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표준화 등 과제 많다…한국형 참조모델 개발 필요
국내 제조업의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공장 솔루션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디서부터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지가 숙제이다. 국내 산업자동화 전문가들은 스마트공장 구축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제조업 인접 기술과의 융합 및 표준화, 핵심기술의 국산화, 융합형 인재양성, 공급 및 수요산업 육성 등을 지원하는 한편, ICT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 참조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3월18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산업자동화 전문전시회인 오토메이션 월드 2015에서도 한국형 스마트공장 구축 전략을 점검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오토메이션 월드를 주최하고 있는 (주)첨단은 그에 앞서 지난 2월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내 산업자동화 부문 전문가를 초청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 전문가가 진단한 한국형 스마트공장 해법은 무엇일까?
패널(가나다 순)
김영훈|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순열|로크웰 오토메이션 코리아 상무
조용주|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최재민|대광주철 상무이사
사회 김유활|(주)첨단 편집국장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위기에도 강하다
김유활 편집국장 (이하 김유활) :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중에도 우리나라 스마트공장 미래를 위한 이번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부는 물론 제조업계에서는 올해가 혁신을 통해 재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서 지난 연초, 역동적 혁신경제라는 담론을 내놓았고, 이를 실천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이 제조업 혁신 3.0입니다. 골자는 제조업과 ICT를 융합한 스마트공장을 2015년 1000개, 2017년까지 4000개, 2020년 1만 개로 확산시키겠다는 거죠. 먼저, 김영훈 수석께서 이번 정부 계획이 제조업, 특히 공장자동화 부문에서 어떤 중요성을 지닌 것인지 말씀해주십시오.
김영훈 수석연구원 (이하 김영훈) : 지금이라도 제조업 본원 경쟁력 강화에 국가적 관심이 쏠렸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제조업으로 국부를 창출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판단하고 우리 정부가 선택한 게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였습니다. 그래서 내수 확대, 소비 진작 등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많은 정책을 내놓았죠. 하지만 서비스업 현실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오히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와 같이 서비스업에 집중한 국가들의 경기가 더 하락했습니다. 반면 독일, 중국 등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선방하고 있으며, 모두 제조업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발표한 제조업 혁신 3.0 추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정부가 다시 제조업의 본원 경쟁력 강화에 인식을 같이 했다는 점이고, 둘째는 현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이 제조혁신이라는 모습으로 구체성을 띠었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세부 계획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그런 측면에서 좀 더 실천적인 대안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 김영훈 수석은 “정부 정책이 질적 수준이 아닌 확산만을 강조한다면 제조업 본원 경쟁력 회복이 더뎌질 뿐”이라며,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장기적 안목으로 ‘제조혁신 3.0’ 구상을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산업 육성해야
김유활 :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는 DFKI(독일인공지능연구소)처럼 우리나라도 관련 싱크탱크의 주도하에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모여서 우리에게 맞는 테스트베드와 인프라를 만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조용주 박사님,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해 어디서부터 첫걸음을 떼야 합니까.
조용주 수석연구원 (이하 조용주) : 두 가지로 요약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스마트공장을 만들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엔지니어링에 대한 영역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부나 출연연에서는 스마트공장을 짓는다고 얘기하면 “그게 무슨 R&D냐”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하나의 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공학적인 부분이 융합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 전기를 공급했을 때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종합예술이 바로 스마트공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6개월 동안 DFKI와 유사한 모델의 팩토리를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UN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가 공동으로 기업조립 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기에 라인을 깔고 MES를 도입하고 전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 것 하나를 만들면서 사용된 기술들의 통계를 뽑아보면 70~80%가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외산 부품이었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만들어가야 합니다. 향후에는 표준화까지도 연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둘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전환입니다. 예를 들면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출연연에 스마트공장을 한다고 말하면 “뭘 만들 건데?”라는 질문부터 합니다. 저의 생각에 이러한 질문보다는 “어떻게 만들 건데?”라는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삼성, LG, 현대차와 같은 수요기업도 중요하지만 지멘스나 다쏘와 같은 공급기업을 우리도 키워가야 한다고 봅니다.
