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재료를 이용한 자가 발전으로 친환경 기술 활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천연 바이오 재료인 실크를 마찰시켜 발생시킨 정전기로 마찰 전기 발전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KAIST의 오일권 교수팀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연구)을 통해 연구를 수행했다.
화석연료 고갈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화석연료 연소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압전형 나노발전기와 같이 기계적 에너지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주변 환경에서 버려지는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이용하는 것)은 자가 발전 시스템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적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여 그동안 많이 연구되어 왔다.
최근에는 마찰을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이 기존의 압전형 나노발전기보다 제작 편리성, 고출력, 비용 효과적인 특성 면에서 여러 연구자들에게 새로 주목 받고 있다.
마찰형 나노발전기는 접촉 전위와 정전유도에 의해 전기에너지가 발생하는 원리로, 전기음성도(Electronegativity : 분자에서 원자가 공유 전자쌍을 끌어당기는 상대적 힘의 크기)가 다른 두 물질이 접촉 및 분리될 때 전하 이동이 발생한다. 발전량을 높이기 위해 대전되는 표면적을 넓히거나 메탈 나노입자 도포, 유기 물질 에칭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마찰형 나노발전기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거나 현재 각광받고 있는 인체 친화형 전자기기로 사용하려면 표면적을 넓히기 위한 복잡한 공정 과정, 고가 장비 사용, 인체 유해물질 사용 등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
이 전기 발전기는 천연 재료인 실크와 플라스틱 계열 폴리이미드를 마찰시켰을 때 정전기가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에 표면 전하 측정을 통해 두 재료의 일함수(Work Function : 고체 표면에서 한 개의 전자를 고체 밖으로 빼내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를 구함으로써, 실크는 폴리이미드보다 상대적으로 전자를 잘 잃고, 반대로 폴리이미드는 전자를 잘 얻는다는 경향을 확인했다. 그리고 표면적이 넓을수록 대전되는 면적이 넓어져 마찰 전기 발전량이 더 많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 그림 1. 천연 바이오 재료인 실크와 간단하고 저비용 기법인 전기방사를 사용해 만든 마찰 전기 발전기
표면 전하 특성 분석으로 발전 메커니즘 검증
환경, 인체 친화형 물질인 실크와 플라스틱 계열의 폴리이미드를 마찰 재료로 사용했고, 두 재료의 표면 전하 특성을 분석해 발전 메커니즘을 검증했다. 마찰 전기 발전기의 전기 에너지 발생 메커니즘은 마찰 전기 효과와 정전기 유도 현상(Electrostatic Induction)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정전기 유도 현상이란, 어떤 도체에 대전체를 가까이 했을 때 대전체에서 가까운 쪽에는 대전체가 띤 전하와 다른 종류의 전하가 유도되고, 먼 쪽에는 같은 종류의 전하가 유도되는 현상을 말한다.
두 마찰층이 마찰되면 전기음성도 특징에 따라 상대적으로 전기음성도가 높은 물질이 전자를 얻고, 음의 전하를 띠게 된다. 폴리이미드의 전기음성도가 실크보다 높기 때문에, 두 물질이 마찰하면 폴리이미드 층이 음의 전하를 띠게 된다. 두 마찰 재료를 마찰했다가 떨어뜨리면, 두 재료 사이의 전기적 전위 차이 때문에 외부 회로를 통해 전기적으로 평형 상태가 될 때까지 전자가 이동하게 된다.
실제 환경에서 가해지는 외력은 크기와 형태가 무궁무진하므로, 다양한 펄스 신호를 가진 신호로 사용해 다양한 외부 입력에 따른 발전 성능을 확인했다. 입력신호는 펄스 신호의 변수인 크기, 주파수, 듀티비를 조절했다.
기본적으로 아치형으로 제작한 발전기를 펄스 신호 입력 하에 가진기로 눌러서 부착시켰다가 탈착시킴으로써 발전기 출력을 테스트했다.
표면적이 넓으면 대전되는 면적이 넓어져 발전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므로, 기존 방법에 비해 간단하고 저렴한 전기방사 기법을 이용하여 실크를 나노파이버 형태로 제작했다. 캐스팅한 실크 필름보다 표면적이 넓은 전기 방사 실크로 만든 발전기 성능이 개방 회로 전압 기준 약 1.5배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 그림 2. 마찰 전기 발전기의 메커니즘 [① 위(PI : 폴리이미드)/아래(Silk : 실크) 면이 접촉된 후
마찰 전기 효과에 의해 각각 (-)와 (+)로 대전되고, ② 분리될 때와 ④ 접촉할 때 정전기 유도 현상에
의해 전자 이동이 발생한다]
인체 친화적이며 저렴해 활용 가치 풍부
이 연구를 통해 개발한 실크 나노파이버 기반 마찰 전기 발전기의 순간 출력은 개방 회로 전압이 약 17V, 4.3mW/m2였으며, 정류과정을 거쳐 5분 만에 커패시터에 2V 전압을 축적할 수 있었다. 또한, 실크 자체의 우수한 기계적, 물리적, 화학적 특성으로 인해 25,000번 이상의 반복 테스트에도 발전 성능을 유지함에 따라 마찰 발전기의 안정성과 내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졌던 정전기를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로서 천연재료인 실크를 이용해 전기 발전기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있다.
이 실크 기반 마찰 전기 발전기는 천연 바이오 재료인 실크와 간단하고 저비용 기법인 전기 방사를 사용하므로, 인체 친화적이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향후 자가발전형 에너지 하베스팅이나 인체친화형 전자기기 등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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