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더디지만 성장 폭발력은 크다
과제 투성이…시각 달리 해야 해결
융합 바람이 여기저기서 거세다. 산업 자동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어찌 보면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 정부에서 제조업의 IT 융합을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누누이 말해온 데다가 신정부 역시 융합이란 키워드를 거버넌스의 중심에 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월13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산업 자동화 전문 전시회인 오토메이션 월드 2013에서도 산업 자동화를 기반으로 IT·BT·NT 등 이머징 테크놀로지와의 융합 가능성을 점검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오토메이션 월드를 주최하고 있는 (주)첨단은 그에 앞서 지난 2월1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내 산업 자동화 부문 전문가를 초청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 전문가가 진단한 현재와 향후 미래 모습은 무엇일까?
산업 자동화의 고민
■ 김유활 편집국장 (이하 김유활) :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중에도 산업 자동화의 미래를 위한 이번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신정부에 대한 경제·산업계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주지의 사실처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전문화를 강조했으며,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신설이 결과물로 나타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한 경제와 산업을 성장시킬 핵심 키워드로 IT융합, 나노융합 등 동종 이종간의 융합을 강조했으며, 두 부처의 수장들도 실제 소관 업무에서 융합을 주요 성장 담론으로 채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지점에 산업 자동화 부문의 고민이 있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이미 성숙산업으로 고착화되어 있는 국내 산업 자동화 분야가 다시금 성장산업으로 회귀하기 위해선 융합과 같은 수혈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융합해야 하고 이를 어떻게 산업화로 연결시킬 수 있을까라는 것이죠. 근래 들어 산업 자동화 부문에서도 IT·BT·NT 등 이종기술과 융합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보려는 움직임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고요.
저희 회사가 3월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하는 산업 자동화 전문 전시회인 24회 오토메이션 월드에서도 그 가능성을 진단하는 데 주력하려고 합니다만 쉽지 않은 과제이더군요.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박광순 박사님께서 국내외 관련 시장의 현황을 짚어 주실까요?
■ 박광순 선임연구위원 (이하 박광순) : 자동화 산업은 2008년 하반기에 불어 닥친 세계 금융위기 영향을 많이 받았던 산업 중의 하나였습니다. 실례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자동화 산업인 로봇 분야는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생산과 매출이 약 50% 줄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2009년 국내 산업용 로봇 매출을 대수 기준으로 보면 약 6만 대로, 2008년 대비 약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공작기계 분야 역시 2010년까지 시장이 크게 위축되었고요.
다행히 2011년부터는 상황이 다소 호전 국면에 들어갔습니다. 산업용 로봇의 경우, 2010년 12만 대를 웃돌았습니다.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었지요. 2015년에는 매출이 약 20만대 이상으로 산업용 로봇 시장이 커질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습니다.
공작기계 분야도 국내 매출과 수출이 30% 정도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기존 베이스에서 매출이 증가했다기보다는 2008년, 2009년, 2010년이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2011년부터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었다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세계 시장도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경우, 2012년 약 1600억 달러, 2015년에는 2000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세계 공작기계 시장도 2014년 5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등 2020년까지 생산이 약 6.6%, 수출 역시 3~4% 이상 성장이 예상되고 있지요.
기계분야 융합 더디지만 폭발력 커
■ 김유활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융합의 바람이 산업계 전반에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 자동화 분야는 IT 산업에 비해 변화 속도가 느릴 뿐 아니라, 바로 이거다 할 융합화 사례도 찾기 힘들지 싶습니다. 한마디로 체감 속도가 현저하게 낮다 할까요. 박천홍 본부장님, 도대체 국내 자동화 기술의 융합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그 실체는 무엇인가요?
■ 박천홍 본부장 (이하 박천홍) : 사실, 기계산업에 있는 분들은 타 분야에 비해 융합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은 아닌 것 같아요. 약간 보수적 성향이랄까요. 기계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 기술에 비해 변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융합이라는 최신 트렌드를 수용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거죠.