중소기업 반응은 반신반의, 이유는 비용 부담
김유활 : 뿌리산업이 자동차·조선·IT 등 주력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견인하는 근간임에도 작업 환경 등이 매우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최재민 상무이사님,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제조 환경 현실은 어떤가요. 또한 이번 정부 계획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요.
최재민 상무이사 (이하 최재민) :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렇듯이 생산 및 품질 관리가 불명확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광주철 경우도 제조 및 수주 목표 달성을 위해서 원자재 입고부터 제품 출고까지 체계적이고 일괄적인 생산 데이터를 입력해야 하는데 작업자들이 수기로 작성하다 보니 오기나 누락 등에 의해서 데이터들이 불명확하게 된 사례들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스마트공장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반응은 반신반의입니다. 그 이유는 스마트공장을 하는데 드는 시스템 구축비용이 중소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거죠. 또 하나는 열악한 인적자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적자원 측면에서는 주조품을 생산하는 대광주철의 경우 생산직에는 약 50%가 외국인 근로자입니다. 그런 인적자원에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스마트공장을 하고 싶지만 과감히 진행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죠. 잘 못 하다가는 과거 ERP 보급사업 실패처럼 또 그대로 지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뿌리기업의 의지와 정부의 의지가 잘 융합된다면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은 좋은 성과를 걷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광주철 경영진 쪽에서는 의지를 갖고 스마트공장을 진행해 보자는 생각이어서, 일단 구축이 되면 생산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조용주 수석은 “스마트공장 구축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공급산업 육성과 수요산업 육성이라는 2가지 전략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며, “두 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베드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30% 이상 생산성 높인다
김유활 : 로크웰오토메이션은 PLC 등 스마트공장 핵심요소 공급 대표기업인 동시에 높은 수준의 스마트공장을 갖추고 있는 줄 압니다. 이순열 상무님, 로크웰을 비롯한 고객사의 사례를 부탁드립니다.
이순열 상무 (이하 이순열) : 스마트공장 사례를 세 가지로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원격지 유전 개발, 석유·파이프라인 송유관, 해양 플랫폼, 광산 컨베이어 등 원격지에 있는 공장이나 설비들을 스마트하게 운전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과거 10~20년 전에도 원격지에 있는 설비들을 운전하는 기계 자체는 스마트화되어 있었습니다. 자동화되어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특수한 제조업체의 네트워크에 의해 연결되어 있다 보니 제조회사의 장비를 운영하는 회사가 다르고, 엔드유저가 다르고, 설비를 공급하는 회사가 다르고,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직원이 달라 협업이 불가능했습니다.
예를 들면, 원격지 석유를 시추하는 설비는 장비업체가 공급하고, 운전은 석유회사들이 운전하고 있습니다. 만약 원격지에서 무인으로 설비를 운전하고 있는데 고장이 나면 석유회사에서는 제한된 기술만으로 정비할 수밖에 없겠죠. 그것도 원격지에서요. 장비 제조업체와 협동으로 고장원인을 분석하고 정비하는 그런 시스템이 이루어지려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는 기술이 도입되어야만 과거에 없던 운전에 대한 정비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둘째는 공장 내에서의 스마트 자산 활용입니다. 지금은 자동차, 반도체 등 대규모 제조 공장들은 자동화가 매우 잘 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공장의 경우 자동차 바디를 만드는 공정라인에 가보면 로봇이 차체를 용접하고 있을 뿐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의 자동화 수준은 스마트한 기기들이 단위 공장 내에서는 잘 돌아가고 있지만 문제는 공장과 공장, 공장과 공장 설비를 공급하는 업체, 공장과 공장을 설계하는 회사, 공장과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 간의 협업 시스템이 매우 미흡하다는 거죠.
