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교수가 내린 AI 생태계 진단 “기술은 있으나 기회는 없다“ [헬로즈업]

2025.07.23 20:25:01

서재창 기자 eled@hellot.net


[헬로즈업 세줄 요약]

 

ㆍ이세돌 교수, 스타트업의 실증 기회 부족과 제도적 장벽 지적

ㆍ"공공 데이터는 형식과 품질 면에서 AI 개발에 부적합...실무 중심의 개선 요구돼야"

 

ㆍ"기술과 인재가 성장하고, 기업이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구조 만들어야"


 

인공지능(AI) 시대를 향한 한국의 여정이 과연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이세돌 UNIST 특임교수가 이번엔 바둑판이 아닌 연단 위에서 AI 생태계의 현실을 진단했다.

 

23일인 오늘 서울 종로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법제도 상반기 공개 세미나’가 열렸다. 기조연설을 맡은 이세돌 특임교수는 한국 스타트업의 고충, 인재 유출 문제, 불완전한 데이터 활용 환경 등 산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조목조목 짚어내며 "기술은 있지만, 써 줄 곳이 없다"며 "현재 국내 AI 산업은 참 어려운 게임"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교수는 "기술이 있어도 실증 기회, 초기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술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 AI 기업들이 공공기관과의 협업이나 실증 실험조차 어려운 현실을 예로 들며,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구조에서 누가 먼저 도전하겠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한국은 공공 영역에서 책임 회피 문화가 만연해 스타트업에 초기 실증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은 실험 중심 정책으로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국은 AI 특구를 통해 신속한 실증과 도입을 병행하고 있다며 대조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연설의 또 다른 핵심은 규제 환경에 있었다. 이세돌 교수는 "한국의 규제는 많아서가 아니라, 광범위하고 모호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생성형 AI에서 회계 시스템까지 포괄하는 현행 규제 정의는 스타트업에 지나친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에서 벗어나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규제를 먼저 열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대응하는 방식이 혁신과 윤리를 동시에 담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의 공공 데이터 개방 정책 역시 도마에 올랐다. 그는 "공공 데이터를 열어보면, 스캔된 PDF 이미지를 마주하는 경우가 있다"며 "AI 개발자가 데이터를 만드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 데이터의 형식은 엑셀, 이미지, 텍스트 등 제각각이고, 통일성도 설명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실무 중심의 개선 방안으로 데이터 형식의 통일, 메타데이터 제공, 자동 연동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며 "이러한 변화는 AI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AI 인재의 해외 유출 문제도 언급했다. 스톡옵션, 세제 혜택, 연구 자율성, 인프라 등의 측면에서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중국 등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현실을 공유하며 "인재 유출은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파격적인 연구비와 AI 인력 유치 정책으로 수천 명의 박사급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세돌 교수는 "기회가 없으면 기술은 사라지고, 사람은 떠난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보유한 데이터 인프라, 디지털 문서 체계, 우수한 엔지니어링 역량 등 분명한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기반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결국 핵심은 기회를 보장받는 생태계다. 이 교수는 “기술이 자라고, 인재가 남고, 기업이 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만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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