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 김동원 기자] 4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으로 김상우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선정됐다. 김상우 교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 인체 삽입형 소자를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해 차세대 의료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 김상우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교수 (사진 : 성균관대학교)
초음파로 정전기 발생시켜 충전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 구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4월 1일,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김상우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하여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김상우 교수가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와 정전기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 인체 삽입형 소자를 충전하는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차세대 의료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진동, 하중, 빛, 열 등 일상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해 전기로 바꿔주는 차세대 기술이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초음파로 정전기를 발생시켜, 인체 삽입 의료기기를 충전하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구현했다.
체내 원격 에너지 충전기술 개발 후 이를 이용한 소자 제작도 성공
기존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는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의 수명이 다하면 교체 수술이 필요해 환자의 고통과 사회경제적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체외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무선전송기술과 인체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압전기술이 연구됐지만, 각각 짧은 전송거리와 안전성 부족, 미미한 전력 생산으로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김상우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초음파를 이용해 인체에 삽입된 발전소자에 마찰전기를 일으켜 의료기기를 구동하는 체내 원격 에너지 충전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한 소자 제작에도 성공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고출력 마찰소재인 PFA폴리머 필름과 유연한 PCB 회로기판을 결합한 발전소자에 초음파로 진동을 전달해 금과 구리 전극간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관련 기술은 2019년 에너지마이닝에 기술이전 됐으며, 연구결과는 사이언스(Science)지에 2019년 8월 2일 게재됐다.
김상우 교수는 “초음파로 정전기를 발생시켜, 발전과 충전이 가능한 초음파 구동 정전기 하베스팅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며 “다양한 의료기술에 응용이 가능해 인체 삽입형 의료산업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 초음파에 의한 정전기 발전소자 구동 모식도(왼쪽)와 정전기 발전소자 구성 및 앞·뒷면 실제사진 (사진 : 성균관대학교)
[다음은 김상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Q. 국내 최초로 압전 소재 기반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에 관심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화합물반도체로 주목받기 시작한 산화아연(ZnO)을 선도적으로 연구하던 교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케임브릿지 대학교 박사후 연구원, 또 교수 임용 후에도 ZnO 중심의 화합물반도체 연구를 지속했다.
당시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는 새로운 태양전지 연구가 활발했다. 태양 외에 에너지원을 고민하던 중 사람의 움직임에 의한 운동에너지, 또는 바람처럼 자연에서 전기에너지로 변환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기계적 에너지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직접 연구해 온 ZnO은 반도체 특성뿐만 아니라 압전이라는 기계적 힘을 전기적 시그널로 바꿀 수 있는 특성도 지니고 있었다.
마침 2006년 조지아텍 왕종린(Zhong Lin Wang) 교수 그룹이 ZnO를 이용한 압전 나노제너레이터를 개발해 논문으로 발표한 것을 보고, 확신을 갖고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됐다.
Q. 초음파로 체내에서 마찰전기를 발생시켜 인체에 삽입된 의료기기를 구동하는 새로운 에너지 하베스팅 개념을 제안했다. 기존 기술과 차별화된 점은 무엇인가.
그동안 인체삽입형 의료기기의 전원공급을 위해 전력을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술과 체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이 주로 연구돼왔다. 하지만 무선 에너지 전송기술은 짧은 체내 전송거리 및 인체유해성의 문제가 있었고, 체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충분한 발전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검진과 치료에 사용되는 초음파로 쥐와 돼지 피부층에 삽입된 마찰발전기에 진동을 일으켜 정전기를 발생시켜 발전과 배터리 충전을 가능케 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생체 삽입형 발전소자 대비 1000배 이상의 출력 전류를 발전시켰으며, 인체삽입형 의료기기를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의 출력을 얻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Q. 이번 연구로 심장박동기, 인슐린펌프와 같은 생체삽입형 의료산업 발전이 기대된다.
초음파와 마찰전기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접목한 체내 발전기술은 외과적 교체 수술 없이 간편하게 배터리를 충전이 가능하다. 차세대 인체삽입형 의료기기의 전력원이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기술에 적용 가능하리라 예상한다.
구글은 ‘인간수명 500세’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노화를 막는 생물학적 접근방식과 증강인간(Augmented Human) 개념으로 인공장기, 인공혈관 등을 개발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인체에 삽입된 수많은 의료전자기기가 365일 24시간 원활히 작동하려면 체내 에너지 솔루션이 중요한 기반 기술이 되리라 예상한다.
Q.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연구개발은 다양한 기반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협력연구가 중요할 것 같다. 이번 연구가 결실을 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에너지 하베스팅 소재 및 소자개발, 그리고 체내에서 발생된 전력을 충전하기 위한 고효율 에너지 변환 시스템, 삽입된 디바이스 구동을 위한 무선 칩셋 및 극소전력 무선 시스템, 인체 유해성이 없는 패키징 기술, 생체신호 감지 회로 및 제어 소프트웨어, 동물 전임상 실험을 통한 유효성과 안정성 검증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협력을 바탕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전자부품연구원,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및 정부출연연구소, 국내외 기업체와 지속적으로 협력했습니다. 관련 기술은 지난해 에너지마이닝社에 기술이전해 기술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 김상우 교수 연구팀은 마찰전기 발전소자의 생체환경에서의 발전가능성을 확인했다. (사진 : 성균관대학교)
Q. 에너지·소재분야 전문학술지 ‘Nano Energy’와 ‘Advanced Electronic Materials’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흥미를 끄는 이슈는 무엇인가.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어떻게 조화롭게 공유할 수 있을까?’이다. 사견이지만, 목적이 불분명한 기초연구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탄탄한 기초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응용연구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Nano Energy 저널의 부편집장으로서 논문심사를 진행할 때, 너무 응용측면에 치우친 단순 실증(demonstration)이 중점인 논문이나 연구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논문은 게재 불가 판정을 내렸다.
Q.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궁금하다.
조지아텍 왕종린 교수님과 10여 년 이상 함께 관련 분야를 이끌어 오며 위기도 많았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는데,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갖고 새롭게 뛰어드는 것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최근에는 정전기를 이용한 나노발전기를 의료 및 환경분야에 접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전기 현상은 기원전 처음 발견됐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과학적 이슈가 산재해 기초연구로도 흥미 있는 토픽입니다. 지난 10년 나노발전기에 매진한 만큼 관련 기술을 상용화하고 새로운 응용 분야를 찾아 끊임없는 도전을 지속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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