그렇다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주변의 움직임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로 기계를 컨트롤하는 제품처럼 자동화와 IT가 융합된 결과물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기계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융합의 모습이겠죠.
공작기계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분야에서도 예전에는 단순히 깎기만 하던 것에서 최근에는 얼마나 깎았는지, 품질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측정하는 데 각종 센서를 탑재해 산업적으로 크게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일종의 기계 간 융합인 셈이지요.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은 그동안 공작기계의 가장 큰 수요 시장이었던 자동차 산업이 최근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정확한 의미에서 융합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찾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만, 인체에 사용되는 인공뼈 등을 기계로 가공하는 BT 분야에 주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 모습이 현재 자동화 산업에서 보이고 있는 융합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롭고 힘있게 산업을 주도할 광의의 융합은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되지 않을까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실제 우리 연구원 내부적으로는 융합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대표적 사례가 프린팅 기술입니다. 애초 기계와 인쇄산업에서 나온 기술이지만, 디스플레이 분야에 적용을 시도했지요. 결과, 산업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됐고, 많은 투자를 병행하며 기술 간 융합을 이뤄냈습니다. 레이저 가공기계나 공작기계에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데 필요한 금형 등과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융합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나노기술과 반도체기술의 융합도 대표적인 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요. 따라서 지금까지는 디스플레이 분야가 가장 크게 융합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얼마나 산업화되고 그 시장이 커지느냐에 따라 발전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스마트 팩토리 전략이 핵심
■ 김유활 : 이런 시장의 흐름에 로크웰 오토메이션은 발 빠르게 대응하는 줄 알고 있습니다. 이순열 상무님, 최근 산업 자동화 기술의 변화에 대한 로크웰의 대응전략은 무엇인지요?
■ 이순열 상무 (이하 이순열) : 우리 회사의 전략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산업 자동화 분야의 변화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최근 산업 자동화 기술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IT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이더넷 등을 기반으로 한 기기의 지능화입니다. 과거에 일반 사무실 전용으로 쓰던 이더넷 같은 상업용 네트워크 기술이, 공장에 맞게끔 개량되어서 산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지요.
또 하나는 IT 기술 중의 하나인 빅데이터입니다. 생산 현장에 있는 기기들은 산업 자동화로 인해 네트워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기기들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엄청난 데이터들을 생산하게 됩니다. 이것을 제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또는 빅데이터로 가공 활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등과 같은 데이터 분석과 활용 기술들이 자동화에 많이 응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자동화의 융합이 진행되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보안 문제입니다. 네트워크화 될수록 그 반대편에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게 보안이지요. 이 밖에도 에너지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동화 기술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과거 10년이 검토단계였다면 최근 2~3년 전부터는 일반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에서는 공장 자동화 관련해서 스마트 팩토리라는 용어로 정리하고 있는데, 스마트에는 융합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종 기술들을 자동화에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핵심이지요.
지난 3년 사이에 로크웰의 제품들은 네트워크를 모두 이더넷 기반으로 바꿨습니다. 예전에는 서보 컨트롤러, PLC, 판넬 등에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다 다르고 컴퓨터 간의 교신하는 네트워크도 달랐지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네트워크를 이더넷 하나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장비에 탑재되는 기기들을 전부 이더넷이 지원되는 지능형 디바이스로 바꾸어 공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MCC 모터 제어는 에너지 관련 스마트그리드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는데요, 모터 하나하나에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데이터 수집, 중요하지 않는 곳은 차단합니다. 이른바 지능형 모터 제어 디바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응용 분야의 하나로, 기계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업체, 사용자 사이에 기계에 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하고 원격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도 접목하고 있습니다.
정점에 올라선 로봇… 해결책은 융합
■ 김유활 : 융합기술은 주변기기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로봇 본체만으로 많은 프로세스를 처리하는 이른바 로봇 중심의 자동화에도 기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학진 상무님, 제조용 로봇 안에 실제 어떤 융합기술이 접목이 되고 적용되고 있는지요?
