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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는 RFID

  • 등록 2019.12.23 13: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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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로티]

 

 

RFID 전성기의 짧은 회상
필자가 “RFID”란 용어를 처음 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Ubiquitous’ 라는 단어와 함께 최근의 IoT, 4차 산업혁명, 스마트 공장 같은 용어처럼 가까운 미래의 모든 IT 환경을 대표할 것처럼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국내외 RFID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RFID란 새로운 기술이 아닌 2차대전에 개발되어 사용되었으며 배터리 유무와 다양한 전파 대역 폭에 따라 특성이 다르지만, 물류분야에서 사용되는 UHF 대역의 수동형 RFID가 상용화되면 기존의 바코드를 대체하고 정확한 재고 이력 추적이 가능하여 말그대로 도처에 정보가 존재하는 Ubiquitous 정보 시스템이 구축되어 기업의 고민을 일거에 해결해줄 것으로 설명하였다. 더불어서 RFID의 특성을 한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IBM에서 제작한 유명한 동영상이 있었는데 어떤 남자가 마트에서 의심스럽게 몰래 눈치를 보며 물건들을 이것 저것 코트 안에 숨겨서 나가려는 찰나 점원이 아무일 없다는 듯이 자동으로 결재된 카드 영수증을 건네 주는 내용이었다.

 

또한 수년동안 많은 비용을 들여 정부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시범사업과 확산사업을 수행하였고 가장 최근 2013년에는 프로포폴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향정, 마약 의약품에 RFID 부착을 지원하는 사업을 마지막으로 진행하였다. 이로서 2008년 당시 지식경제부에서 목표로 했던 5센트 이하 저가 태그, 100달러 이하 리더기 개발 달성이 완료되었다고 판단하여 나름 성공적인 과제로 자평하면서 정부에서는 RFID에 대한 관심을 급격히 줄이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성공적으로 RFID 프로젝트를 완수했다는 많은 발표와 기사들이 있었고 분명히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RFID의 발전과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꿈꾸었던 장밋빛 전망은 실현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RFID와 관련된 산업 생태계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본 글에서 필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RFID는 RAIN RFID라고도 부르는 수동형 UHF RFID 만을 지칭함을 밝혀 둔다.

 

 

RFID의 오해와 이해
그렇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기대와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RFID가 우리의 기대만큼 바르게 자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그렇듯 우리가 새롭게 자라나는 청소년 기술인 RFID의 능력과 실체를 제대로 모르고 과도한 기대를 하였거나 애초부터 있는 그대로를 이해할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어떤 오해를 하였고 어떤 이해를 하여야 하는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RFID의 오해는 다음과 같다.

오해1. RFID는 최첨단 기술로서 이것만 도입하면 재고관리와 도난방지 등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해 준다.

초기에 기업들이 RFID에 그토록 열광한 이유는 IBM의 영상이 보여준 바와 같이 비접촉 무선 인식이란 기술만이 부각되어 도난을 방지할 수 있고 일일이 데이터 인식 노력을 들이지 않더라도 재고관리가 자동으로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재고관리를 위한 표준절차와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가 이미 구축되어 있어야 했고 굳이 몰래 물건을 가지고 나가려고 노력하는 도둑들은 금속 차폐 장치를 준비하거나 태그 칩 손상 등을 손쉽게 할 것이며 심지어는 의도치 않게 오인식이나 미인식이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을 알고 나서는 모든 RFID 공급자들은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오해2. RFID는 바코드의 대체 기술로서 충분히 시장이 성숙되면 RFID기술만이 남을 것이다.

1974년 최초의 바코드 스캐너가 미국의 한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읽히기까지 무려 26년이 걸렸으며 당시에 이는 획기적인 첨단 기술이었다.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입력해야 할 것을 조그만 스캐너를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데이터 입력과 처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30년이 더 지났지만 여전히 이 기술을 도입하지 못하는 곳이 있음에도 한번에 하나씩 인식하여 입력하는 방식이 못마땅하여 전파로 한번에 여러 개의 데이터를 동시 인식하기 위해 RFID란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이처럼 인류는 조그만 불편도 참지 못하여 항상 더 나은 자동인식 기술을 개발해 갈 것이다.

 

하지만 바코드에도 여전히 사람이 가독 할 수 있는 문자를 바코드 밑에 표기하여 바코드 자동인식이 안될 경우 사람이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위 호환성을 고려하고 있는데 이는 RFID와 바코드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어야 할 것이다. 

