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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붙은 투자, 브레이크 없는 ‘반도체 파워게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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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티=서재창 기자]


세계 반도체 시장이 요동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선도국가들은 이번 기회로 반도체 산업 구도를 재편하고 선두에 올라서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사항이 아닌 전 세계로 퍼져가는 반도체 산업의 큰 흐름이다. 전략에 따른 각국의 투자 계획이 하나 둘 실행되는 요즘, 멈출 수 없는 파워게임이 시작됐다. 



‘510조 원 파급효과’ K-반도체 전략 발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이제 막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반도체 수급난이 아이러니하게도 슈퍼 사이클을 촉발한 기폭제가 된 셈이다. 


이는 전 세계 기업 환경이 원격근무 체제를 받아들임에 따라, IT 기기 판매나 클라우드 데이터 서버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선도국가들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는 최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최고점을 기록할 시점을 2022년으로 전망했다. IC인사이츠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전체 매출액이 내년 기준 1804억 달러(약 204조 원)로 예측했다. 


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있었던 2018년도 기록(1633억 달러)을 한참 상회하는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의 상승세는 내후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C인사이츠가 예상한 내후년 매출은 무려 2196억 달러(약 249조 원)에 달했다. 


지난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호황을 실감하며, 설비 투자와 기술 확보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한 예로, 메모리 반도체 선도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호성적을 기록하며, 모두 2분기 이후 메모리 반도체 경기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반도체 경기에 부응하기 위해 민간 기업과 연대를 이루고,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반도체 투자 장기 플랜을 공개했다. 이는 곧 ‘K-반도체 전략’으로 불린다. 정부는 지난 5월 1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전략 내용을 발표했다. 


특히 K-반도체 벨트의 기업 투자 부문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평택 파운드리,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용인 소부장 특화단지, 정칠희 네패스 회장이 첨단 패키징 플랫폼,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가 판교 팹리스밸리 등 민간 기업이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행사 당일은 반도체 생태계 강화 연대·협력 협약식도 진행돼 차량용 반도체 수요 공급기업,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 민·관 투자, 첨단장비 클러스터 투자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됐다. 


이는 본격적인 반도체 생산 경쟁에 뛰어든 미국과 중국의 광폭 행보, 변화의 조짐을 보이는 세계 반도체 점유율 등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당일 행사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고, 반도체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엄중한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이번 전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510조 원 이상의 대규모 민간 투자에 화답해 정부도 투자세액공제 5배 이상 상향, 1조 원 규모의 반도체 설비투자 특별자금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승욱 장관은 K-반도체 전략이 이상 없이 추진된다면 2030년 수출 2000억 달러 돌파, 고용인원 27만 명 증가 등의 성과를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박하는 미국, 지켜보는 중국, 움직이는 대만


미국이 한 달 만에 반도체 품귀에 따른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이 주재한 회의는 반도체 칩 품귀에 따른 생산 차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회의에는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을 비롯해 애플, 구글, 삼성전자, TSMC, 시스코시스템즈, AT&T, 퀄컴, GE, GM, 포드 등의 대표자들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러만도 장관은 반도체 칩 부족 사태와 관련해 “현재 공급망에서 투명성이 부족하다. 


미국은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데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을 찾고 있다”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이 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열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출처 : 삼성전자


중국은 미국에서 열린 긴급회의와 더불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관찰자망(觀察者網)은 21일 ‘한국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요구를 견딜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로 “문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중국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이 한국을 향해 대중 견제 성격의 인도·태평양 4개국 협의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관찰자망은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잔여 임기, 대선에 대한 미국의 지지 여부 등을 고려했을 때 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미국의 대중국 압박 동참 요구에 대한 한국 측의 대응이 회담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는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부품 생산을 지난해보다 60%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TSMC는 “고정 단기 생산력으로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부품 중 하나인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올해 생산을 지난해보다 60% 늘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TSMC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공급망과 계속해서 협업할 것이며, 적기방식의 공급망 관리를 현대화하고 수요가시성을 높여야 반도체 부족 현상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TSMC의 행보는 삼성전자에 충분히 위협적이다. TSMC가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생산량과 공급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역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소리가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독일 디벨트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0%에도 못 미치지만, 유럽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미국에 반도체 공급을 의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유럽연합은 반도체 산업의 아시아 등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반도체 연합 결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유럽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에서 소비하는 비중과도 일치한다. 


지난해 12월, EU 소속 19개국은 반도체 산업을 위해 최대 67조5000억 원(약 500억 유로)의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각국 정부는 기업이 투자하는 금액의 최대 40%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유럽 내 반도체산업을 보존하고, 독립적으로 다른 산업에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프로그램에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참여한다. 


문제는 유럽의 반도체 제조기술이 대만에 15년 이상 뒤처졌을 정도로 반도체 칩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에 독일 ARD방송은 아시아나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의 도움 없이 최신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제조할 여력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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