 안정적으로 공정 전체에 확산시키는 기술이다. 2편에서 설명한 데이터 루프가 인간의 판단을 고품질 데이터로 변환한다면, 제조형 Physical AI는 그 기준을 설비 움직임에 반영하는 구조다. 제조형 Physical AI는 AI가 임의로 판단하는 공장이 아니라, 인간의 기준이 AI를 통해 자동으로 확장되는 공장이다.
제조 AI의 미래: 공장은 ‘보고 배우고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
1편에서 우리는 공장이 정확히 ‘보는 법’을 익히는 과정을 다뤘고, 2편에서는 공장이 데이터를 통해 ‘배우는 법’을 살펴보았다. Physical AI는 이 두 가지가 결합해 공장이 스스로 ‘움직이는 법’을 이해하는 최종 단계다.
비전 AI의 정밀도와 데이터 루프의 지속 학습 구조가 기반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 제어와 공정 보정까지 수행할 수 있을 때 제조 공장은 더 이상 조건에 종속된 설비가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고, 스스로 안정화하며, 더 적은 개입으로 더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지능형 공장으로 발전한다. 제조 AI의 진화는 결국, 공장이 스스로 보고·배우고·움직이는 하나의 지능체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다.
방성덕, 아이벡스(AIVEX) AI 리서치 그룹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