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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과학 기술-②]인간행동과 사회의 모델링 : 경제·AI·제어의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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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하라 마사아키, 기타큐슈시립대학 환경기술연구소

타니구치 타다히로, 리쓰메이칸대학 정보이공학부

우시후사 요시아키, 기타큐슈시립대학 경제학부

 

모델 기반 설계 기법은 제어 대상을 수리 모델로 표현할 수 있는 경우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자동차와 항공기에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그 제어계 설계의 대부분이 모델 기반 설계이다. 제어 대상 모델이 정확할수록 보다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또한, 제어 대상의 모델화 오차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오차를 잘 모델화할 수 있다면 로버스트 제어가 강력한 기법이 된다.

 

한편, 최근에는 그러한 공업제품보다 복잡한 제어 대상을 고찰의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에너지 관리 시스템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에서는 제어하고 싶은 대상은 수요자(인간)의 절전 행동이다. 이 경우 수요자 자체가 자율적인 존재이며, 능동적인 의사결정 주체를 많이 포함한 시스템으로서 기존 제어이론의 틀을 넘어선 논의가 필요하다.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감염 확대 억제를 위한 제어법 제안이 최근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감염률을 낮추기 위해 사람들의 행동을 억제하는 것은 정치나 경제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매우 어렵다는 것은 매일 나오는 뉴스를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행동의 모델링에서는 예를 들면 경제학 지식이 도움이 된다. 경제학에서는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인간의 소비행동을 모델화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탄력성이란 입력(예를 들면 전기요금) 변화율과 출력(예를 들면 전력소비량) 변화율의 비율이다. 소비자 탄력성이 높으면, 전기요금이 증가했을 때에 적극적으로 절전한다. 반대로 탄력성이 낮으면, 요금을 아무리 변동시켜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다. 이 모델은 제어공학에서도 익숙하고, 제어이론과도 친화성이 높다.

 

그러나 때때로 인간은 단순한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나 현상 유지 편향 등이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분야에서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인간 특유의 행동은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도 있어, 전기요금 변동에 따라 전력소비량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인공지능(AI)의 도입도 활발히 검토되고 있다.

 

이 글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인간행동과 사회의 모델링을 공통 과제로 삼아 경제학, AI, 그리고 제어이론의 접점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선 사이버 피지컬 휴먼 시스템의 개념을 설명하고, 인간을 포함한 피드백계에 대한 제어에 대해 해설한다. 또한,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같은 경제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 설명한다. 그 다음으로 일본 기타큐슈에서 실시된 스마트 커뮤니티 실증의 성과를 소개하고,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관점도 도입한 행동경제학의 발전에 대해 설명한다.

 

사이버 피지컬 휴먼 시스템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이란, 현실 세계의 물리적 대상이 인터넷 등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 접속된 시스템을 가리킨다. 예를 들면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라고 불리는 제조업의 자동화나 IT화를 목표로 하는 대응 중에서도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의 개념은 중요한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에서는 단순한 팩토리 오토메이션과는 달리 여러 가지 시스템이 서로 연계해 데이터를 교환하고, 공장 전체나 공장을 포함한 지역 전체, 나아가 국가 전체에서 산업의 효율화를 추구한다. 공장 내의 로봇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제어되며, 분산 협조적으로 전체 최적화를 목표로 한다.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은 시스템 제어 분야에서도 활발히 연구되어 많은 논문이 있다(예를 들면 문헌 ‘네트워크화 제어’).

