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테인먼트에 주목하라 Ⅱ
화투에서 게임 왕국으로…닌텐도의 성공신화
현재 콘솔 게임 판매 순위 상위권을 독점하고 있는 닌텐도(任天堂)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 업체라는 사실을 아시는지? 물론 전자 게임으로 한정하면 미국 아타리(Atari)를 비롯한 여러 회사가 있을 수 있지만, 바둑과 장기로 대표되는 테이블 보드게임까지 포함한다면 창업 122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닌텐도(任天堂)가 가장 오래된 게임 업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콘솔 게임기, 대우 재믹스
여기서 잠깐, 닌텐도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앞서 한국에서 나온 '재믹스'를 소개하고 넘어가자. 대우에서 제작한 재믹스는 8비트 개인용 컴퓨터 MSX(Machine with Software eXchangeable, 소프트웨어 교환이 가능한 기기)의 게임 기능을 독립적으로 개발한 콘솔 게임기이다.
본래 MSX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MSX-DOS를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로 개발되어 보급된 기계였다. MSX는 가정용 컴퓨터라는 컨셉이어서 프로그래밍 언어인 BASIC을 기본 탑재하고 있었고, 롬팩을 활용해 간단한 게임도 할 수 있었다.
대우는 이런 MSX에서 키보드와 디스크 시스템을 제거하고 게임과 관련된 모듈만 탑재한 게임기 재믹스를 1985년 발매한다. 8비트용 그래픽과 롬팩 시스템을 탑재한 재믹스는 '스페치스인베이더', '제비우스', '갤러그' 등 콘솔 게이머에게 친숙한 게임들을 발매해 나름의 성과를 올리게 된다.
이 재믹스'는 우주선 모양의 재믹스V 버전과 MSX2의 시스템을 차용한 버전 등을 출시했지만, 현대에서 '패미컴'(Faily Computer, FC)을 삼성에서 '세가마스터시스템'을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 점차 사라지게 된다.
트럼프카드 제조사 닌텐도, 장난감에 주목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닌텐도는 잘 알려진 것처럼 초창기에는 화투 패나 일본 장기 말[당시 회사명은 닌텐도고츠빠이(任天堂骨牌, 임천당골패)] 등을 제작하는 소규모 업체였다.
이런 닌텐도가 본격적으로 게임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49년 닌텐도 3대 사장 야마우치 히로시(당시 20대)가 취임하면서부터이다.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은 회사를 물려받은 뒤 디즈니 캐릭터가 인쇄된 트럼프 카드로 회사를 키우는 데 성공한다.
카드 제조업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야마우치 사장은 선진 기술의 도입과 시장을 시찰할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했지만, 당시 카드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대형 카드 제조사들의 공장을 방문하고 시장 규모에 실망하게 된다.
야마우치는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 식품, 유통, 숙박 등 여러 분야에 진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절망적인 결과에 머물렀다. 그런던 중 야마우치 사장은 장난감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아날로그 장난감 '울트라핸드'와 '울트라머신', '울트라스코프' 등을 히트시킨 뒤 닌텐도 최초의 디지털 완구인 레이저 광선총을 출시해 회사를 키우게 된다.
우수한 기술이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다
닌텐도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요코이 군페이와 '게임의 신' 미야모토 시게루이다.
1970년대 후반 설비 보수 점검 일을 하던 요코이 군페이의 취미는 회사에서 장난감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그가 만든 장난감은 취미로 치부하기에는 성능이 대단했었다고 한다. 요코이가 만든 장난감의 사업성을 알아본 야마우치 대표는 곧바로 그를 중심으로 하는 개발팀을 설립하게 된다.
요코이가 중심이 된 개발팀은 1980년 직장인의 출퇴근 시간을 노린 휴대용 게임기 '게임&워치'를 개발해 1280만 개에 달하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달성, 요코이 군페이와 개발팀은 일약 스타 개발자로 떠오르게 된다.
게임&워치는 요코이 군페이가 계산기의 디스플레이 패널이 전기의 흐름에 따라 흑백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을 이용한 휴대용 게임기였다. 게임&워치는 미국에서 발매된 미식축구 게임과는 달리 표시부를 캐릭터로 가공해 제작했고,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요코이의 게임 철학은 "우수한 기술이 우수한 게임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첨단 기술은 개발과 생산에 비용을 발생시켜 고가의 게임이 되어버린다. 기존의 기술을 활용하면 전혀 새로운 것을 저렴하게 창조해 낼 수 있다"라고 한다. 이 말은 결국 게임기의 성능은 떨어지지만 게임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닌텐도의 사업 철학의 밑바탕이 되었다.
십자키, 가정용 게임기의 혁명
요코이 군페이의 성공의 바탕이 된 게임&워치. 이 게임은 ROM(Read Only Memory, 한 번 기록된 데이터는 변경 될 수 없다) 형식으로 SW를 탑재했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이 개발되면 HW부터 다시 판매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으로써는 매우 불합리한 방식이지만 당시의 기술력으로 휴대용 기기의 카트리지 교환은 안정성이나 비용 측면을 해결하기 힘든 어려운 과제였다.
새로운 게임이 등장할 때마다 게임기를 새로 사야하는 게임&워치는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게임이 발매될 때마다 매진 행렬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한다. 컬러 필름을 이용한다거나 듀얼 스크린을 탑재하는 등 여러 가지 하드웨어적 변종이 개발되었다.
닌텐도는 여러 가지 작품들 중 '동킹콩'이라는 후속작에서 드디어 콘솔 컨트롤러의 정식이 된 '십자키'를 세상에 선보인다.
동킹콩 이전의 콘솔 게임기의 컨트롤러는 스틱 형식으로 되어 있어 제작단가나 보관이 힘들었다. 유통 중에 파손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를 보완한 십자키는 최대 8방향 입력을 인식할 뿐만 아니라 기계식 감지기를 전자식(멤브레인 방식, 전기 저항을 인식하는 고무패드로 신호를 감지)으로 변경해 가격과 무게를 낮추고, 생산 속도를 향상시켰으며 고장률을 현저히 낮추는 등 장점으로 똘똘 뭉친 그야말로 혁명과도 같은 시스템이었다.
이런 십자키는 닌텐도가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인 패미컴(Family Computer, 1983년 발매)의 밑바탕이 된다. <계속>
서삼광 객원기자 (seosk@dailygame.co.kr) / 데일리게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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