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성 실, 면사와 함께 직조해 옷감 일체형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구현
최근 웨어러블 전자소자가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으면서 옷과 같은 섬유에 전자소자의 기능이 결합된 전자섬유(Electronic Textile)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 전자섬유란, 섬유 자체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전기적인 특성도 갖고 있는 섬유를 의미하며, 디지털 텍스타일(Digital Textile) 또는 스마트 텍스타일 (Smart Textile) 등과 같은 다양한 용어도 함께 사용되고 있다. 리모컨이 붙어 있는 쿠션, 낙상방지용 침대 시트, 인체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한 속옷, 입는 컴퓨터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라베이스는 향후 웨어러블 스마트 의류가 웨어러블 시장을 주도할 것(2015)이라고 전망했다. 섬유는 유연하고 편안하기 때문에 사람이 하루 종일 입고 다녀도 피로감을 덜 느껴 웨어러블 전자소자의 이상적인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기술 수준은 옷감 위에 딱딱한 고체 전자소자 또는 센서 등을 단순히 붙이거나 전도성 섬유를 이용하여 소자들 사이를 연결하는 형태에 머물러 있어 섬유의 편안함을 기대할 수 없는 단계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자소자 자체가 섬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실 형태의 옷감에 삽입될 수 있는 전자소자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 유기반도체/절연체 고분자 블렌드의 상분리를 이용해 절연막/반도체 이중층이 포함된 전도성 섬유
구조체 제작 공정 및 섬유형 트랜지스터의 모식도
절연막과 반도체 막 동시 형성
다양한 전자소자 중에서 트랜지스터는 센서, 디스플레이 등 전자소자를 구동하는 데 기본이 되는 스위칭 소자로, 섬유형 전자소자 구현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품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절연막, 전도성 전극의 복잡한 다층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섬유형태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기존에 보고된 섬유형 트랜지스터는 절연막과 반도체 사이의 계면접착력이 좋지 않아 외부 변형에 소자 성능이 나빠진다는 단점이 있었으며, 반도체 층이 섬유의 한쪽 면에만 형성됨에 따라 섬유에 직접 직조해 넣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소재연구단의 임정아 박사팀은 전도성 실 위에 1회 코팅함으로써 절연막과 반도체 막을 동시에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실 형태의 전계효과 트랜지스터(Field-Effect Transistor)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란, 트랜지스터에 인가되는 전압에 의해 전계가 형성되고 전계의 세기에 의해 전류가 조절되는 형태의 트랜지스터를 말한다. 게이트 전극에 인가되는 전압에 의해 소스와 드레인 전극 간 반도체를 통과하는 전자 또는 정공의 흐름이 달라짐에 따라 스위칭 기능을 담당하는 전자소자이다.
연구진은 용액공정이 가능한 유기반도체와 절연체 고분자의 혼합물(블렌드) 용액을 전도성 실 표면에 1회 코팅하고, 혼합물에서 자발적으로 상분리가 일어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기반도체가 실 가장 바깥쪽 표면에 막을 형성하고 그 안쪽에는 절연체 막이 형성되어 절연막/반도체 이중층으로 감싸인 전도성 섬유 구조체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전도성 섬유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전극(전류를 제어하는 금속접속자)으로 사용 가능하며, 이후 소스(Source)와 드레인(Drain) 전극을 반도체 층 위에 형성해 섬유형태의 트랜지스터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섬유형 트랜지스터는 기존 평평한 기판에 제작됐던 유기박막 트랜지스터와 유사한 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에서 나온 고분자 블렌드 상분리(Phase Separation of Polymer Blend)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고분자는 이종물질과의 혼합물(일반적으로 블렌드라고 한다)에서 두 물질이 열역학적으로 서로 섞이지 않아 분리된 형태로 존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 전도성 실을 소스와 드레인 전극으로 사용하고 면사와 직조하여 제작한 섬유형 트랜지스터 및 동작 특성
소재의 종류 및 혼합비율, 공정조건에 따라 다양한 상분리 형태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번 연구는 두 가지 혼합물질이 각각 다른 층으로 분리되는 수직상분리(Vertical Phase Separation)를 이용한 것이다.
임정아 박사팀이 개발한 절연막/반도체 이중층 기반 전도성 섬유 구조체는 절연막/반도체 층의 계면접착성이 우수해, 소자를 3mm 까지 접은 후에도 소자 성능이 80% 이상 유지된다는 특성이 밝혀졌다.
또한 섬유 표면 전체에 절연막/반도체가 고르게 형성되어 트랜지스터 성능이 균일하게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전도성 실을 소스와 드레인 전극으로 사용하고 일반 면사와 함께 직조하여 옷감 안에 트랜지스터 소자를 직접 삽입할 수 있는 전자섬유를 제작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직조 가능한 섬유형 트랜지스터로서 기존의 평면상에 제작한 유기반도체 트랜지스터와 유사한 특성 및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차세대 웨어러블 컴퓨터, 인체신호 모니터링 기능을 가진 스마트 의류 등 한층 똑똑해진 차세대 웨어러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임정아 박사는 현재 전자섬유 연구가 세계적으로 섬유형 전자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이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전극 실과의 계면안정성, 세탁 등 외부 자극에 대한 내구성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가 더욱 더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리 :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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