 

한편, 다이내믹 프라이싱과 같이 인간의 행동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을 사이버 피지컬 휴먼 시스템(cyber-physical-human system)이라고 부르며, 최근 특히 주목받고 있다. 피드백 루프 속에 인간(또는 인간 집단으로서의 사회)이 포함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시스템 설계와 제어를 생각하는 구조로, 지금까지의 제어이론에서는 그다지 논의되지 않았던 개념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시스템을 생각해 보자(그림 1).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은 인간사회 네트워크상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감염자가 증가해 가는 현상이다. 이 감염 확대를 모니터링하기 위해 사람들의 스마트폰에서 얻은 위치 정보나 접촉 이력(이들은 시계열 데이터가 된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하자. 또한, 앙케이트 조사 결과 등도 참고로 해 현재 및 가까운 미래의 감염자 수나 감염자 분포를 추정·예측하고 싶다. 이것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데이터 네트워크 분석으로, 통계적 기법이나 기계학습 등을 구사해 바이러스 확산의 모델과 파라미터를 얻을 수 있다. 그 모델을 바탕으로 감염 확대를 억제하는 ‘제어 방안’을 생각한다. 여기서는 이것을 개입(intervention)이라고 부르자.

 

대상이 되는 인간사회 네트워크의 각 사람들에게 행동 변용(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를 두거나, 백신 접종을 하는 등)을 촉구하기 위한 효과적인 개입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개입에는 도시 봉쇄와 같은 극단적인 개입에서부터 인센티브(보수 또는 벌칙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의 행동 변용을 촉구)나 넛지(nudge)(무의식적으로 행동을 변용시키는 구조. 넛지에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가 있다) 등의 기법이 있으며, 그림 1과 같은 피드백계에서 어떻게 개입을 잘 설계해 사회에 구현해 갈지가 큰 과제가 된다.

 

또한, 디맨드 리스폰스 시스템도 인간행동이 제어 성능에 크게 관여하므로 사이버 피지컬 시스템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시스템을 위한 AI

 

1.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과 경제와 AI

인간사회는 사람들의 경제 활동으로 성립되고 있다. 여기서 경제 활동이란 화폐를 통한 교역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광범위한 금전이나 물자의 교환을 하는 것으로 생활을 성립시켜 가는 활동 전반을 의미한다.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은 수리 모델로 본다면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이며, 그 각 에이전트의 분산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성립되고 있는 것이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 활동을 이루는 시스템으로서 경제 시스템과 AI 연구의 관계에는 몇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여기서는 두 가지 구조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하나는 AI의 모델을 가지고 경제 시스템을 기술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AI가 요소로서 포함된 경제 시스템이다.

 

전자는 경제 시스템에서 인간을 에이전트, 즉 의사결정 주체로서 모델화하고, 그 시스템 전체를 분석한다는 관점에서 AI의 모델을 이용한다.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서 경제를 모델화하고 분석하는 접근 방식이 이것에 해당된다. 게임이론을 이용한 분석 등도 넓은 의미에서는 이것에 포함된다.

 

후자는 경제 시스템의 요소로서 AI가 포함되는 경우이다. 금융에서 자동적인 증권거래 등은 AI 활용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택시의 자동 배차 시스템에서 AI에 의한 의사결정도 그 한 종류로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두 가지 의미의 경제 시스템과 AI의 접점은 배타적이 아니라 종종 동시에 논의된다. 다음에 그 전형적인 사례로서 분산형 전원을 도입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 연구에 관해 소개한다.

 

