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봇 연구 동향(1)] 로봇은 대체 수단이 아닌 협업…지능화로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미국 로봇 연구 동향(2)] 로봇 활용 현황과 연구 동향
로봇 활용 현황
1. 제조 분야
최신 산업용 로봇을 보면 제조의 면에서 사람과 협업 가능한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리싱크 로보틱스사에서 개발한 로봇 ‘백스터(Baxter)’이다. 이 로봇은 두 팔을 사용해 일을 하고, 상자 포장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다. 작업을 지시하는 경우에도 복잡한 프로그래밍이 필요 없이 백스터의 팔을 잡고 움직이는 것만으로 작업 순서를 기억하게 할 수 있다. 머리 부분에 달린 360도 감시 센서는 인간의 접근을 감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팔이 사람에 닿은 경우에도 관절부에 설치된 직렬 탄성 액추에이터로 충격을 줄이는 등 높은 안전성도 확보하고 있다. 백스터는 단순 작업용이므로 고속으로 정밀 작업을 할 수 없지만, 가격은 2만5,000달러로 다른 작업 로봇보다 저가격이다. 따라서 도입 비용 때문에 로봇 도입을 미루었던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보급되고 있다.
2015년 3월에는 이 회사에서 차세대 로봇 ‘소여(Sawyer)’ 개발이 발표되었다. 상세한 기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백스터보다 소형 전자회로 기판 등을 취급하는 정밀작업이 가능한 로봇이 되는 것 아니냐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스위스의 산업용 로봇 생산 업체 ABB 로보틱스사 등도 사람과 협업 가능한 로봇 ‘유미(YuMi)’를 개발했다. 유미는 팔에 부착된 카메라를 사용해 필요한 부품을 찾아내고 집어 올려 제조 과정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로봇이다. 정밀기기 제조 부품도 정확하게 다룰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바늘에 실을 꿸 만큼 정밀 작업이 가능하므로 기존에는 인간의 수작업이 필요한 시계, 스마트폰 등의 제조 과정에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유미는 높이 56cm로 소형이지만 두 개의 팔을 벌리면 162cm로 인간에 가까운 사이즈가 된다. 가벼운 몸은 충격을 흡수하는 패드로 덮어 충돌을 감지한 경우에는 순식간에 작업을 중단하는 등 인간 옆에서 작업하는 것을 상정한 안전성 대책도 이루어졌다. 가격은 4만 달러를 예정하고 있다고 한다.
2. 서비스 분야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 호텔 체인 알로프트 호텔에서는 고객의 방까지 이동하고 의뢰된 물품을 보내는 서비스 로봇을 도입했다. ‘보틀러(Botlr)’로 명명된 이 로봇은 장애물을 피하면서 호텔 내를 이동할 수 있으며 다른 층으로 이동할 때에는 탑재된 와이파이와 4G 회선을 통해서 엘리베이터를 불러내 스스로 승하차하게 된다.
현재는 숙박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스낵 과자와 용품 등을 객실까지 배달하는 룸서비스용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장래 호텔의 다양한 일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대형 홈센터 로우스에서는 가게를 안내하는 접객용 로봇 ‘오쉬봇(Oshbot)’을 이용하고 있다. 오쉬봇은 손님이 다녀가면 먼저 인사를 하고, 손님에게 안내가 필요하면 매장까지 에스코트한다. 오쉬봇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사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자연 언어 처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대화로 접객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전후에 설치된 2개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인간 점원과 주고받거나 손님에 대해서 특가품을 홍보할 수도 있다. 더욱이 머리의 3D 스캐너를 사용해 제품을 판독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손님이 지참한 구매 희망 상품을 인식해 같은 크기 제품의 재고 정보를 확인하는 등 꼼꼼하게 접객도 실현할 수 있다.
그림 5. 홈센터 접객 로봇 ‘오쉬봇(Oshbot)’
3. 간호·의료·건강 분야
간호·의료·건강 분야에서는 인터랙티브 모션 테크놀로지스사가 뇌졸중 등으로 운동 마비 장애가 남는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 기능을 개선하기 위한 재활용 훈련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회사에서 개발한 손목용 재활 로봇 ‘인모션 리스트(InMotion WRIST)’는 조종간이 달린 외골격형 로봇으로, 환자는 조종간을 조작하고 화면에 출력된 목표를 타깃으로 게임을 하는 느낌으로 재활을 할 수 있다. 환자의 조종간을 기울이는 힘이 약한 경우에는 로봇이 움직임을 지원해 환자의 근력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 인모션 리스트를 비롯한 팔의 재활 로봇은 이미 FDA 승인을 얻었고, 다리 재활기기에 대해서는 시험 중인 단계이다.
