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PICK] 폭염 아래 더 뜨거운 불가마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지친다

2025.07.14 14:25:13

김재황 기자 eltred@hellot.net


산업을 움직이는 단어 하나, 그 안에 숨은 거대한 흐름을 짚습니다. ‘키워드픽’은 산업 현장에서 주목받는 핵심 용어를 중심으로, 그 정의와 배경, 기술 흐름, 기업 전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차분히 짚어봅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기술의 흐름 속에서, 키워드 하나에 집중해 그 안에 담긴 구조와 방향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근 높은 기온으로 산업현장 내 근로환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이 없이는 운영될 수 없는 물류센터는 밖보다도 더 높은 실내온도로 인해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열돔 현상으로 뜨거워진 한반도, 그 안에서도 더 뜨거운 불가마로 변해가는 물류센터에서 매일을 보내는 근로자들은 오늘도 지치고 있다.

 

뜨거워진 대한민국, 산업현장도 ‘고온주의보’

 

 

2025년 대한민국은 이른 여름부터 열돔 현상이 이어지며 6월과 7월 모두 예년보다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다. 7월 중순 현재, 일부 지역은 40도를 넘어서며 전국에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효된 상황이다. 특히 도심 외곽이나 내륙 산업단지의 기온은 주변 온도보다 2~3도 이상 높은 경우가 많아 사실상 체감온도 자체가 40도를 넘는 작업환경에 놓인 근로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각지대는 물류센터다. 전국에 분포된 대형 물류창고, 풀필먼트 센터, 냉동·냉장 시설은 겉보기와 달리 대부분 단열이나 환기 구조가 미비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로 설계된 곳이 많다. 이 때문에 기온 상승은 곧장 실내온도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작년 여름, 한 물류센터를 직접 찾았던 기자는 간단한 냉방장치가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센터가 안에서 내뿜는 열기를 실감하며 금방 지친 기억이 있다.

 

외부보다 더 덥다…물류센터 실내온도 ‘최대 50도’ 육박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에 따르면, 여름철 외부 기온이 33~36도에 달할 경우 단열이 취약한 금속지붕 구조의 물류센터 내부는 40도 이상까지 상승한다. 실측 사례에 따르면 지붕 아래 고온이 축적되는 일부 상층부나 개방형 컨테이너 구역에서는 최고 50도에 가까운 온도가 기록되기도 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작업하는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좁은 통로, 환기 없는 작업라인,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자동화 장비 옆에서 분류·포장·적재 업무를 반복한다. 냉방기기가 일부 설치된 센터도 있으나, 이는 휴게 공간이나 관리 사무동에 국한된 경우가 많고 실제 작업 구역은 비가동 냉방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여름, 물류센터 내부는 그야말로 ‘불가마’ 그 자체다.

 

열사병, 탈수, 심정지…고온 노동환경이 부르는 위험

 

이처럼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근무할 경우 근로자들은 실제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온열질환인 열탈진과 열사병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응급질환으로 즉각적인 조치가 없을 경우 혼수상태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기발표된 의료업계 전문가들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고온작업 환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증상으로는 탈수, 전해질 불균형, 심혈관계 이상, 두통, 현기증, 근육경련, 피부염 등이 있으며 기저질환이 있는 노동자의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한 여름철 물류센터에서 직접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30대 남성 B씨는 “오전에 들어가 오후까지 물을 한 잔도 못 마신 채 계속 포장 작업만 했다”며 “입이 말라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이 하루에도 여러 번”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중대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보고되는 온열질환 사고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나…보이지 않는 노동의 사각지대

 

여름철 물류센터 근무환경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거나 분석한 공식 통계자료나 정부 주도의 연구 보고서는 지금까지 거의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 노동단체나 시민단체가 야간노동이나 고용구조 중심의 실태조사를 진행한 사례는 있으나 폭염 하의 실내 고온 노동 환경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거나 분석한 공개자료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러한 조사 부재의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 국내 물류센터는 대부분 하도급·일용직 고용 형태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산재보험 미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결국 온열질환 등 작업자 개별의 건강 문제는 공식 보고나 신청 없이 비공식적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또 많은 물류센터가 대기업 자회사 또는 민간 위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외부 기관이나 조사기관이 현장에 접근하거나 측정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조사 부재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실제 피해가 존재하더라도 측정되지 않고 기록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통계 밖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단기 대응부터 구조 개선까지…실행 가능한 방안 ‘꼭’ 찾아야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방법은 없을까? 단기적으로는 냉방이 가능한 휴게공간 마련, 쿨링 조끼·아이스조끼 지급, 작업 중간의 충분한 휴식시간 보장 등이 근로자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대응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 물류업체들은 여름철 한정으로 쿨링 조끼나 아이스박스를 제공하는 시범 운영 사례를 보여주고 있으나 전면적인 적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또한 ‘폭염 대응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게시설의 냉방 설비 및 작업중 휴식 제공을 권고하고 있으나 법적 의무는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호주 등은 WBGT(습구흑구온도지수)를 기준으로 작업 제한 또는 중단 기준을 법제화해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자동 경보, 작업조 변경 등이 의무적으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장기적으로 물류센터 설계 단계에서 고온 대응 요소(단열·환기 구조 등)를 반영하도록 유도하거나 온열질환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웨어러블 기기 등을 통해 작업자의 체온·심박을 실시간 감지하는 안전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방안은 이미 일부 건설현장에서 시범 도입되고 있는 만큼 물류업계에서도 확대 적용 가능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조치들이 단순한 권고에 그치는 것을 넘어 법적 강제력과 정기적인 이행 점검을 통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치화된 기준과 책임 있는 실행이 수반될 때 물류센터는 '위험한 불가마'에서 '지속 가능한 일터'로 전환될 수 있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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