■ 김학진 상무 (이하 김학진) : 지난 10년 동안 로봇 기술의 발전은 괄목상대할만 합니다. 정부에서도 로봇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최근 몇 년 사이 2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지난해에만도 115만대가 설치될 정도였지요. 로봇 산업은 선진국의 경우 포화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중국 등 아시아권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로봇 산업은 지금이 정점인 것 같아요. 이를 역설적으로 뒤집어 보면 여기서 내려갈 일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뭔가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디스플레이어 산업이 정체된 LCD 시장의 돌파구를 OLED에서 찾았듯이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융합이 그 해법이라고 봅니다. 로봇은 기계, 센서, 통신 등 여러 가지 기술들로 융합되어 있습니다. 로봇을 메카트로닉스라고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동부로봇은 산업용 로봇으로 출발했지만, 산업용 로봇뿐만 아니라 지능형 서비스 로봇도 같이 주요 사업화하고 있습니다. 바로 서비스 로봇이 융합의 속도가 빠른 분야입니다. 예를 들어, 애완 로봇이라든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시장은 크지 않지만 빠르게 융합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기서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로의 확대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로봇 제어기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주변 장치를 융복합할 수 있는 로봇 개발에 주력하는 등 다각적인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스템화 기술을 확보하라
■ 김유활 : 최근 자동화 업체들은 해외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어떤 제품과 솔루션으로 공략하느냐가 중요한 이슈인 것 같습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으로 자동화 기술은 어떤 모습으로 가야합니까?
■ 박천홍 : 일본이나 유럽의 자동화 업체들을 보면 장비를 유닛 단위가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해서 판매를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자동화 붐이 일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이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죠.
국내 업체들도 최근 들어 공작기계든 로봇이든 패키지로 묶어서 팔아야 한다는 개념이 뒤늦게 일고 있습니다. 정부 또한 산업화하는 데 이러한 사항들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요. 이제 로봇 하나 개발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을 개발할 것인가를 놓고 그 안에서 공작기계, 로봇, 경우에 따라서는 센서도 개발하는 그런 토털 시스템이 제가 보기에도 자동화 업계가 가야할 길이 아닌가하는 생각합니다.
기계산업의 매출을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은 기술의 부가가치보다는 중국·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 또한 그 시장에서 패키지로 누가 사업을 수주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단순히 우리 기계가 몇 대 팔리느냐 하는 것은 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그 경쟁에서 중국 시장에서는 실패했지만, 앞으로 패키지화를 체계적으로 연구 도입한다면 인도나 브라질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은 지난 10년간 20% 정도 고속성장을 해왔습니다. 세계 성장률의 2배 정도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의 성적 부진이 제조업계에는 불안한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그걸 다시 한 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토털 솔루션이라는 패키지화 사업이지 싶습니다.
지난해 말, 세미나 참석차 일본에 갔다가 그곳 기업들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본의 한 작은 기업이 나와서 모회사의 자동차 라인의 자동화에 대해 한 시간 동안 강연하는 자리였는데 몇 개 도면을 놓고 이 라인은 뭐가 문제였으며 어떻게 자동화를 도입해 해결했는지 설명하더군요.
저는 놀란 게 저런 도면을 내놓고 세미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는 몇 명이나 있을까, 아마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는 도면을 아무에게도 안 줄 거예요. 그런 걸 일본의 작은 기업이 나와서 자동화 구축 사례를 발표를 하고 자동차 라인에서 어떻게 자동화 기술을 축적했는지를 강연하는 것을 들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런 기업들이 중국에 가서 그런 노하우를 응용해 중국 자동차 라인들을 설치해주면서 그 안에 들어가는 공작기계나 로봇의 선택권을 가져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죠. 부러움과 함께 우리나라 자동화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를 분명히 제시해준 사례였습니다.
시선을 조금 시장이 보인다
■ 김유활 : 시스템화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말씀을 업체들이 새겨들어야 할 것 같군요. 박광순 박사님께 여쭙겠습니다. 박천홍 박사 말씀처럼 방법적으로는 여러 통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공급할 시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그도 소용없지 않을까요? 자동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처한 게 맞습니까?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지요?