인터랙티브 모션 테크놀로지스사 대표를 맡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크렙스 교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미 38개 병원과 협력하고 있으며, 일본을 포함한 해외 13개국의 병원과 제휴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구글과 존슨앤존스(J&J) 등도 이 분야의 로봇 연구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두 회사는 2015년 3월 로봇 수술에 고도의 도움을 주는 로봇 수술대를 공동 연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술에 의한 출혈과 상처를 억제해 환자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는 저침습 의료를 실현하려면 환자의 체내를 가시화할 수 있는 수술 지원 로봇이 불가피하다는 전제를 토대로 두 회사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J&J사의 최신 의료기기를 사용해 로봇 수술대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첨단 화상처리 기술과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혈관이나 신경회로, 종양의 형상 등을 실시간으로 1개의 화면에 통합함으로써 그동안 여러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수술하던 집도의 부담의 대폭 경감이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 캘리포니아 주를 거점으로 하는 로봇 벤처기업 제넥스에서는 강력한 자외선을 조사해 바이러스를 파괴함으로써 병원 내의 설비를 소독하는 로봇 ‘리틀 모에(Little Moe)’를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자율 주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운반해야 하지만, 방의 사이즈 등을 설정하면 강한 자외선을 조사해 병실의 표면에 부착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99.9%를 5분 만에 사멸시킬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강력한 자외선으로 바이러스의 DNA를 파괴함으로써 소독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2014년 미국에서 확대가 우려되었던 에볼라 바이러스도 2분 만에 사멸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4. 군사 분야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는 병사의 장거리 행군을 가능하게 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개발을 여러 대학 및 기업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워리어 웹(Warrior Web)으로 불리는 연구 프로그램 아래 웨어러블 슈트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처럼 크고 무게 있는 강화 외골격형이 아니라 전투복 밑에 착용 가능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한 보행 지원 시스템 개발을 목표하고 있다.
이미 공동 연구처 중 하나인 하버드 대학에서 소프트 엑조슈트(Soft Exosuits)로 불리는 웨어러블 슈트가 발표되었다. 이것은 허벅지와 종아리에 설치된 신축성 있는 센서로 병사의 발놀림을 감지하고 모터로 발꿈치에 설치된 와이어를 상승시킴으로써 병사가 땅을 차는 힘을 보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 6. 인터랙티브 모션 테크놀로지스사의 재활 로봇 ‘인모션 리스트(InMotion WRIST)’
또한, 워리어 웹 프로그램은 기초 연구와 태스크 A가 종료되고, 실용화 태스크 B가 시작됐다. 앞으로는 100W 이하의 소비 전력에서 가동하는 웨어러블 로봇의 개발 등도 목표로 삼고 있다.
DARPA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군용 드론을 개발하는 일환으로 자율 비행하면서 건물 안을 탐색하고 표적을 추적하는 초소형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드론의 사이즈를 새와 벌레처럼 초소형화해 비행 속도를 크게 높이고 창문으로 건물 내에 침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현시점에서는 운영자에 의한 조종이 필요하지만, 장래 비행 도중 통신을 하지 않고 자율 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미국 해군에서도 다른 나라 잠수함을 자동으로 추적하는 로봇선 ‘씨 헌터(Sea Hunter)’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로봇 배는 바닷속을 색출하며 운항하고 수상한 잠수함을 발견한 경우에는 60일~90일이라는 오랜 기간 자율 항행하며 추적할 수 있다. 정숙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연안부 등 잡음이 많은 해역에서도 작은 소리를 알아들어 색출, 추적 능력이 높다. 2015년 가을부터 프로토타입의 시험 항해를 시작할 예정이다.
로봇 최첨단 연구
1. MIT
매사추세츠 공대(MIT) 내에서 가장 큰 연구소인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연구소(CSAIL)는 최첨단 인공 지능과 로봇을 연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아이로봇, 보스턴 다이내믹, 리싱크 로보틱스 등 최첨단 로봇 기업을 배출했다.
2015년 5월에는 최신 4족 보행형 로봇 ‘치타(Cheetah)’를 발표했다. 이 로봇은 평지를 시속 16km로 달리고 연속된 장애물에서도 시속 8km로 뛰어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보행 기구의 개량으로 땅을 강하게 찰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부드러운 잔디 위에서도 뛸 수 있다.
