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의 디지털화가 성숙해짐에 따라 제조업은 ‘서비스화’, ‘인터넷화’되어 가고 있다. ‘서비스화’는 제품 공급 활동 대비 서비스 공급 활동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고, ‘인터넷화’는 비즈니스 활동에서 인터넷 매개 활동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또한 서비스 기업도 변화되는 제조업 시장에 속속들이 진입하고 있다. ‘서비스화’, ‘인터넷화’되는 새로운 제조업, 즉 신제조업이라고 칭하는 제조업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스마트 시티, 농업, 소매업, 운송업, 보건의료, 에너지 산업처럼 제조업과 유사하게 자산의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도 디지털화가 진행됨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시장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개별고객에게 적합한 가치’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기존 서비스업의 비즈니스에서 인터넷 매개 활동의 비중을 높여 ‘인터넷화’하거나 새로운 종류의 ‘인터넷화’ 서비스업을 탄생시켰다.
이들 기업은 주로 인터넷으로 연결된 소비자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이른바 ‘소비자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영어권에서는 ‘소비자 인터넷 비즈니스’라고 한다. 이들 기업은 20여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S&P 500대 기업 가치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히 성장했다.
앞으로 약 20년간 ‘서비스화’ 혹은 ‘인터넷화’되는 제조업, 운송업, 농업, 보건의료 산업 영역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들이 이들 기업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업이 종사하는 사업을 영어권에서는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라고 한다. ‘산업 인터넷’이란 산업 영역의 사물(Things), 기계, 컴퓨터, 사람을 연결하는 인터넷을 뜻한다. 많은 산업 전문가들은 조만간 이들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 세계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발전한 서비스업 분야인 ‘소비자 인터넷 비즈니스’가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와 차별화되는 것은 사물의 중요성이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는 점이다. 미국 산업인터넷컨소시엄(IIC)은 시스템에서 실제 사물, 기계, 컴퓨터, 사람을 디지털로 표현한 것을 디지털 트윈이라고 칭한다. 따라서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는 ‘소비자 인터넷 비즈니스’와 달리 디지털 트윈으로 연결된 인터넷의 활용이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는 디지털 트윈의 구현 없이 영화, 쇼 산업 분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한 소비자 인터넷 비즈니스를 구현하고 있다. 반면 지멘스나 GE는 인터넷을 활용하여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거나 디지털 트윈에 가까운 산업 인터넷 비즈니스를 지향하고 있다.
소비자 인터넷 비즈니스의 출현이 활발해진 것은 고객 정보나 주문 정보 등 서비스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를 인터넷으로 연결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고, 이를 처리하면서 이루어졌다. 즉,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비즈니스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비해 제조업 분야에서 인터넷 연결이 더뎠던 이유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계나 부품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주된 비즈니스 활동인 물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계가 주로 담당해왔다. 이 과정에서 공장의 기계와 부품은 말이 없고, 정보를 제한적으로 산출했다. 생산의 주요 주체인 기계나 부품이 자신의 상황을 인터넷에 연결된 데이터베이스로 보내는 데 제약이 따랐던 것이다. 또한 인터넷으로 연결된 데이터베이스에 생산 관련 정보를 입력해도 그것이 고객가치를 창출할 만한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기계와 부품에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부품 비중을 높였고, 여기에 센서(IoT)가 연결되면서 기계와 부품 상태의 센싱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센싱된 상태를 엣지컴퓨팅 디바이스나 클라우드에 데이터로 전달하고, 이를 분석하면 기계와 부품의 상태를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얻어낸 정보로 기계나 엣지컴퓨팅 디바이스, 클라우드가 상태를 판단하고 자율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센서가 부착된 부품이 제품으로 조립되어 기업 고객에게 공급되면, 기업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의 센서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해 그들에게 제품의 사용을 돕거나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하이 임팩트 기술의 등장
그렇다면 이를 가능케 한 기술은 어떤 것일까? 이에 대해 알아보자.