■ 박광순 : 자동화 산업 자체가 제한적 시장 수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제조용이 됐든, 산업 자동화가 됐든, 서비스 중심의 자동화 시장이 됐든, 자동화가 과거와 같이 인간의 대체적 관계에 머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전망하건대 앞으로는 보완적 관계로 발전할 것이며, 조금 더 진행되면 인간과 자동화가 공조해야 삶의 질도 올라가고 산업 기반도 성숙해지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고령화 사회에 따른 여러 가지 적응형 로봇이라든지 실용형 로봇 등이 있겠죠.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중국이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만 세계 시장의 큰 흐름을 놓고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아시아권이 자동화 시장을 견인해갈 것 같습니다. 해외 유력 조사기관의 전망을 보면 아시아권의 성장을 가장 낙관적으로 분석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성장세가 조금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그래도 4% 이상 상향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시장 포화에 대한 지적을 말씀하셨는데, 사실 우리나라 예를 들면 로봇 수요 측면에서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한 시장 쏠림현상이 매우 큰 데 따른 우려인 것 같습니다. 삼성이나 LG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기전자 분야를 보면 자동화가 굉장히 성숙된 반면,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일본, 미국, 심지어 중국보다도 자동화 구성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전기전자 분야의 자동화를 보면 일본은 약 40%이지만 우리나라는 51.8%로 절반이상입니다. 쏠림현상이 심하다고 할 수 있지요. 반면에 화학, 철강, 식품 분야는 다른 수요 영역보다 상대적으로 자동화가 덜 되어 있습니다. 식품의 경우, 미국이 약 4%, 독일 2.3%, 일본 2.1%이죠. 우리나라는 식품산업이 상당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화 구성이 0.4%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수요 영역이 한 분야에 집중되다보니 자동화 개발자들도 주요 관심 분야에 편중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수요를 다각화해서 추가적인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융합이란 게임의 법칙 이해해야
■ 김유활 : 두 분 박사께 드린 질문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실제 업체에서 체감하는 것은 또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이 같은 산업과 기술의 발전과 무관하게 실제 생산업체에서 느끼는 간극은 분명히 존재할 겁니다. 로크웰에서 진단하는 문제와 그 해법은 무엇인가요?
■ 이순열 : 연일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을 산업화하는 데는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한국에 있는 자동화 업체들은 아직 기회가 많다고 봅니다. 한국은 미국, 유럽과의 FTA로 기계 수출이라든지 플랜트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많은 게 사실이잖아요.
문제는 게임의 룰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게임의 법칙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융합이란 게 태생적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데 이러한 융합을 자동화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 시장은 새로운 기술에 대해 저항감이나 의심이 많긴 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검증한 것을 확인한 다음에 구매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 해답이 있습니다.
융합이든 어떤 기술이든 하나의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처음엔 벽을 넘기가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 확인 단계를 거치면 급속도로 탄력을 받게 된다는 거죠. 따라서 한국의 자동화 업체들이 일본이나 독일, 그리고 추격해오는 중국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은 한국만의 IT 기술과 기계기술을 융합하여 제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스마트폰 등과 같은 IT 기술과 공작기계를 연결하면 그 외연을 확장시킬 새로운 아이디어가 매우 많습니다. 당장은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공작기계를 정비한다든지 원격 모니터링 등을 들 수 있죠. 물론 문제점도 있습니다. 바로 보안성과 신뢰성 문제들이죠.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 이해하고 그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접근한다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로봇의 경우, 과거에는 PLC로 로봇을 컨트롤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디지털 기기 자체가 매우 일반화되다 보니 쉽게 가능해졌죠.
이처럼 한국의 자동화 업체들이 실생활과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연구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집중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지기능이 미래 로봇의 관건
■ 김유활 : 산업 현장에서 로봇은 똑똑한 자동화 기계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꿈의 로봇’ 실현도 멀지 않은 게 현실이고요. 차세대 제조용 로봇은 어떤 모습인가요?