하나의 예를 들면, 도요타 공장이 스마트공장의 좋은 사례입니다. 도요타는 북미지역만 하더라도 자동차 도장 공장이 약 300개가 넘습니다. 도장의 페인트 품질은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주변 온도나 압력 상태에 따라 도장의 품질이 결정됩니다. 만약 공장에서 도장을 운전하다가 불량이 발견되면 도장 품질의 불량이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파악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특정 전문가가 아니면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토요타 공장은 디지털화로 어느 도장 공장에서든 품질 불량 문제를 즉시 해결합니다.
셋째는 공장 전반의 통합 사례로 로크웰오토메이션이 커넥티드 엔터프라이즈를 실현했던 과정을 소개하겠습니다.
로크웰은 자동화 기술을 공급하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자동화 제품을 만드는 제조회사이기도 합니다. 로크웰이 만들고 있는 자동화 제품 종류만 약 38만 개 이상이나 됩니다. 삼성전자나 애플 경우는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매우 짧습니다. 하나의 신모델이 나온 지 1년도 안 돼 다른 신모델이 나오고, 종류도 많지 않습니다. 반면 자동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보통 30년 이상을 가야 합니다.
로크웰 제품은 20년 이상 사용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하나의 제품을 생산해서 유지보수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죠. 그래서 로크웰은 스마트공장을 8년 전부터 추진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사물인터넷 개념이 나오기 전에는 디지털화된 센서에서부터 구동장치, 그리고 ERP가 구축되어 있었거든요. 문제는 ERP가 현장에 있는 설비들과 연결되지 않아서 ERP에 있는 데이터를 작업자가 수작업으로 넣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죠. 그러면 불량을 보고 안 한다든지, 자재 사용한 것을 보고 안 한다든지 등 정보를 조작하는 경우가 있어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생상율은 떨어지게 되었어요.
지금은 사물인터넷을 통해 생산설비 말단에 있는 장치들을 기업의 정보시스템과 바로 연결하는 작업을 전 세계 공장의 약 80%를 마쳤습니다. 최근 2~3년 전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공장으로 30% 이상 생산성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장의 가용성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 주문받기 전에 납품 가능한 일자 등 예측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공통적인 문제를 그룹핑해서 플랫폼 만들어야
▲ 이순열 상무는 “스마트공장은 한마디로 최적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장비 최적화, 공장 전반에 걸친 최적화, 에너지 최적화 3가지 측면에서 지원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활 :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지난해 7월, ‘중소제조기업 보급용 한국형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 및 시범 적용 과제’를 착수하셨죠. 최근까지의 스마트공장 플랫폼 구축 과제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됐는지요? 그리고 보급 및 확산 등에 대한 계획도 아울러 부탁드립니다.
조용주 : 이 과제는 산업부에서 발주되어 추진 중이며, 최종 결과는 3월 중에 보고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주관하고 있고, ETRI, 한국기계연구원, ACS, 엑센솔루션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대상기업은 상문이라는 주조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운영되고 있는 공장을 스마트화 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상문에서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스마트공장 기술을 적용하여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용되는 제품으로는 IoT/M2M 기반 데이터 수집용 스마트 디바이스, 그 위에 빅데이터 수집용 미들웨어, 클라우드 기반 생산 빅데이터 저장 및 분석·통합관리 플랫폼, 4M 생산자원 통합 모니터링 대시보드 시스템, 실측 데이터 연동 시뮬레이션 기반 품질 예측 시스템, 생산설비 상태 기반 예지보전 시스템 등 상당히 많은 기술이 들어갑니다. 우선, 한 기업에 성공적으로 적용해보고 다른 산업으로 갈지, 뿌리산업에 적용할지를 결정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 과제가 제조기업 개별 어려움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중소·중견기업 경우 뭘 원하는지를 설문조사 해보면 자금·인력·장비 지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것들을 충족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기술적으로 발전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따라서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모든 기업이 요구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한 접근보다는 산업마다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를 그룹핑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플랫폼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스마트공장 1만 개 보급하겠다고 산업부와 얘기하고 있는데, 저는 과거 3만 개 ERP 보급사업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ERP 보급사업의 장단점을 잘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단기적 성과보단 장기적 접근 전략이 중요
▲ 최재민 상무는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특화된 컨설팅 전문가들이 없어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된 것”이라며, “주조와 같은 특화된 컨설팅 전문가들이 많이 양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활 : 이번 정부의 스마트공장 1만 개 보급 계획이 질적 수준보다는 양적 확산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또한, 구축됐더라도 이후의 중소기업이 감당해야 될 비용, 운영, 유지 관리 등 수반되는 문제는 없을까요.