2. 스마트 그리드와 변동 가격

지역에 분산되어 도입되는 재생 가능 에너지에 기반하는 전원으로부터 전력 공급을 어떻게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림 2에 분산적으로 도입된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재생 가능 에너지의 발전원과 소비 거점이 상호 접속된 전력 네트워크의 모식도를 나타냈다. 이러한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은 경제와 AI와 제어(혹은 최적화)의 접점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림 3에 전력 분배에 관한 네 가지 모델을 나타냈다. ①은 일본의 기존 전력망으로, 지역 독점적인 전력회사가 고정적인 가격에 의해 전력 공급을 한다. 이 시스템에서 전력회사가 하는 것은 전체 수요에 상응하는 만큼의 공급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력회사에는 공급에 있어 최대한의 탄력성이 요구된다. 여기서는 경제 시스템 측면은 강조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다양한 분산 전원을 투입하면 전력 수요와 공급의 관계가 복잡해진다. ①에서 전제로 한 일 대 다수의 상황이 붕괴되므로 ②에 나타낸 시스템에서는 분산적으로 발생한 발전을 분배할 것인가, 또는 저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기존의 마이크로 그리드 연구에서는 이 문제가 다루어져 왔다. 여기에도 경제 시스템의 측면은 강조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공급측의 탄력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 수요측의 탄력성을 활용하는 접근 방식이 있다. 가장 경제적으로 직선적인 접근 방식이 가격 시그널을 이용한 제어이다. ③에 그 모식도를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전력 가격이 비싸지면 탄력적인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고, 싸지면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반면에 탄력적인 생산자는 가격이 비싸지면 더 많이 생산하고, 더 싸지면 발전을 줄인다. 각 에이전트가 경제적인 의사결정 주체인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처럼 가격이라는 시그널을 이용해 제어하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시간대별 가격(TOU: Time-of-use Pricing)이나 리얼타임 프라이싱(RTP: Real-Time Pricing) 등이 있는데, 통틀어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고도 불린다. 다이내믹 프라이싱은 수리적으로는 분산 최적화 문제로 정식화할 수 있다. 전체 최적화 문제로서 주된 문제를 쌍대 분해에 의해 가격을 결정하는 마스터 문제와 각 소비자·생산자의 개별 최적화 문제(서브 문제)로 분해해 서로 최적화하는 것으로 적절한 가격을 계산할 수 있다. 여기서 라그랑주 미정계수로서 나타내는 가격은 섀도 프라이스(shadow price)라고 불린다.

 

이 시스템을 볼 때, 앞에서 말한 두 가지 AI 시점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그림 3 ③의 시스템 전체는 생산자와 소비자로 구성된다. 이들을 각각 합리적 의사결정 주체로 간주해 멀티에이전트 시스템으로 모델화한 다음, 자동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도출하려고 하는 것이 앞에서 말한 전자의 의미에서 AI 모델의 시점이다. 여기서는 각 생산자와 소비자는 AI가 아니라 인간이다.

 

한편, 실제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일부를 AI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것은 공상과학적인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면 전력 가격에 따라 냉난방기의 설정 온도를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AI를 도입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일 것이다. 이와 같이 수요자측의 탄력성을 만드는 것은 디맨드 리스폰스(DR: Demand Response)라고 불린다. 더 나아가 각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축전이나 소비 계획을 세워 제어를 하는 HEMS(Home Energy Management System)이 변동 가격에 따라 최적화를 하게 되면, 그것은 앞에서 말한 다이내믹 프라이싱 시스템의 서브 문제를 푸는 AI로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모델로서 AI와 요소로서 AI는 개념적으로 상호 침투를 일으키면서 경제 시스템의 제어를 담당해 간다. 이와 같이 지적인 정보처리 요소가 포함된 전력망은 종종 스마트 그리드라고 불린다.

 

3. 선형함수 제출형 더블 옥션

인간의 경제 시스템에서 흥미로운 점은 종종 전체를 계획하는 존재 없이, 자기조직적으로 그런대로 좋은 상태를 이끌어낸다는 점에 있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부르고, 하이에크는 ‘자생적 질서’라고 했으며, 크루그먼은 ‘자기조직화의 경제학’에서 이를 논했다. 제어공학에서는 종종 제어기와 제어되는 대상(플랜트)이 명확히 구별되어 제어하는 주체의 존재가 가정되는데, 경제 시스템에서는 제어하는 주체가 창발적인 실체인 경우가 있다. 수요와 공급의 관계에서 자동적으로 가격이 결정되고, 그 결과로서 수급 조정이 이루어지는 가격 메커니즘은 그 좋은 예이다.

 

그림 3 ④에 나타냈듯이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분산 전원의 다양한 침투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별을 지우고, 모든 에이전트를 생산소비자(Prosumer)로 간주하는 것을 타당하게 한다. 이 때에 각 생산소비자의 공급과 수요에 맞춰 보텀업(bottom-up)으로 변동 가격을 형성하고, 중심이 되는 가격 조정 주체(제어하는 사람) 없이 전체의 사회적 후생함수를 최대화하는 전체 최적 문제를 푸는 것은 가능할까.