■ 김학진 : 제가 보기에 융합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봅니다. 산업 현장, 최종적으로는 일반 개인에게까지 가는 데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로봇이 제조하는 시대가 자동화의 목표라고 한다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들이 많이 필요할 텐데,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입니다. 현재 제조용 로봇은 사람과 격리되어 운용되고 있습니다. 로봇이 움직이는 작업 공간에는 사람이 못 들어가게 되어 있죠.
궁극적 단계에서 고려할 것은 협업입니다. 지금은 인간과 인간이 협업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인간과 로봇이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같은 대상물을 놓고 작업하겠죠. 말씀드린 것처럼 일반 서비스용 로봇으로는 상상이 안 될 만큼, 산업 현장에서 움직이는 제조용 로봇은 무서울 정도로 파워가 셉니다.
결국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려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고요, 이를 구현하려면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센서를 통한 안전과 인식 기능들이겠죠. 그리고 내부에서 그런 종합된 정보를 가지고 작업 공간 안에서 제대로 수행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하고요. 그러한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좀 더 발전해야 합니다. 저희 회사도 제어기 분야에 중점을 두고 연구와 개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요소 부품의 저가화 기술도 중요합니다. 우리 회사가 로봇을 생산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들이 바로 요소 부품이거든요. 국내 기업들이 인건비 급등하면서 생산시설을 중국,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들도 언젠가는 인건비가 상승하게 될 겁니다. 결국 생산비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동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자동화 설비에 필요한 투자비용이 부담이 된다면 문제가 커지겠지요. 그 방안을 찾는 게 공급 업체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이지요. 우리 회사도 로봇을 싸게 공급하고 싶어도 그 안에 들어가는 요소 부품들 때문에 그러지 못해요. 로봇에 들어가는 요소 부품들의 국산화율이 아직도 낮기 때문이에요. 이 문제 해결도 시급합니다.
부처 간 중복 여지 차단해야
■ 김유활 : 신정부가 들어섰습니다. 자동화 시장을 비롯한 기계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선 정부 지원이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큽니다. 정부의 역할론은 무엇이 있을까요.
■ 박광순 : 자동화 관련 가장 대표적인 입법 조치가 2011년 제정된 산업융합촉진법을 들 수 있습니다. 자동화 관련된 법제도 기반은 마련됐지만, 구체적 실행 측면에서 보면 법제화 이후 프로세스들이 원활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융합을 위한 큰 틀에서 말씀드리면, 우선 융합 관련 제도, 부처 간의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또한 사생활 보호를 내세워 위치정보를 제한하는 것들도 시장 창출이나 추가적인 산업 발전을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들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제한할 것인지를 구체적인 방안 등이 마련되어야 하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LED 장비,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장비 등 신성장동력 장비들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신정부에서 관심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완제품 못지않게 부품도 중요하다고 앞서 김학진 상무께서 지적했듯이, 센서 경우만 해도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죠. 또한, 완제품이 됐든 부품이 됐든 개발된 이후에는 정부가 개발 주체인 출연연의 기능 강화를 통해 신뢰성을 담보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산업연구원의 자체 조사에서도 산업 융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R&BD 시스템을 효율화하는 게 정말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과거 정부 때 지경부와는 별도로 성장기획관를 두었지만 기대만큼 역할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신정부도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어 야심차게 출범했는데, 여전히 부처 간의 중복이라든지 비효율 부분들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적어도 그 점에서 만큼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잘 해서 가급적이면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행정을 했야겠죠.
문화적 융합도 중요하다
■ 김유활 : 최근 자동화 및 기계 분야 전문 기업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고전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국내 업체들이 융합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요?