김영훈 : 스마트공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정책목표 달성 여부가 판가름난다고 봅니다. 스마트공장을 센서와 IoT가 결합된 지능형 공장이라고 한다면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1만 개 보급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스마트 생산라인 교체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공장은 공장 간 IoT로 연결되어 부품조달에서 고객배송까지 JIT(Just In Time)가 제대로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시스템 전환에 따르는 투자비용이 들며, 협력업체와는 시스템 통합에 대한 합의, 정부의 인프라 투자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다면 계획의 10분의 1로 줄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또한, 정부 정책이 질적 수준이 아닌 확산만을 강조한다면 제조업 본원 경쟁력 회복이 더뎌질 것임은 자명합니다. 현재 제조업 분야의 설비가 대부분 외산, 심지어 대기업마저 설비가 해외에 의존적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마저 없다는 거죠. 인식이 있다하여도 선진국과 설비 경쟁력에서 너무 격차가 크기 때문에 정면 승부를 회피하려는 유인이 있습니다. 즉, 정권 내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소프트웨어 확산에 초점을 맞춘다는 거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조업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설비 경쟁력으로 좌우됩니다. 아무리 좋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라고 해도 장착한 설비 성능을 뛰어넘을 정도의 퍼포먼스를 낼 수 없습니다. 경쟁력 향상에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센서 등 하드웨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장기적인 그림을 그려야 할 것입니다. 독일의 스마트공장 구상인 ‘인더스트리 4.0’도 2020년을 확산의 시작으로 하고 있는 정책입니다. 우리도 정권 교체에 구애받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제조혁신 3.0’ 구상을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구축 후 비용문제는 당연히 존재합니다. 비용절감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합니다. 즉,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들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되었는지가 비용절감의 핵심 요인입니다. 수가 작을수록 전환 비용이 클 것이며, 생산성 효과는 있겠지만, 투자비 회수 기간은 길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세제 혜택, 보조금 혜택 등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해외공장을 본국으로 U턴할 경우 정부가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듯이, 스마트공장도 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에 구애받지 않고, 수도권 입지공장에도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수많은 스마트공장이 세워지고 서로 연결되는 것이 비용절감의 핵심이기 때문이죠.
유지 관리에 드는 비용은 좀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이 국산이 많아진다면 스마트공장 운영기업의 경우 유지비용이 들겠지만 결국 국내 업체에 흘러들어 가고, 이는 제조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 구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초기 정착 과정에서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있고 여러 요소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한다면 비용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봅니다.
김유활 : 대광주철이 올해 스마트공장 구축 대상 기업에 포함됐는데요, 구축 내용과 적용될 기술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최재민 : 뿌리업종의 스마트공장 확산 일환으로 정부가 시행하는 사업에 대광주철이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구축 내용은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자료를 생산 작업자들이 직접 수기가 아닌 터치 PC로 실시간 데이터화하는 생산 공정 시스템입니다.
대광주철과 같은 주조공장에서는 용해-조형-합형-주입-응고-탈사-사상-도색의 과정을 거치는데 전기 노(爐)다보니 적산전력계를 사용해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 분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에 우선 적용될 예정입니다.
기계 단위부터 IT 기술과의 융합이 필요
김유활 : 최근 자동화 업계의 큰 변화는 하드웨어 사업 주축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경향은 스마트공장을 기반으로 하는 제조업 혁신 3.0시대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초연결 제조융합으로 가기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개발의 중요성을 말씀해주시죠.
