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조선의 에너지 전환(EX)은 규제와 비용이 동시에 밀어붙이는 과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집약도지표(CI)와 에너지효율설계지수(EEXI), 유럽연합(EU)의 EU 배출권거래제(EU ETS) 편입으로 탄소가 곧 ‘운항비’가 됐다.
아울러 대체연료(Alternative Fuel) 확산도 진행형이지만, 암모니아(NH₃)·메탄올·액화천연가스(LNG) 같은 저인화점 연료는 안전·공급망·개조비라는 현실 과제를 품고 있다. 그래서 선사·조선은 당장 가능한 절감과 증빙을 먼저 챙기는 양상이다. 연료 사용의 실측·보고·검증(Monitoring·Reporting·Verification, MRV), 선박–육상 연계 에너지 관리, 접안 중 육상전원(OPS) 활용이 그 시작점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효율을 높일수록 전기·데이터 의존도가 커지고, 그만큼 다운타임(Downtime)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이다. 또한 추진·보조 설비의 전동화가 빨라지면서 저품질 전력이나 단일 장애가 항차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선박은 보고, 예측하고 지속하는 가동을 핵심 구조로 재설계되는 중이다. 이 가운데 ▲전력·연료를 통합해 보여주는 운영 데이터 플랫폼 ▲예측 유지보수 및 규정 준수 보고 자동화, ▲비상 전원공급장치(UPS) 및 이중화(Redundancy)를 통한 가용성 확보 등 전략은 선박 전기 인프라의 핵심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여기에 승조원 숙련도 격차와 인력난도 하나의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에 표준화된 서비스 절차, 원격 지원, 글로벌 출동망은 장비 못지않은 경쟁 요소가 됐다.
이처럼 조선·해양 분야는 다양한 과제에 직면했다. 이를 여러 방법론과 기술로 풀어내기 위해 슈나이더일렉트릭(이하 슈나이더)이 ‘제24회 국제조선·해양산업전(KORMARINE 2025)’ 현장에 나왔다. 이 회사는 글로벌 에너지 관리 및 산업·공장 자동화(FA) 솔루션 업체로, 이번 KORMARINE 2025에서 넷제로 해양(Net-zero Ocean), 디지털화(Ditalization), 복원력(Resilience) 등 세 개 콘셉트를 앞세워 등판했다.

올해로 한국 시장 진출 50주년을 맞은 슈나이더는 앞선 조선·해양 트렌드에 맞춰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동안 전 세계에서 축적한 기술력·레퍼런스와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조선·해양 산업에도 제공한다는 의도를 명확히 전달했다. 요지는 간단하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구체적으로 가시화하고, 고장이 나도 멈추지 않는 복원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선박 운영을 표준 절차로 만들겠다는 것을 주요 주제로 잡았다.
사측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데이터 가시화, 규정·보고 연계, 전력 안정성을 강조하는 순서로 부스를 기획했다. 이때 각 순서에 맞게 제시된 솔루션이 ▲그린십(Green Ship 솔루션 ▲에코스트럭처 파워 모니터링 엑스퍼트(EcoStruxure Power Monitoring Expert 이하 PME) ▲갤럭시 VS(Galaxy VS) UPS다.
그린십과 PME로 측정·가시화·최적화의 흐름을 보여주고, 갤럭시 VS를 통해 가용성(Availability)을 설비 차원에서 완성한다는 메시지를 한데 전달했다.
“에너지 절감은 시각화에서 시작한다”...그린십과 PME로 보는 ‘선박 에너지 지능화’
하승목 서비스사업부 팀장은 “선박의 에너지 효율성 최적화는 ‘잘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PME는 보호계전기·차단기·전력 계측기·무선 센서 등에서 올라오는 데이터를 사용자 화면(UI)에서 묶어 구역·부하별 소비 패턴을 사용자에게 도출한다. 여기에 연료 유량계 데이터를 합쳐 각종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을 얼마만큼 줄일지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우선순위 구축을 돕는다.
