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T부동산] “수원 국민평형이 12억에도 완판? 영통 르마크의 역설”

2025.09.23 09:07:29

이지윤 부동산전문기자/작가 naya2797@naver.com

2025년 가을, 수원 망포역 인근에 분양된 ‘푸르지오 르마크’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 중 하나였다. 전용 84㎡가 12억 원을 넘고, 100㎡는 13억 후반까지 찍으며 수원시 기준으로는 유례없는 고분양가였다. “이 돈 주고 누가 청약하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시장 분위기도 냉랭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고, 최고 경쟁률은 무려 60.76대 1을 기록했다. 수많은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이 비싼 아파트에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르마크의 분양 결과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12억 넘는 분양가, 그런데도 통했다

 

 

영통 르마크는 사실 시작부터 부담이 컸다. 분양가는 전용 62㎡ 기준 약 8억 8,590만 원, 84㎡는 12억 1,290만 원, 100㎡는 최대 13억 8,220만 원에 달했다. 3.3㎡당 평균 분양가도 3,200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수요는 몰렸다. 주변 아파트와 비교해보면 이해가 간다. 인근의 ‘영통 자이 센트럴파크’는 84㎡ 기준 10억 초반에 분양됐고, 입주 이후 현재 시세는 11억 중후반에 달한다. 또 ‘힐스테이트 영통’은 최근 10억 후반~11억대에서 실거래 되었으며, 주변 구축 아파트들도 9~10억 원 사이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이쯤 되면 단순히 “르마크는 비싸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요자들은 단지의 조건을 꼼꼼히 따졌다. 망포역 도보 1분 거리라는 압도적 입지, 대우건설이라는 브랜드, 최신 평면과 커뮤니티 설계, 그리고 발코니 무상 확장 같은 옵션까지. “비싸지만, 그래서 선택할 만하다”는 판단이 분양 성공으로 이어졌다.

 

 

청약 결과가 말해주는 시장 심리

 

푸르지오 르마크는 총 393가구(특공 제외) 모집에 5,64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14.4대 1, 전용 62㎡의 경쟁률은 60.76대 1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투기 수요가 아니라, 실수요 중심의 시장 참여였음을 보여준다.

 

특히 전용 62㎡는 최고 60.76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관심을 끌었다. 이는 수원 내 최근 3년간 분양 단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양 조건으로는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이 포함되어 있으며, 계약금 10%, 중도금 60% 무이자 조건이 적용됐다. 실내 수납 특화 설계 등은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췄고, “분양가는 높지만 혜택은 충분하다”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특히 망포역 초역세권 입지, 브랜드, 커뮤니티 설계 등 복합 요인이 청약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당첨 가점도 높았다. ‘내 집 마련을 기다려온’ 고가점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다. 이들은 상품성과 입지를 기준으로 판단했고, 공급이 적은 신축 대단지에 베팅한 것이다.

 

인근 시세에 미칠 영향은?

 

르마크가 완판되면서, 인근 아파트 시장도 술렁이고 있다. 우선 신축 아파트들의 호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준신축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영통, 자이 센트럴파크는 르마크보다 가격이 낮지만, 입지나 상품성 측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 저평가 구간이 될 수 있다.

 

구축 아파트의 경우 양면적인 반응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르마크보다 훨씬 싸다”는 가성비 매물이 부각될 수 있고, 반면 비교를 통해 리모델링 필요성이나 구조적 약점이 부각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수요는 선별적으로 이동하며, 지역 내 양극화는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의 ‘빅컷’ 발언, 금리와 시장의 온도차

 

르마크 성공은 금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제도에 0.5%포인트의 ‘빅컷’을 압박하며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연준이 이를 실제로 단행할 경우, 한국은행 역시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부담이 줄고, 심리가 살아난다. 이미 시장은 반응하고 있다. 수도권 주요지에서 분양 성적이 좋아지고 있고, 전세 대신 매매를 택하는 실수요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금리는 내려가도 대출 규제는 여전하다. 전매 제한, 재당첨 제한, 청약가점제 등 수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때문에 자산가, 현금 보유층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양상이 더 짙어질 수 있다.

 

공급은 더뎌지고, 수요는 누적되고 있다

 

르마크가 성공한 배경에는 공급 부족도 한몫했다. 수원 영통구는 최근 몇 년간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예정된 택지개발이나 대규모 재건축도 없고, 주변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반면 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자녀 교육, 직주근접, 인프라 확보를 중요시하는 실수요자들이 청약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수요가 몰릴 곳은 뻔하다. 역세권, 브랜드, 신축. 이 3가지 요소를 갖춘 단지는 시장이 어떻게 변하든 ‘안 팔릴 이유가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르마크가 보여준 세 가지 통찰

 

첫째, 가격보다 중요한 건 ‘믿을 수 있는 가치’다. 르마크는 비쌌지만, 수요자들이 믿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브랜드, 설계, 입지, 교통, 생활환경 모두가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금리는 시장의 ‘점화 장치’일 뿐이다. 심리를 건드리는 건 언제나 변화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부동산 시장은 과거보다 더 빠르게 반응할 것이다.

 

셋째, 격차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입지 좋은 신축은 올라가고, 그렇지 않은 곳은 정체된다. ‘비싸지만 팔리는 집’과 ‘싸지만 안 팔리는 집’이 나뉘는 시대다.

 

푸르지오 르마크는 그저 완판된 아파트가 아니다. 지금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가’를 명확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이제 우리는 가격을 보는 대신, 왜 그 가격이 나왔는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건 ‘누가 빨리 움직이느냐’가 아니라, ‘누가 옳게 판단하느냐’다.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은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살아남는 단지는 늘 있다. 르마크는 그 힌트를 충분히 남겼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건 숫자가 아니라 ‘기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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