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귀금속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과 왜곡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28일(현지 시간) 금과 은 가격이 올해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투기성 자금 유입이 가격 변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시장 유동성이 얇은 상황에서 비교적 적은 자금 유입만으로도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며, 가격이 실물 수요와 분리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금은 목요일(현지 시간) 온스당 5,500달러를 넘어서며 랠리를 이어갔고, 또 한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료 기준 현물 금 가격은 3% 이상 상승해 온스당 5,501.18달러에서 거래됐고, 2월물 금 선물은 3% 넘게 올라 온스당 5,568.66달러에 도달했다. 현물 은 가격도 2% 이상 상승해 온스당 119.3달러를 기록했고, 3월물 미국 은 선물은 5% 가까이 올라 온스당 118.73달러에 이르렀다.
LSEG 자료에 따르면 은 가격은 목요일 처음으로 온스당 117달러를 돌파했으며, 2025년에만 145% 이상 상승했다. 이른바 ‘화이트 메탈’로 불리는 은은 올해 들어서만 거의 65%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승세는 플래티넘, 팔라듐 등 다른 귀금속과 일부 비철금속 가격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야르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 대표인 에드 야르데니(Ed Yardeni)는 "우리는 지난해 초부터 금 가격 급등(melt up)을 예상해 왔다"고 말했다. 야르데니 대표는 이어 "하지만 지금은 금뿐 아니라 모든 귀금속, 많은 비철금속, 희토류 광물 가격까지 급등하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지정학적 긴장, 늘어나는 정부 부채, 금리와 통화 가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찾으면서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이 금 가격을 떠받치고 있으며, 향후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가 무이자 자산인 금의 매력을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비해 더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은 가격 상승은 산업용 금속이라는 특성에 힘입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은은 태양광, 전자제품, 전기화 추세와 관련된 수요가 공급이 이미 제약된 시장에 추가로 더해지면서 상승 모멘텀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은 가격은 귀금속 중에서도 특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귀금속 정제·거래 업체 MKS 팜프(MKS PAMP)의 니키 실스(Nicky Shiels)는 CNBC에 "듣도 보도 못한 변동성을 감안하면 귀금속 시장은 고장 난(broken) 상태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실스는 "지난 두 달 동안 귀금속 가격은 급등했으며, 단기적으로 과매수 상태"라고 덧붙였다.
실스를 비롯한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가격이 실물 공급과 수요보다는 변동성이 큰 유동성 흐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상황이 극단적인 가격 급등락과, 기초 여건과 반복적으로 괴리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갈레나 에셋 매니지먼트(Galena Asset Management) 최고경영자이자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막시밀리안 토메이(Maximilian Tomei)는 최근 가격 움직임이 기본적인 수급보다는 다른 요인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메이 최고경영자는 "지금 금속 시장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반드시 그 금속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약해지는 분모(denominator)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라며 "금은 일종의 통화와 같고, 금 가격을 매기는 기준(분모)이 약해지면 금 가격은 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여러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인덱스는 거의 11% 하락했다. 토메이 최고경영자는 최근 귀금속 가격 상승에는 일정 부분 펀더멘털 수요도 작용했지만, 그 수요만으로는 상승 폭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초 여건만으로는 어떤 원자재가 200% 오를 수 없다"며 "은의 움직임은 과장돼 있다. 이는 일련의 괴리 현상이며, 시장은 고장 난 상태"라고 말했다.
토메이 최고경영자는 귀금속 가격을 떠받치는 또 다른 잠재적 요인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넘치는 유동성을 지목했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투자자들은 마진론 등 다양한 형태의 레버리지를 통해 보유 자산을 담보로 더 많이 차입할 수 있어, 사실상 시스템 내에 새로운 자금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 밸류에이션이 과도해지면 이런 유동성의 일부가 다른 투자처를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귀금속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메이 최고경영자는 최근 금과 은 같은 금속이 근본적인 여건이 극적으로 변해서가 아니라, 갈 곳을 찾는 유동성의 ‘주차장’ 역할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봤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정부 부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글로벌 채권 매도세에서 나타났듯이, 국채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일부 잃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러한 흐름은 특히 규모가 작은 귀금속 시장에서 과장된 가격 움직임을 낳고 있다. CNBC는 상대적으로 작은 자금 유입만으로도 가격이 급등해, 이번 랠리가 전통적인 수급 논리와 동떨어진 것으로 느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마렉스(Marex) 글로벌 시장 분석 담당 책임자 가이 울프(Guy Wolf)는 귀금속 시장 일부에서 가격 형성이 점점 왜곡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울프 책임자는 은, 플래티넘 같은 시장은 금이나 S&P 500 등 주요 주가 지수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아, 최근 유입된 투기적 자본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생산 능력 제약으로 인해 실물 공급은 급증하는 수요를 신속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가격이 실물 수요가 견조한 수준과는 "완전히 분리된"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기적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이러한 역동성은 그만큼 급격히 되돌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전략 자문사 V2 벤처스(V2 Ventures) 매니징 디렉터 가탐 바르마(Gautam Varma)는 귀금속 시장이 완전히 고장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바르마 매니징 디렉터는 가격 발견, 즉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 가격이 완전히 붕괴됐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최근 급등이 투기성 자본의 영향력이 커진 결과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지금 보이는 것은 근본적인 수요와 공급 외의 이유로 움직이는 많은 투기성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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