이순열 : 제조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장자동화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일반 산업에 비해 공장은 폐쇄적이어서 IT 기술이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공장은 일반 시중에서 사용되는 것과는 다른 네트워크와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는 거죠. 그 자체로는 매우 스마트화되어 있지만, 스마트폰이라든지 CCTV, IPTV, IP폰과는 서로 다른 통신방식이고 그 기술을 끌어다 쓰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장자동화에서 요구하는 기술들, 예를 들면 실시간 제어 능력, 오류 보고 능력, 뛰어난 보안성은 물론 표준 인터넷 기술, 빅데이터 기술, 클라우드 기술, 모바일 기술 등과 융합해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공장에서 쓰고 있는 네트워크가 이더넷 기반의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을 연결하기 위해 기존 공장을 다 걷어내고 새로 짓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가장 쉬운 예로, 아날로그 TV에서 디지털 TV로 바뀔 때 기존 아날로그 TV에 셋톱박스나 컨버터를 설치해서 디지털로 연결하듯이, 기계들을 사물인터넷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기계 단위부터 IT 기술과 융합해나가는 거죠.
두 번째 단계는 공장에 있는 어떤 정보들을 소프트웨어에서 쉽게 응용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통신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공장에서 공장 설비를 담당하는 전기 또는 기계 담당자와 IT 담당자 간의 대화가 안 된다는 거죠. 서로 사용하는 프로토콜이 다르고 데이터 타입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ERP를 하는 사람이 필요할 때 공장의 데이터를 가져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표준화된 인터넷 프로토콜이 지원되는 사물인터넷에 연결되는 장비나 기계, 센서들을 표준 객체 지향의 데이터 포맷으로 만들어 놓으면 IT 담당자들이 쉽게 그 데이터를 가져와서 애플리케이션 개발할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공장 상태를 바로 볼 수 있는 앱을 개발하고 싶다면 설비가 인터넷 프로토콜 내에서 표준화된 형태로 되어 있어야만 필요할 때 누구나 스마트폰에 올려서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요즘 말하는 사물인터넷인거죠.
또 하나 예를 들면, 스마트공장은 한마디로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최적화는 사람이든 기계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뭘 해야 할지를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는 의미로 요약해볼 수 있는데, 이것은 3가지 측면에서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장비 최적화, 둘째는 공장 전반에 걸친 최적화, 셋째는 에너지 최적화입니다.
에너지 최적화에 대해 말씀드리면, 한마디로 스마트 그리드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일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설비와 에너지를 최종 사용하는 장비들이 서로 양방향으로 에너지 사용 정보를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프로토콜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고 스스로 판단해서 최소의 비용으로 사용을 판단할 수 있도록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야하고 또한 사물인터넷으로 서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에너지 정보는 표준의 에너지 오브젝트로 에너지 데이터가 생성되고 전달되어야 하며, 이는 EtherNet/IP의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에너지 오브젝트로 인터넷프로토콜로 전송됩니다.
또한, 컴퓨터 환경에서는 이를 객체 지향의 프로그래밍 기법으로 어떤 개발자라도 쉽게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호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테스트베드 모델로 기술 검증
김유활 : 한국형 스마트공장 구축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공장 핵심기술들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게 현실입니다. 스마트공장 구축이 진행되면 해외 기술에 대한 종속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어떤 접근이 필요할까요.
조용주 :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기술 수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MES의 경우, 2014년 MES Product Survey CGI(73개 제품)에 의하면 국내 제품은 삼성 SDS, LG CNS, 미라콤, ACS의 4개 제품뿐이었습니다. 삼성 SDS와 LG CNS 제품마저도 반도체 라인에 특화된 솔루션이므로 중소·중견 제조산업을 위한 국내 솔루션 기술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또 하나는 공급산업 육성과 수요산업 육성이라는 2가지 전략을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 전략 모두 저는 테스트베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공급기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검증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플랫폼이 스마트공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IoT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통신망 기반의 비즈니스, 즉 홈오토메이션 등의 분야이지, 제조 영역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한, 대부분 운영되고 있는 라인이 국내 설비가 아니므로 아무리 좋은 우리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고 선뜻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기업에 플랫폼을 제공하자는 것입니다.