 

여기서는 필자 중 한 명인 타니구치가 제안한 선형함수 제출형 더블 옥션(LFS-DA: Linear Function Submission-based Double Auction)에 대해 소개한다. 선형함수 제출형 더블 옥션에서는 각 생산소비자가 각 시간대에 구입하고 싶은 혹은 판매하고 싶은 전력량과 가격의 관계를 선형함수로서 시장에 제출한다. 그 교점을 계산해 가격과 각 생산소비자가 판매 혹은 구입하는 전력량이 결정되는 단순한 모델이다. 원리적으로 각 시각에서 수급은 일치한다.

 

또한, 이때에 교점의 계산에 의해 생기는 가격 변화가 앞에서 소개한 쌍대 분해에 기초한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가격 계산에서 마스터 문제를 열구배법을 이용해 푸는 경우의 가격 변화에 알고리즘적으로 일치한다는 것을 나타냈다. 따라서 선형함수 제출형 더블 옥션에 의한 보텀업한 가격 형성에 의해 사회후생함수의 최대화는 창발적으로 이끌어진다.

 

행동경제학과 SDGs

 

1. 전통적인 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합리적 경제인)로 보고, 경제이론이 구축되어 왔다. 이 호모 이코노미쿠스란 이기적이고 높은 계산 능력을 가지며, 모든 정보를 이용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인간을 말한다. 그러나 인간은 금연, 금주,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해도 쉽게 유혹에 넘어가 흡연, 음주, 단것을 먹어 버리는, 당초의 목적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행동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불합리한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이 행동경제학이다. 지금까지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의사결정 습관을 밝혀 왔다. 행동경제학이 밝혀 온 인간의 의사결정 습관의 예로서 이하의 것이 있다. 내용은 같아도 표현 방식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의 느낌, 선택, 행동이 바뀌는 ‘프레이밍 효과', 현재보다 새로운 선택지가 더 낫다고 알아도 현상에 머무는 '현상 유지 편향' 등이 사람들의 의사결정 습관이다.

 

이하에서는 에너지 소비에 있어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행동 사례를 소개하고, 왜 그러한 행동이 발생했는지를 행동경제학의 시점에서 검토한다. 그리고 앞으로 수익을 올리는 경제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 과제 해결을 근거로 한 사회적인 가치도 창출하는 것이 요구되는 SDGs(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속에서 경제학(특히 행동경제학)이 제어이론, AI와 어떻게 융합해 갈지에 대해서 검토한다.

 

2. 기타큐슈 스마트 커뮤니티 실증

2010년도부터 2014년도에 걸쳐, 일본 경제산업성에 의한 ‘차세대 에너지·사회 시스템 실증사업’(대상 지역은 요코하마, 도요타, 게이한나, 기타큐슈)이 실시됐다. 이 사업은 재생 가능 에너지가 대량으로 도입되어도 안정 공급을 실현하는 강인한 전력 네트워크와 지역생산 지역소비 모델이 상호 보완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검증하는 사업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후에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사고로 일본 전국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정지되어 전력 부족에 빠지고 계획 정전이 실시됐다. 이러한 전력의 공급측에 큰 제약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력 수급 균형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전력 수요측의 제어가 필요하게 됐다.

 

이에 차세대 에너지·사회 시스템 실증사업에서는 2012년도부터 2014년도에 선정된 4개 지역에서 전력 수요측의 전력사용량을 가격 변동으로 제어하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실시됐다. 최초의 다이내믹 프라이싱 실증은 기타큐슈이다. 이 실증에서는 기타큐슈 집합주택의 약 180세대를 대상으로 랜덤화 비교시험법(RCT)을 이용해 랜덤하게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세대와 다이내믹 프라이싱 미도입 세대로 나눴다. 그림 4에서는 다이내믹 프라이싱 도입 세대가 미도입 세대에 비해, 세계 평균으로 어느 정도 전력사용량이 줄었는지를 막대그래프로 나타내고 있다.

