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의 흐름을 읽는 스마트한 습관 [글로벌NOW]
매주, 세계는 조용히 변화를 시작합니다. 기술이 바꾸는 산업의 얼굴, 정책이 흔드는 공급망 질서, 기업이 선택하는 미래 전략. 세계 곳곳에서 매주 벌어지는 이 크고 작은 변화는 곧 우리 산업의 내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글로벌NOW는 매주 주목할 만한 해외 이슈를 한 발 빠르게 짚어주는 심플한 글로벌 브리핑입니다. AI, 제조, 물류,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사건과 트렌드를 큐레이션해 독자들이 산업의 큰 그림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겠습니다.
[반도체] 말레이시아 경유 엔비디아 칩 활용 정황...中 기업 조사 착수
말레이시아를 경유지로 삼아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를 우회한 중국 기업의 AI 칩 활용 정황이 포착되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AI 기업 소속 기술자 4명이 80TB 분량의 데이터를 담은 하드디스크 60개를 들고 말레이시아로 입국해, 고성능 엔비디아 칩이 탑재된 서버 300대를 임대해 AI 모델을 학습시킨 뒤, 훈련된 데이터를 중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투자통상산업부는 “국내 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관계 기관과 확인 중”이라며, 불법 거래나 수출 통제 회피 시도에 대해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민감 품목에 대한 국제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안은 미국의 반도체 통제를 제3국에서 우회하려는 시도가 실제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말레이시아에 대한 미국 측의 관리·감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AI] 퍼플렉시티·SSI 인수 불발에도...메타, 스케일AI에 143억 달러 베팅
메타가 최근 AI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하며 창업자 알렉산더 왕을 영입한 가운데, 그 이전에도 주요 AI 스타트업 인수에 나섰던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구글 대항마로 주목받는 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의 인수를 타진했으나 협상은 상호 합의 하에 결렬됐다. 퍼플렉시티는 직전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 140억 달러를 인정받은 바 있다.
메타는 오픈AI 공동창업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설립한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SI)’ 인수도 시도했지만, 수츠케버가 이를 거절하며 무산됐다. SSI는 안전하고 강력한 초지능형 AI 개발을 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당시 기업가치는 약 320억 달러로 평가됐다. 비록 인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메타는 SSI의 공동창업자 대니얼 그로스와 전 깃허브 CEO 냇 프리드먼을 영입하고, 이들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NFDG’의 지분도 확보했다. 이들은 스케일AI 내 초지능 개발 조직에 합류할 예정이다.
메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LLM ‘라마4’의 기대 이하 성능과 오픈AI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메타는 최고 수준의 AI 인재 확보를 위해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며 경쟁사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IT] 애플, 3억 달러 특허침해 소송 항소심서 승소
애플이 자사를 상대로 제기된 3억 달러 규모의 특허 침해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대규모 손해배상 책임을 피하게 됐다. 이번 소송은 무선 통신 특허를 보유한 옵티스 와이어리스 테크놀로지가 제기한 것으로, 애플이 자사 아이폰에 관련 특허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하급심에서 배심원단이 내린 평결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평결을 무효화했다. 법원은 “배심원단에 제공된 지침이 법적으로 충분하지 않았고 재판 과정 전반에 오류가 있었다”며 사건을 다시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으로 환송하고 새 재판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해당 소송에서 두 번째로 뒤집힌 배상 평결이다. 앞서 2020년에도 옵티스는 애플을 상대로 5억 달러 규모의 배상 판결을 얻어냈으나, 이 역시 항소심에서 무효화된 바 있다. 옵티스는 무선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바탕으로 아이폰이 LTE 기술을 무단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이번 사건은 표준특허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분쟁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로봇] 로봇 무인 범선 ‘보이저’ 발트해 투입...로봇 기반 해상 안보 시대 ‘성큼’
겉보기엔 평범한 범선 같지만, 10미터 길이의 로봇 무인 선박이 발트해에 등장했다. 덴마크군은 이 ‘보이저(Voyagers)’ 4척을 작전 시험용으로 3개월간 투입한다고 밝혔다.
로봇을 통한 해상 안보 강화에 나선 덴마크는 승무원 없이 해상 감시를 위해 설계된 최첨단 무인 로봇 보이저를 발트해 가운데 배치했다. 이번 배치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고조된 발트해와 북해의 해상 긴장 및 빈번한 해저 인프라 손상 사고에 대한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덴마크 국방부는 광섬유 케이블, 전력선 등 주요 해저 인프라 주변의 감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시험의 핵심 목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에 본사를 둔 세일드론(Saildrone)사가 건조한 이 로봇 선박은 풍력·태양열로 구동된다. 이를 통해 수개월간 자율적으로 해상 운항이 가능하다.
로봇에는 레이더, 적외선, 광학 카메라, 소나(SONAR), 음향 모니터링 등 첨단 센서 장비를 탑재해 해수면 위아래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 해저 케이블 손상, 불법 어업, 인신매매 등 기존에는 감지하기 어려웠던 해상 위협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리처드 젠킨스(Richard Jenkins) 세일드론 CEO는 “보이저가 이전에는 눈과 귀가 없었던 곳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 도요타 유럽, 수소 연료전지 트럭 통해 '탄소 제로 물류' 시동
도요타 유럽이 수소 연료전지 트럭을 활용한 ‘배출가스 제로’ 물류 운송에 본격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2040년까지 물류 전반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도요타의 중장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번에 투입된 트럭은 도요타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VDL 그룹이 제작한 40톤급 대형 모델이다. 벨기에 디스트에 위치한 도요타 유럽 부품센터에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이동하는 주요 물류 노선에 적용되며 해당 노선에는 보스 트랜스포트 그룹, 세바 로지스틱스, 그룹 CAT, 유센 로지스틱스 등 주요 파트너사가 참여한다.
이 수소 연료전지 트럭은 디젤 트럭과 유사한 출력과 운송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실제 주행 조건에서 최대 400km까지 단일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으며 전기 모터 기반 주행으로 진동과 소음이 적어 도심 환경에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피로도도 크게 줄어든다.
도요타는 앞서 첫 데모 차량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엔 총 4대의 차량을 추가 도입해 벨기에,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에 분산 배치했다. 각 차량은 일일 50만 개 이상의 부품을 처리하는 도요타 부품센터 유럽의 물류 운영에 실시간 투입되며 성능 및 운용 효율성에 대한 지속적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헬로티 서재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