1. 디지털 트윈
디지털 트윈은 한마디로 실제 존재하는 물건에 대해 디지털 공간상의 쌍둥이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미국 산업인터넷컨소시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백서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은 시스템상 실제하는 실체를 디지털로 나타낸 것(a digital representation of a real-world entity of system)을 의미한다.
여기서 실체는 자산(Asset), 프로세스 및 시스템을 말한다. 실제하는 실체를 디지털 쌍둥이와 같은 존재로 나타낸다는 것은 실제하는 것을 실시간에 가깝게 디지털로 나타낸다는 것을 포함한다. 실제하는 실체를 디지털로 나타내는 것은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머무르는 단순한 형태일 수도 있고, 실체 내부의 물리적 모델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향후 일어날 일까지 예측하는 것을 디지털로 나타내는 형태일 수도 있다.
2. 사물에 피부와 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산업사물인터넷
미국 산업인터넷컨소시엄에 따르면, 산업 인터넷이란 ‘변혁적인 비즈니스 결과를 가져오고, 지능적인(첨단 데이터 분석을 통한) 산업 활동 운영(Operations)을 가능하게 하는 사물, 기계, 컴퓨터, 사람을 연결하는 인터넷’(internet of things, machines, computers and people, enabling intelligent industrial operations using advanced data analytics for transformational business outcomes)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빅데이터를 보내고 저장하고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전과 이를 처리하는 컴퓨팅 파워, 데이터 통신 및 저장과 관련된 밴드위드(Bandwith) 기술 등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 이것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기계의 상태를 알 수 없었으나 이제는 기계에 센싱이 가능한 감각 기능과 분석 기능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산업용 사물인터넷은 데이터 분석 혹은 AI 기술 활용을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3. 피부 신호를 말로 번역하는 첨단 데이터 분석 기술
GE의 경우, 비행기 엔진에서 실시간으로 보내지는 방대한 신호를 분석하여 엔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언제 예지 정비를 해야 되는지를 미리 파악해 해당 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고객이 성공적(가치부가, 고효율, 저비용 등)으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은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는 첨단 데이터 분석 기술이 적용된다.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 기술은 데이터를 유용한 정보로 분석하는 기술이다. AI 기술은 데이터 분석을 인터넷으로 연결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Data Analytic Algorithm)으로 자동화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하여 분석자 없이도 분석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4. 개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적층제조 기술
디지털 트윈이 실제하는 실체를 사이버 공간에서 디지털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적층제조 기술은 사이버 공간에서 디지털로 나타낸 실체를 실제하는 실체로 구현한다고 할 수 있다. 적층제조 기술(Additive Manufacturing)은 디지털로 된 3차원 실체를 원재료의 층을 쌓는 방식을 통해서 실제 물건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사용되는 소재는 용액, 파우더, 플라스틱, 폴리머, 금속, 세라믹 등이 있다.
5. 그 밖의 기술
위에서 설명한 네 가지 기술은 다른 기술들과 결합해야 활용도가 높아지고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적층제조 기술은 로봇, CNC 공작기계 등 자동화 기술과 결합해서, 즉 적층제조 방식의 이점과 기존 자동화 생산 방식의 이점을 결합해 다양한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을 구현할 것으로 보인다.
AR, VR, 시뮬레이션 기술은 디지털 트윈 기술, 데이터 분석 기술과 보완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컴퓨팅과 통신 인프라 기술은 앞서 말한 여러 가지 기술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데 보완적인 환경을 제공해주는 기술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 컴퓨팅, P2P 거래 등의 활성화를 위한 산업 인터넷 연결망의 신뢰성(예: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을 높이는 기술이다.
*<본 기획 연재는 임채성, 임재영, 손현철 님이 공동으로 저술하신 《GE의 혁신 DNA》 내용에서 발췌하여 요약 및 정리, 혹은 추가하여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