이때 UI로 보여지는 출력물은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에너지경영시스템 표준인 ‘ISO 50001’를 기반으로 정리된다. 이는 탄소집약도지표(CII)·에너지효율설계지수(EEXI) 대응 보고까지 바로 이어지도록 한 워크플로다.
하 팀장은 PME는 운영 제약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완전 폐쇄망인 온프레미스(On-premises) 환경 구성이 가능해 외부 반출 없이 운용할 수 있다. 원하면 육상 관제(Shore Control)와의 연동을 통해 선사 본사와 선박 간 동일한 시각화 구축을 지원한다.
이때 사이버 보안 국제 표준인 ‘IEC 62443’ 가이드에 맞춘 네트워크 분리 및 계정 권한 정책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통신·서버 이중화(Redundancy)로 데이터 단절 리스크를 낮추는 설계도 적용됐다. 이러한 적용은 기존 설비·시스템을 개선하는 레트로핏(Retrofit)까지 확장된다.
하승목 팀장은 “도크 기간에는 발전기 운전 재설계로 두 대가 저부하로 돌던 조건을 한 대 정상부하로 전환하는 최적화안을 제시한다”며 “또한 전력 품질 개선, 알람·이벤트 로그로 근본 원인 분석(RCA)을 붙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전 세계 200척 이상의 적용·계약 레퍼런스를 확보했다며 실무성을 강조했다.
갤럭시 VS, 효율·안전·가용성의 균형점 제시했다
현장에 출품된 갤럭시 VS는 선박·오프쇼어의 핵심 부하를 보호하는 모듈형 UPS다. 주전원 품질이 흔들리거나 정전이 발생해도 축·조타·제어·통신 등 중요 계통에 무정전(Back-up) 전원을 공급해 운용을 이어가도록 설계됐다.
김낙훈 시큐어파워 매니저는 갤럭시 VS에 대해, ‘효율·안전·가용성의 균형점’으로 규정했다. 그에 따르면, 장비는 이중 변환(Double Conversion) 모드에서 최대 97% 효율을 제공하는 효과를 도출한다. 아울러 고효율 운전인 ‘E-컨버전(E-conversion)’ 모드는 최대 99% 효율을 내세워 전력비와 배출을 동시에 절감한다.
유지보수 측면에서는 라이브 스왑(Live Swap) 구조가 핵심이다. 이는 운전 중 파워 모듈 교체를 지원해 정지 시간을 줄이고 개인보호구(PPE) 의존도를 낮춘다. 이 가운데 미국 국가화재방호협회(NFPA)의 화재 안전 표준 ‘NFPA 72’ 기준과 미국보험협외시험소(UL)·독일기술검사협회(TÜV) 트랙 기록을 근거로 안전성을 부각했다.
또한 노르웨이선급(DNV)·프랑스선급(BV) 인증 확보, IP52·IP22 필터 옵션 이식, 해양용 배터리 캐비닛 설계 등으로 선박·오프쇼어 적용성을 확보했다. 런타임은 자동 배터리 인식·예측으로 제시하고, 모듈형 구조와 전력변환부 이중화로 다운타임을 다층 방어한다.
끝으로 김낙훈 매니저는 서비스 정책을 강조했다. 항차 일정에 맞춘 글로벌 출동망을 통해 총보유비용(TCO)까지 낮추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고 언급했다.
정리하면, 양 부스는 조선·해양의 EX 난제를 ‘데이터 기반 운영’과 ‘복원력’이라는 실행 축으로 설계된 콘셉트다. PME가 보고·증빙의 언어를, 갤럭시 VS가 가용성의 언어를 채워 같은 화면에서 만나게 하고, 사측의 서비스 레퍼런스가 그를 뒷받침한다.
한편, KORMARINE 2025은 부산 해운대구 전시장 벡스코(BEXCO)에서 지난 21일 열린 조선·해양 전시회다. 지난 1980년 첫 회 이후 격년 개최해 온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는 산업통상자원부·부산광역시·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KOSHIPA)·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KOMEA)·RX K. Fairs·벡스코가 공동 주최·주관했고, 40개국 약 1000개 업체 2100개 부스가 참여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