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계속되는 ESS 화재 사고, 에너지 전환 발목 잡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만 벌써 16번째다. 지난 12월 17일, 충북 제천에 있는 ESS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화재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 11월 28일부터 긴급 안전 점검에 들어갔다. 안전 점검 중 또다시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결국 정밀 안전 진단을 받지 않은 ESS에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아직 화재 원인과 진화 방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올해만 벌써 16번째 사고, ESS 안전하지 않다!
ESS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높인다는 현 정부의 정책으로 ESS 설치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 장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계속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2월 17일 오전 7시, 충북 제천에 있는 아세아시멘트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원인은 ESS에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화재로 아세아시멘트 공장은 41억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올해 ESS 화재 사고는 이번이 벌써 16번째다. 태양광발전소와 연계된 ESS에서 8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풍력발전소와 연계된 ESS에서도 3건의 화재가 있었다. 계속되는 화재에 정부는 ESS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정부의 가동 중단 권고 대상은 전국에 설치된 ESS 1,253개 중 아직 정밀 안전 진단을 받지 않은 장치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점검이 700여 곳이 된 것으로 보아 500여 곳 이상의 ESS가 가동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ESS 설치 규모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2016년 225MWh에 불과했던 ESS 규모는 올해 6월 기준 1,182MWh로 급격히 늘어났다. 국내에 설치된 ESS 1,253개 중 태양광발전소와 연계된 ESS는 전체 46%인 575개이다. 낮 동안 전력을 줄이기 위해 심야 전기를 저장해두는 목적의 피크 저감용 ESS가 601개다.
산업부는 아세아시멘트 공장 ESS에 사용된 것과 같은 LG화학 배터리를 설치한 사업장 중 안전 진단이 끝나지 않은 80여 개에 대해 즉시 가동을 중단시켰다. LG화학은 해당 배터리에 대해 긴급 안전 점검을 하기로 밝혔다. LG화학 배터리가 사용된 ESS는 11월에만 4차례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 원인은커녕 진화 방법도 몰라
문제는 계속되는 화재에도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알지 못하는 데 있다. ESS는 배터리와 함께 전력변환장치(PCS), 운영소프트웨어 등으로 구성되는데 어디서 불이 나기 시작한 건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터리와 PCS 제조사가 제각각이고, 친환경발전소나 공장 등 설치장소와 용도도 모두 달라 특정한 공통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ESS 화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한 5~9월에는 열에 약한 리튬이온배터리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었다. 하지만 최근 낮은 기온에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배터리 자체가 화재의 원인일 가능성이 낮아졌다.
ESS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ESS 화재 중 대부분이 태양광 연계 ESS에서 발생했던 점에 비춰 외부적 요인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며 “ESS를 구성하는 배터리나 PCS 등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고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와 ESS 배터리는 구조가 아주 흡사하다”며 “유사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던 만큼, ESS 화재 역시 배터리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부품 문제가 아니라 유지·보수와 관리 감독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배터리 업체들은 PCS를 모르고, PCS 업체들은 배터리를 모르는 상태에서 요구 사항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전체 설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재 진화 방법이 아직 분명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ESS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진압할 소화약제조차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화액이 없어 불이 나면 전소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전력수요 관리를 위해 2012년부터 ESS를 설치하려는 산업·건물·공공부문에 최대 80%의 설치비를 지원해왔다. 2014년부터는 ESS 관련 R&D에 1,993억 원을 지원했다. 설치와 연구를 지원하기 전에 제대로 된 안전 점검과 후속 계획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기만 하다. 뒤늦게 외양간을 고치기에는 너무 많은 소를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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