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조 원 국내 계측시장의 60% 수입에 의존 중
국내 계측시장의 수요 규모는 세계 6~7위권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계측기 제조업체는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계측기 핵심 원천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열위에 있어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계측기기연구조합의 박기성 사무국장을 만나 국내 계측기기 시장의 흐름을 짚어보고, 국내 계측시장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한국계측기기연구조합 박기성 사무국장
국내 계측기기 시장은 기타 유관산업까지 포함하여 연간 50조 원에 육박하는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계측기기 시장의 대부분을 외산 업체가 점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계측기기연구조합(이하, KMIRA)은 2007년부터 우리나라 시장 상황에 따라 홍보, 판매를 비롯해 AS까지 모든 부분을 해결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현실적인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우수 계측기기 제조업체를 모아 공동 브랜드 제네오(XENEO)를 런칭했다.
아울러 기업과의 공동연구개발수행뿐 아니라, 국내개발중인 계측기의 성능평가 지원과, 국산계측기의 홍보 및 판매지원과 KOLAS 인정 국제공인교정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KMIRA의 박기성 사무국장은 제네오를 런칭한 지 약 10주년이 흐른 지금, 최근 괄목할만한 성과를 묻는 질문에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NFEC)와 MOU를 체결하고, 제네오를 국산업체 공동브랜드로 확대하는 재출범식을 미래창조부의 주최로 지난 2014년 6월, COEX에서 열었으며, 이날 행사에는 미래부 차관을 포함한 50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그 이후 많은 국산장비 개발업체의 장비를 제네오로 등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제네오의 판매 및 홍보강화 방안을 산업부 미래부와 연계하여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하이엔드 계측기기 기술 격차, 3~5년 이상
전자계측기는 전기·전자 장비의 전기적 특성을 시험, 측정, 분석하는 장비이며, 전기, 전자, 가전, 통신제품 등의 디지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 생산 및 매출도 증대되고 있다.
수요산업별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디지털 가전산업의(공정용) 검사 장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며, 최근 통신계측기 분야의 성장성도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전자계측기 출하액은 2011년 수요 산업인 TV, PC의 보급률 포화로 인한 전자부품 설비투자 수요 부진으로 출하액이 감소하였으나, 2012년 이후 LTE 네트워크 투자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냈다. 수입 및 수출 또한 2012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나타낸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계측기 내 범용계측기 주요 품목인 오실로스코프, 네트워크 분석기, 논리회로 분석기, 프로토콜 분석기 등의 생산 비중이 높으나,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높은 스펙트럼 분석기 등 일부 고부가가치 계측기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KMIRA의 박 사무국장은 “국내 계측기 업체 기술 수준은 현재 멀티미터, 오실로스코프, 스펙트럼분석기, 전압·전류 검사용 기기 등 모듈화, 범용화된 기술을 활용한 계측기는 중국, 대만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반면, 이동 통신용 무선측정기, 광 통신용 계측기 등 노광기 계측, 웨이퍼 검사기기와 같은 고사양 정밀 분석기기, 반도체, 이동통신용 계측기 가운데 첨단 제품은 미국, EU 등 주요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3~5년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하이엔드 계측기기의 수입 비중이 높은 이유를 밝혔다.
6조 7500억 원 규모 국내 시장, 60%를 수입에 의존
국내 계측기 산업은 전기, 전자, 제어 등의 다양한 기술이 결합해 디지털화 및 복합화되고 있으며, 통신, 반도체, 자동차 등 거의 모든 첨단제조업을 수요처로 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시장의 수요 규모는 세계 6~7위권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국내 계측기 제조업체는 중소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계측기 핵심 원천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열위에 있어 수입 비율이 높은 실정이다.
더욱이 고부가가치의 고정밀·고사양의 특수 계측 분야를 중심으로 외산 장비들이 선호되어 공급되고 있으며, 국내 제품은 범용 전자계측기, 일부 통신계측기, 반도체/디스플레이검사장비 등을 중심으로 자체 개발·생산하고 있으나 핵심 부품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국제 경쟁력이 낮다.
KMIRA의 박 사무국장은 “계측기기 내수 시장규모(2014년 조사 결과 기준)는 6조 7,500억 원으로 추산되며, 이 중 수입액은 4조 708억 원으로 내수시장규모 대비 수입품 점유율은 60.3%에 달한다. 수출은 1조 9,282억 원으로 국내기업 전체 출하액 대비 41.8%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계측기 산업은 최첨단 계측기 분야의 특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 영국, 이태리, 캐나다, 프랑스 등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시장을 주도(점유율 80%)하고 있으며, 신흥공업국인 중국, 대만, 우리나라가 범용 계측기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 경쟁력 확보 위한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은 필수!
현재 국내 계측기기 산업의 경우, 고정밀 기술제품은 EU 및 미국 수입제품에 비해 기술경쟁력에서 밀리고, 범용제품은 중국, 대만 등 개발도상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전형적인 샌드위치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 EU 및 미국 글로벌 기업도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 및 동남아로 이전하고 있고, 범용 오실로스코프를 중심으로 한 중국산 저가제품의 수입증가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업체는 특히 저가범용제품 중심으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산업의 특성(주문자 생산방식)상 중소기업 위주로 형성된 국내업계는 자생적으로 단기간 내에 수입품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이며, 기술개발 및 지원에 있어서의 선택과 집중, 국내수요처와의 협력관계 강화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의 대처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산업 등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계측기 수요기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계측기 산업은 내수시장의 60% 이상을 수입제품에 의존하는 등 불균형 상태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내수시장 점유확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첨단 연구장비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연구장비는 장비 개발에 5년, 사업화 시 성능평가 및 공인성적서 획득에 5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과 같이 단기간 투자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군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2~3년 간격으로 성과분석을 진행해 성과가 미비한 산업군은 잘라내기도 한다.
이에 KMIRA의 박 사무국장은 “국내 계측기기 업체는 중소기업 위주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심한 투자를 감행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 주도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시험분석장비를 국산화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장비를 국산화만 한다면, 장비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데, 그 잉여 비용을 국내 계측기 업계에 투자한다면, 국내 업체들도 중장기 계획을 세워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나라도 미국, EU와 같은 계측기기 강국처럼 원천기술을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덕 기자 (eled@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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