 

그림 4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1회째의 실증(1년째의 여름)에서는 가격 상승에 대해 절전 효과는 커졌으나, 2회째(1년째의 겨울), 3회째(2년째의 여름)는 가격 상승에 대해 절전 효과는 커지지 않았다. 즉, 경제학의 기본 명제 중 하나인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수요량이 감소한다는 ‘수요의 법칙'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하나의 원인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발동되면, 어떤 가격이라도 단숨에 절전하는 세대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한 세대는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발동되면, 전기요금에 관계없이 가정 내의 제어 가능한 전기 기기를 모두 수동으로 끈다는 것을 데이터로부터 확인됐다.

 

또한, 참가 세대가 그림 5의 다이내믹 프라이싱의 요금 테이블을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전기세가 비싸지는가’라고 느꼈고, 1회째의 실증에서는 전기요금에 따른 절전을 의식해 행동했다고 청취 조사로 확인됐다. 그러나 1회째의 실증에서 매월의 전기요금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2회째의 실증 이후에는 전기요금에 따른 절전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인 변화도 실증 참가 세대를 청취 조사했을 때에 확인됐다.

 

 

이러한 증거로부터 말할 수 있는 것은 1회째의 실증에서는, 참가자에게 있어 최초의 실증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15엔/kWh에서 150엔/kWh의 최대 10배까지 변동하므로 매달의 전기료가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있어, 가격에 따른 행동을 취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2회째 이후로는 매달의 전기료에 대해 다이내믹 프라이싱이 마이너스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전기요금 변동에 따른 절전 행동을 하지 않는 세대의 존재가 확인됐다.

 

3. 제어이론, AI와 융합하는 행동경제학

기타큐슈의 실증에서는 전기요금을 변동시켜 전력 수요자의 행동 변용을 촉구했다. 이때 전력 수요자는 수동으로 가전제품의 전원을 끈다. 이와 같이 수요자가 수동으로 전기 기기를 제어하는 것을 ‘매뉴얼 디맨드 리스폰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전력 수요가 부족할 때나 계통이 불안정해졌을 때, 절전 요청이나 전기요금 변경 통지를 수요자가 받고 그때마다 수동으로 기기를 제어할 것인가. 아마도 모든 수요자는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수요자가 대응했다고 해도 그러한 대응은 계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사람은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귀찮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불편을 피하기 위해 수요자에 대한 절전 요청이나 전기요금 변경의 통지를 자동으로 송부하고, 수요자측은 미리 설정한 가전제품이나 기기의 사용 환경(에어컨의 온도 설정이나 온/오프, 조명의 조도 체감 등)을 자동적으로 제어하는 구조 ‘오토 디맨드 리스폰스’가 개발되고 있다.

 

현재 조금씩이지만 일반 가정의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해 에너지의 가시화, 에너지를 자동 제어하는 시스템(HEMS, Home Energy Management System)이 보급되기 시작하고 있다. 이 HEMS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의 행동 습관을 AI를 이용해 해석하고, 또한 제어이론, 행동경제학을 이용해 사람들의 행동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에너지 분야에서 AI×행동경제학×제어이론을 결합해 SDGs가 추구하는 미래의 바람직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오토 디맨드 리스폰스’의 개발, 사회 구현에 의해 절전, 에너지 절감이 촉진되고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감소해 SDGs의 목표 13 ‘기후 변동에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공헌하고, 또한 혁신적인 제품, 서비스 창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SDGs의 목표 9 ‘산업과 기술 혁신의 기반을 구축하자’에 공헌할 수 있다.

 

맺음말

 

이 글에서는 인간과 사회라는 지금까지 공학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대상에 대해 행동경제학, 인공지능, 그리고 시스템 제어의 관점에서 해설했다. 특히 다이내믹 프라이싱 문제는 인간행동의 모델링이 중요하며, 사이버 피지컬 휴먼 시스템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행동이나 사회를 적극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설계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행동경제학, 사회학, 심리학과 같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연구자와 공동 연구가 필수적이다.

 

이 글을 계기로 문리 융합이 추진되어 분야 횡단적인 연구를 통해 인간을 중심으로 한 초스마트 사회(Society 5.0)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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