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률 반경 1.5mm 이하이고 1,000번 이상 휘어져도 작동하는 무기물 기반 트랜지스터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이에 따라 돌돌 말거나 접을 수 있는 스마트 전자기기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여기서, ‘곡률(Curvature)’은 선 또는 면이 구부러지거나 접히는 경우 수학적으로 그 곡선 또는 곡면이 얼마나 휘어져 있는가를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곡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휜 부분에 가상의 원을 그리게 되는데, 그 원의 반지름을 ‘곡률 반경(Radius of Curvature)’이라고 한다.
‘곡률이 작다’는 것은 많이 휘지 않았다는 뜻이지만, ‘곡률 반경이 작다’는 것은 많이 휘거나 접혔다는 의미이다.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곡률 반경 1.5mm란, 1.5mm의 반지름을 가진 원 크기로 기판을 접었다는 의미이다. 결국 곡률이 클수록, 즉 휘어진 정도가 클수록 곡률 반경이 작고, 휘어진 정도가 작을수록 곡률 반경이 크다.
갈라짐과 주름이 없는 박막 제작
기존의 유연 트랜지스터 채널 물질로 잘 휘어지는 반도체 고분자(Semiconducting Polymer) 물질이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전자이동도(트랜지스터의 소스-드레인 전극에 전위차를 주었을 때 전하를 띤 전자가 반도체 채널 내에서 움직이는 속도)가 낮아 고성능 전자소자에 이용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GIST(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정건영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폴리머 게이트 유전물질 위에 전자이동도가 높은 IGZO 금속 산화물 채널로 구성된 유연한 무기물 기반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그림 1 참조).
▲ 그림 1. 폴리이미드 기반 유연 IGZO 트랜지스터의 단면도
폴리이미드 위에 제작한 IGZO-TFT는 물리적으로 약하게 접촉하고 있어 PDMS/
glass substrate로부터 쉽게 분리가 가능하다. 평평한 PDMS/glass substrate
위에서는 스핀코팅 용액공정이 가능하며, 폴리이미드 기판과 SA7 게이트 유전물질의
이용으로 열처리 간 공정 결함이 최소화되므로 우수한 IGZO-TFT를 제작할 수 있다.
IGZO는 인듐(In)-갈륨(Ga)-산화아연(ZnO)으로 구성된 비정질 반도체 물질로, 1995년 일본 동경공업대학 세라믹 응용연구소의 재료과학 연구자인 호소노 히데오 교수와 그의 연구팀에서 개발한 산화물 반도체이다. 용액공정 또는 간단한 스퍼터링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으며 기존의 비정질 실리콘과 비교했을 때 전자이동도가 10배 이상 크며 인가전압이 작고 광 수집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적은 소비전력으로 빠르게 작동하는 반도체 소자를 제작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TV,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분야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기존 게이트 유전물질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PMMA 위에 증착된 IGZO 박막은 열처리 이후 표면이 갈라지거나(Crack) 주름(Wrinkle)이 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폴리머 게이트 유전물질로서 열적 안정성이 우수한 SA7을 사용, 그 위에 IGZO 박막을 증착함으로써 열처리 시 갈라짐과 주름이 없는 박막을 제작할 수 있었다(그림 2 참조).
▲ 그림 2. 열처리 후 주사전자 현미경 사진
게이트 유전물질로 PMMA를 썼을 경우(왼쪽), 열처리 후 IGZO 박막이 갈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왼쪽 아래). 반면에 게이트 유전물질로 SA7을 쓴 경우(오른쪽), 열처리
후 IGZO 박막에 갈라짐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SA7 게이트 유전층 기반의 IGZO
트랜지스터는 열처리 후에도 반도체 표면이나 전극에 갈라짐이 발생하지 않는 매우
우수한 내열성 및 내구성을 보였다.
여기서 SA7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수한 IGZO TFT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IGZO 박막 아래에 놓이는 유기 게이트 유전물질이 균일하면서도 결함이 적게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탄성적인 유기물과 단단한 무기물을 접촉하여 매끄러운 계면을 형성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IGZO 스퍼터링 간 플라즈마로 발생하는 열에 의한 유기 게이트 유전물질의 변형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우수한 열적 및 기계적 특성을 지닌 SA7을 이용하면 공정 간 결함이 적은 우수한 IGZO 박막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1.5mm의 곡률 반경으로 구부렸을 때 IGZO 채널에 형성된 나노 주름들이, 박막을 다시 펼쳤을 때 사라지는 복원력을 보여주었다(그림 3). 이렇게 개발된 IGZO 박막 트랜지스터(TFT)는 전자이동도 15.64cm2/Vs, 문턱전압 6.4V, 온오프 전류비 4.5×105의 소자 특성을 나타냈다.
여기서 문턱전압은, 트랜지스터의 소스-드레인 전극에 일정 전위차를 주고 게이트 전극에 전압을 인가할 때 반도체 박막 내 전하가 움직일 수 있는 채널을 형성시키는 최소의 게이트 전압을 말한다. 문턱전압이 높으면 사용하는 동안 전력 소비가 커지므로 적은 문턱전압이 요구된다. 또한 온오프 전류비는 트랜지스터 동작 시 포화전류 대 기저 전류의 비를 말하며 ‘점멸비’라고도 한다. 점멸비가 높을수록 반도체에 흐르는 전류의 양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우수한 성능의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다.
▲ 그림 3. IGZO 채널의 나노 크랙 생성 및 평탄한 IGZO 채널 모습
차세대 전자기기에 적용 가능
아울러 곡률 반경 1.5mm에서 1,000회 이상의 굽힘 실험(Bending Test) 후에도 소자의 특성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굽힘 변형률 3.33%에 해당하며, 기존에 보고된 유연 IGZO 트랜지스터의 최대 굽힘 변형률 1.5%를 크게 상회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굽힘 변형률은 외부에서 굽힘 변형력이 가해졌을 때 물질이 변형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이며, 굽힘 변형률이 높을수록 굽힘으로 인한 변형 정도가 커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 그림 4. 1,000회 굽힘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트랜지스터의 특성 저하가
보이지 않았다
정건영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IGZO 트랜지스터는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차세대 전자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향후에는 고무줄처럼 잡아당긴 후 본래의 크기로 되돌아가도 작동 가능한 신축성 있는 IGZO 트랜지스터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주도하고 GIST 박사과정의 요긴스 쿠마레산(Yogeenth Kumaresan) 연구원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파이오니어 사업과 GIST 연구원(GRI)의 지원을 받아 시행됐다.
정리 :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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