수요산업의 경우는 기업의 관심은 생산성 향상인데 이 부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통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MES 등의 공정관리 시스템이나 자동화 및 제조로봇 도입 등이라고 할 수 있죠. 마찬가지로 수요산업에서 도약(jump-up)하기 위해서도 테스트베드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생산기술연구원에서는 풍국이라는 가방공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스트베드를 만들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는 R&D가 포함된 부분이죠.
이와 같이 우선적으로 공정을 개선하는 부분을 도와주고, 궁극적으로는 OEM기업이 확보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기반으로 자사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략적 글로벌 표준 접근 필요
김유활 : 개방과 소통이 중요시되는 요즘, 표준화도 또 다른 이슈입니다. 우리나라가 독자 모델로 가야 하는지, 글로벌 표준을 따른다면 북미식과 유럽식 모델 중 우리 실정에 적합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영훈 : 당연히 글로벌 표준모델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독자모델 개발은 이미 선진국과의 격차로 쉽지 않을 것이고, 시장 자체도 글로벌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남은 것은 글로벌 표준에 어떻게 동참하느냐가 이슈가 되겠죠. 문제는 미국식이냐, 유럽식이냐 인데, 아주 큰 그림으로 보자면 결국 스마트공장은 스마트 홈 표준과 같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근 분위기를 보건데 스마트 홈 관련해서는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업체들과 비교적 대등하게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공장 표준이 스마트 홈 표준의 연장선상에 있다면 미국과 손을 잡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학습 차원에서는 독일식 표준화를 배우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더스트리 4.0 추진을 위한 독일 산학연 협력이 그렇고, 제조업을 유통까지 결합하려는 큰 그림도 우리에게는 좋은 모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중국과 계도국이 독일·유럽식 설계를 좋아한다는 것은 계도국과 중국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조용주 : 프라운호퍼(Fraunhofer) 얘기를 잠깐 드리면, 66개 프라운호퍼연구소 중에 프로덕션 그룹이 있는데 우리가 연구라고 보기 어려운 분야에도 그들은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투자하고 있거든요. 프라운호퍼는 EU 전체에서 가장 큰 기관이죠.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의 그림이고 FoF(Factories of the Future)는 EU의 그림인데 조금은 우리나라와 접근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산업부에서는 빅데이터, IoT 등 8개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자고 해요. 아직 이 기술이 어떤 기술인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말이죠. 그러나 프라운호퍼에서는 시뮬레이션 최적화를 통해 적용산업은 연속공정과 이산공정 모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은 CPS 대용량 성능의 컴퓨팅 등 우리와는 다른 접근을 한다는 거죠.
물론 표준화 부분에서 미국도 잘하고 있지만 요구하는 사양을 보면 분명히 인더스트리 유스케이스를 뽑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어려운 것은 서플라이체인에서 검증을 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이 정해져 있어요. 그러한 합리적인 방법들을 고려한다면 미국식보다는 유럽이나 독일식 표준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공장은 최적화하는 것
김유활 : 로크웰은 전 세계에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제공해오면서 부문별로 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했을 줄 압니다. 구축하면서 또는 운영하면서 걸림돌이나 장애물은 없었는지요? 그리고 해결책은 무엇이었는지요?
이순열 : 앞에서 스마트공장은 최적화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기존 설비를 최적화하려다 보니 문제는 융합이 잘 안 된다는 거죠. 융합이 되려면 우선, 기술의 융합이 가장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술의 융합은 반복되는 얘기지만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서 융합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융합을 하더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경제성 측면에서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하고 보편화된 기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보편화된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값싸야 합니다. 스마트공장을 만들기 위해서 기존 설비에다가 부가된 장치를 해야 하는데 투자 대비 기대효과를 얻을 수 없다면 못하겠죠. 그래서 지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게 공장에서 사물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이더넷 기술들이 검증됐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사람들의 생각 자체가 융합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업자동화를 하는 사람이라면 클라우드나 모바일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기계에 ICT 기술을 융합하면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어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그러나 실제로 기계 담당자와 IT 담당자가 만나서 얘기하다 보면 서로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사람 간의 융합이 안 되는 이러한 점들이 운영하면서 가장 걸림돌인 것 같습니다.
