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화탄소보다 310배 더 강한 온실효과를 지닌 아산화질소(N₂O)를 실온 수준에서 거의 100% 분해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엔진 배기가스나 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를 에너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온실가스 저감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빠르게 구르는 구슬의 기계적 충격과 마찰을 활용해 아산화질소를 분해하는 공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아산화질소는 화학 공정과 엔진 배기가스에서 주로 발생하는 기체로, 이산화탄소보다 310배 강한 온실효과를 유발하고 오존층 파괴를 가속한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해 기존 열촉매 공정에서는 445℃ 이상의 고온을 가해야 유의미한 분해가 가능하며, 이로 인한 에너지 소모가 매우 컸다.
연구팀은 지름 수 밀리미터의 구슬이 들어 있는 반응 용기(볼밀)에 니켈산화물(NiO) 촉매와 아산화질소 가스를 함께 넣고 흔드는 방식으로 분해를 시도했다. 구슬이 충돌하고 마찰하는 과정에서 촉매 표면에 고밀도 결함과 초산화(ultra-oxidized) 상태가 형성돼, 기존 열촉매로는 불가능했던 저온·고속 분해가 가능해졌다.
실험 결과, 이 공정은 42℃에서 99.98%의 전환율로 시간당 1761mL의 아산화질소를 분해했다. 이는 동일한 촉매를 사용한 기존 열촉매 공정(445℃, 49.16% 전환율, 294.9mL/h 속도)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에너지 효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차량 및 화학공장 응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디젤 엔진을 모사한 실험 장치에서는 아산화질소가 95~100% 제거됐으며, 대규모 가스 처리용 연속식 공정에서도 약 97.6%의 전환율을 달성했다. 실제 공정처럼 산소와 수분이 함께 존재하는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분해 성능을 유지했다. 경제성 분석 결과, 이번 공정은 기존 열촉매 공정 대비 8배 이상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범 교수는 “유럽이 2024년부터 시행한 Euro Ⅶ 배출가스 규제에 아산화질소가 신규 규제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이를 처리할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이번 기술은 디젤 엔진 배출가스, 질산·아디프산 생산 공정, 암모니아 선박 엔진 등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에너지 분야 세계적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9월 26일 자로 공개됐으며,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헬로티 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