CSAIL에서는 장래 IT 발전의 기반이 되는 아키텍처, 인프라 연구, 사람들의 생활이나 비즈니스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임하고 있으며, 연구 분야도 로봇, 인공 지능, 네트워크, 사이버 보안 등 다양하다. 이 연구소에서 카메라나 센서를 사용하지 않고 미약한 전파로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기술, 고해상도 카메라 모니터로 사람 눈동자의 미세 조절 움직임이나 피부색의 작은 변화를 읽어 내 건강 상태 등을 판단하는 기술, 화면에 비친 장면으로 그 장소나 상황을 인식시키기 위한 기술, 보디나 내부 기구가 부드러운 소재로 만든 매끄러운 움직임을 할 수 있는 로봇, 공중에서 바닷속까지 이동할 수 있는 드론, 자동 운전 자동차가 기상 조건에 따라 노면 상황 변화나 주위의 차량 운행 상황 등을 분석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다.
그림 7. MIT의 4족 보행형 로봇 ‘치타(Cheetah)’
또한, MIT에서는 퍼스널 보조 로봇 ‘지보(JIBO)’ 등도 태어났다. 지보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기능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로봇으로, 음성 조절, 자연 언어 처리로 회화가 가능하고, 사진 촬영, 홈 컨트롤, 전자메일이나 서적 등의 텍스트 읽기, 메시지 통지, 텔레프레젠스를 실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2. 카네기멜런 대학
카네기멜런 대학의 로봇 연구는 세계에서도 최상위 수준으로 세계 최초의 로봇연구소(Robotics Institute)를 중심으로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의 약 절반이 DARPA와 미군을 비롯한 국방부의 자금 원조로 하고 있지만, 제너럴 모터스(GM)와 자동 운전 시스템을 공동 연구하는 등 기업과의 연계도 적지 않다.
또 이 대학에는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보안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공학연구소(SEI)가 있으며, 로봇 공학과 정보 공학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로보틱스 연구소에서는 로봇 대회에서 다양한 업적을 남겼다. 2005년 ‘DARPA 그랜드 챌린지’에서는 2위에 그쳤지만, 2007년에 열린 이 대회에서는 GM사와 공동 개발한 로봇 자동차 ‘보스(Boss)’로 우승했다. 2015년 재난 구조 로봇의 경기 대회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는 이족 보행 로봇 ‘침프(Chimp)’로 3위에 입상했다.
다수의 연구가 상업화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로그램 학습용 로봇 ‘핀치(Finch)’, 레드 휘태커 교수에 의해서 설립된 표면 탐사 로봇을 개발하는 애스트로보틱사 등이 있다. 애스트로보틱사는 2016년에 민간 우주 운송 서비스 기업 스페이스엑스사의 로켓으로 우주 로봇을 배출할 예정이다.
3. 버클리 캘리포니아 캠퍼스
버클리 캘리포니아 캠퍼스의 로봇 연구는 Robotics and Intelligent Machines Lab을 중심으로 진행되며 그 안에 있는 연구실에서는 선진적이고 독특한 로봇이 태어나고 있다. Biomimetic Millisystems Lab에서는 생물의 세세한 움직임이나 형상을 모방함으로써, 로봇의 기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5년 6월에 이 연구실이 발표한 곤충형 로봇 ‘벨로시로치(VelociRoACH)’는 몸의 형태가 바퀴벌레와 같아 장애물이 많은 장소를 빠져나갈 수 있게 되어 있다. 통상의 네모난 모양을 한 로봇은 장애물에 걸리는 것이 많지만, 몸의 모양으로 둥그스름한 느낌을 가지며, 몸을 기울여 장애물 사이를 빠져나가게 됐다. 벨로시로치에는 특별한 소프트웨어나 센서가 추가되지 않고 타원형의 커버를 씌웠을 뿐이다.
학습 로봇을 연구하는 로봇 러닝 그룹(Robot Learning Group)에서는 2015년 5월에 스스로 작업 순서를 생각하는 로봇 ‘브렛(BRETT)’이 발표되었다. 브렛은 인공지능 기술 중 하나인 딥 러닝을 응용한 것으로 작업의 처음과 끝의 상태를 부여할 뿐 스스로 학습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알고리즘에 내장된 보수 함수(reward function)에 의해 로봇 동작이 완료에 가까워지면 높은 점수가 부여되고, 실시간으로 점수를 학습 기능(뉴럴 네트워크)에 피드백함으로써 어떤 동작이 작업하는 데 필요한지 학습할 수 있게 된다.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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