또한, 공장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저항이 매우 크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그러나 변화하지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한 저항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대두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보안 문제입니다. 최근 보안에 대한 위협을 받고 있으나 위협에 대해 보호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뱅킹의 경우 처음엔 해킹당할까 불안해서 사용 못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불안감이 많이 해소됐습니다. 위험 부담보다도 위험을 빨리 받아들이고 극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더 크기 때문에 택하고 있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산업보안도 공장 레벨에서의 보안과 IT 레벨에서의 보안을 결합해서 심층보안을 하면 완전히는 줄일 수는 없어도 대부분은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화된 컨설팅 전문가 양성 필요
김유활 : 중소기업 대상 스마트공장 보급을 위해 정부는 산업부·미래부·중소기업청 3개 부처 합동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을 줄 압니다. 이번 정부의 지원 및 정책에 어떤 내용이 포함됐으면 좋을까요?
최재민 : 지원이라는 건 많이 받을수록 좋죠. 정부가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 지원을 해주는 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첫째는 지원금 규모가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대광주철이 지원금 1억원을 받고 있는 데, 괜찮은 시스템을 구축하다 보면 비용이 매우 많이 들거든요. 동종 업계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아직 시작도 못 하는 업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측면 때문에 지원 규모를 늘려주었으면 합니다.
둘째는 현재 유지보수 기간을 12개월로 책정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대광주철과 같은 주조공장에서는 12개월 후부터가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유지보수 기간을 최소 24개월, 아니면 36개월로 연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특화된 컨설팅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다는 것입니다. IT, 전산 관련 전문가들은 많은데 주조 전문가들이 없다 보니 저희와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됩니다. 시스템 구축 측면에서 특화된 컨설팅 전문가들이 많이 양성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포스트 스마트공장은?
김유활 : 우리에게 스마트공장은 이제 첫걸음을 뗐지만, 지금 또 누군가는 포스트 스마트공장을 구상하고 있을 줄 압니다. 스마트공장 그 이후는 과연 어떤 그림이 될지요.
조용주 : 기술적인 부분이 좀 더 가미된다면 영화에서 보는 홀로그램처럼 스마트공장도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가상기술이나 증강현실기술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있고, IoT·빅데이터·클라우드 등 8대 기술에 대한 수준이 올라가면 동시에 스마트공장 모습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김영훈 : 아무래도 모듈화가 아니겠습니까. 개인용 PC든 핸드폰이든 간에 모듈화가 되면서 지식 확산이 됐거든요. 개인용 PC의 경우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부가가치가 상당히 줄어드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관련된 부품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데 상당히 기여했죠. 공장도 비슷할 것이라고 봅니다. 독일에서도 모듈화에 대한 콘셉트를 그리고 있는데, 그동안 제조업과 공장을 운영하는 모습은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만 알고 그 분야에 대해서만 지식이 있지,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었죠. 그러나 모듈화가 시작되면 개인용 PC처럼 공장에 대한 이해도가 급속하게 늘어날 것이고, 그러면서 융합형 인재들이 나오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모듈화가 되기 전에 누렸던 부가가치가 급속히 떨어진다는 거죠. 예를 들면, 공장 레이아웃을 쉽게 변경하고 모듈화를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겠죠.
이순열 : 지금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잖아요. 예전에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는 데 200년 가까이 걸렸던 것이 50년, 30년 10년으로 굉장히 짧아지고 있어요. 마이크로 프로세스, 인터넷,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지금 제조 혁명을 일으키는 기술이라고 하면 앞으로는 가상화 기술이 제조 혁신을 이끌 것으로 보입니다.
가상화 기술이 적용되면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은 각자 화면으로 동시에 설계 작업을 수행하고 수정하며,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며, 작업의 효율성과 완성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됩니다. 지금은 생각에 머물고 있지만, 가상화 기술이 현실화되는 단계가 곧 올 것으로 보입니다.
김유활 :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스마트공장 구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책사업이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이번 정부의 제조업 혁신 3.0 계획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실천적인 대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 임근난 기자 (fa@hell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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