■ 이순열 : 국내든 해외든 고객과의 접점에는 기술과 비즈니스가 상존합니다. 따라서 문화적인 융합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품이 미국이나 유럽, 중국시장에 잘 팔리기 위해서는 그 지역 문화에 잘 맞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 측면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가야 합니다. 조금 전 로봇을 예로 들어 말씀하셨는데, 안전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 다음에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들이 세계 수준에 맞도록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의 경우 가장 강조하는 게 글로벌 비즈니스죠. 글로벌 비즈니스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삼성이나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각국에 있는 현지인들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문화를 인정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미국, 중국 등 선진국과 신흥국과의 차별화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빠른 승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혁신적인 상품을 탄생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가 금방 나올 수 있죠. 따라서 현존 기술들을 조합해서 비즈니스로 연결해나간다면 자동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기업·연구 간 협업 정말 중요해
■ 김유활 :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첨단 생산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소재, 공정, 장비, 측정, 평가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줄 압니다. 연구개발 결과가 산업화로 연결되는 프로세스는 무엇입니까? 실제 적용 사례도 말씀해주십시오.
■ 박천홍 : 우리 연구원에서는 기업들과 함께하는 공동 연구가 많은 편입니다. 연구를 위해 정부의 R&D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기업이 함께 참여해야 하죠.
최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면 지난해 12월에 완료된 LCD 백라이트 부분 국산화를 들 수 있습니다. 지식경제부 과제로 처음 시작할 때 밸류체인을 구성해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금형 가공장비를 국산화하고 롤러필름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했는데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느꼈던 것은 기업들과 할 때는 밸류체인을 구성해서 하게 되면 신뢰성도 쌓이고 업계 호응도 좋아지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백라이트 업계에서도 정말 장비를 만들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었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워크숍도 열고 테스트를 하고 검증된 결과들을 나누다보니 어느 순간에 기계는 완성되더군요.
개발 장비를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롤금형 가공업체에 2년 반 동안 빌려주었는데 그 업체가 롤금형을 500개 정도 팔았다고 들었습니다. 롤금형은 하나에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비교적 고가인데, 장비 한 대를 2년 빌려주었더니 1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리더군요. 그 업체는 단숨에 세계 2위 기업으로 올라섰습니다. 산업이라는 게 이런 재미가 있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산업에서도 이를 잘 이용하면 정부 지원이 더욱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술 개발을 3년째 해오고 있는데 장비 설계나 유니트 도면을 받아서 정밀도 해석을 해주고 더 나가서는 최적 설계까지 가는, 그래서 장비 만들기 전에 시뮬레이션으로 성능을 다 예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개발 단계에선 시뮬레이션을 도입 적용하고 있지만 장비 단계에서는 아직입니다. 자동화 안에서도 부품 레벨이나 유닛 레벨을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기까지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봅니다.
우리 연구소도 내년부터 장비 부문에 대해 외부 무료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조금 전 말씀드렸듯이 약 10년 정도 잡으면 기업에서 쓸만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필요
■ 김유활 : 자동화 장비 생산업계의 경우,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R&D가 필수입니다. 동부로봇의 R&D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 김학진 : 우리 회사의 연구개발 현황을 말씀드리기 전에 문제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이 인력 확보입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인재를 키워 놓으면 대기업 등으로 빠져나가버리니 말이죠. 예전에는 대기업들이 인재 육성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분담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것 같아 아쉽습니다. 그러다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인력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여러 가지 해결 방안을 내놓았지만 기업이 체감하는 현실과는 매칭이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부가 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정부가 이처럼 일종의 성과 중심으로 일을 추진한다면 비용은 비용대로 늘어나고 결과는 없는 탁상행정에 그치고말 겁니다.
우리 회사는 로봇 제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로봇이란 겉으로 보기에는 기계인데, 속을 들여다보면 제어가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렇듯이 R&D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못한 게 현실입니다. 로봇이 맨 하부 단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R&D 투자를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이래저래 고민이지요.
■ 김유활 : 달콤한 미래, 그러나 현실은 해결해야할 문제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면 머지않은 미래, 국내 자동화 산업이 융합이란 옷을 입고 글로벌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믿어봅니다. 바쁘신 중에도 귀한 말씀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리 임근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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