 

오해3. RFID 도입은 작게 시범사업을 진행하여 그 효과를 확인한 후 전체 확대를 검토하여야 한다.
새로운 IT 기술을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하면 위험성이 너무 크므로 일부 공정 또는 기존의 방식과 병행하여 시범사업을 진행한후에 그 결과를 검토하여 확대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 정보화 업계의 일반적인 정설이다. 하지만 RFID의 경우 수많은 시범사업을 하였지만 본사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이유는 그 효과가 없었다기 보다는 효과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가령 바코드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인식하는 공정에서 일부 제품, 일부 공정에만 RFID를 도입한다고 할 경우 해당 작업자는 RFID는 추가적인 업무가 되고 기존 공정은 그대로 진행해야 하거나 별도의 구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게 되므로 항상 불편한 결과를 낳게 된다. 무엇보다 아직 충분한 기술이 개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 개발 요구사항을 도출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해결하고자 하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이란 말그대로 테스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효과 없음이란 결론을 내고 중단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RFID 도입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일시에 전면적인 도입으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배수진의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고 이는 회사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금속과 액체에 의한 인식률 저하 문제 역시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반면에 우리가 반드시 이해하여야 할 RFID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실체1. RFID는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제품의 개별 관리가 기본이다.
막연하게 바코드를 RFID로 변경하여 단순히 다중 데이터 인식 기능만을 기대하다가 제일 처음 당황하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RFID 메모리에는 일련번호가 부여되고 결국 RFID가 부착된 제품은 개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매우 어렵고 힘든 여정을 예고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생산되는 제품에 기존에 바코드를 사용하였다면 주로 하나의 생산 단위인 LOT 혹은 Batch 당 하나의 코드 단위를 부여하여 몇 백개, 몇 만개가 하나의 LOT 관리 단위가 된다. 하지만 RFID를 부여할 경우 이것이 하나 하나의 제품에 각각의 일련번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세분화된 관리 단위는 매우 복잡한 관리 프로세스와 정보 시스템의 구축 및 관리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바코드에도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였다면 RFID는 단순 자동인식 방법의 개선일 수 있으나 이러한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RFID를 사용하는 순간 LOT 단위에서 개별 단위 관리 체계로 바뀜으로 인한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된다.

 

실체2. IoT(Internet of Things) 개념은 RFID 때문에 나왔고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기반의 실시간 연결 기술이다.
초기에 RFID를 설명하는 많은 자료에서 바코드에 대비한 RFID의 장점으로 엄청나게 큰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강조하곤 했다. 심지어는 가장 최근의 자료와 전문가의 소개에도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의심없이 그대로 인용되고 있다. 물론 RFID가 초기에 개발될 때만해도 Walking Database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바코드가 담지 못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대용량 메모리에 담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초에 IoT 라는 개념을 창시한 케빈 에쉬톤(Kevin Ashton)은 1997년도에 공급망 관리의 측면에서 당시 그가 근무하던 P&G 제품에 RFID를 부착하는 것을 고안했는데 모든 제품에 RFID를 부착하기 위해서는 태그의 가격을 낮추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최소한의 메모리를 사용하고 이때는 인터넷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막 퍼져 나가던 상황이라 사물(Thing)에도 인터넷을 연결하여 수많은 데이터를 마치 인간이 웹 서핑을 하여 정보를 얻는 방법으로 사용하자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그가 MIT에서 공동 설립한 Auto-ID Center에서 이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 EPC Network이란 개념이 RFID와 함께 제안되고 GS1에서 국제 표준으로 정립하게 된 것이다.

 

바코드에서 많이 사용하는 GS1-128 코드에는 상품번호(GTIN)와 함께 유효기간, 제조번호 등을 입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RFID의 코드에는 오직 상품번호(GTIN)과 일련번호 조합인 SGTIN 코드를 사용한다. 사람들은 왜 더 발전된 기술이라는 RFID에는 메모리가 부족해서 유효기간, 제조번호를 넣을 수 없냐고 불평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은 개별 상품의 고유번호만 있으면 이를 기반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유효기간, 제조번호 뿐만 아니라 생산 일자, 생산지, 생산 작업자, 생산 당시의 작업 환경, 유통 환경, 판매 이후에 변경된 여러 정보 들을 그 정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네트워크가 끊어지거나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곤 하는데 엄밀히 따져보면 바코드를 사용하더라도 네트워크 연결 없는 환경에서의 정보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현실에서 과연 가능한지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물론, 좀더 고가를 지불하고 속도 저하를 감수하더라도 더 큰 메모리를 사용하여 원하는 정보를 RFID에 담아 쓰는 것도 가능하지만 효율적인 시스템 아키텍처를 고민한다면 추천할 만한 구성은 아니다.

 

실체3. RFID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것은 결국 세밀한 데이터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RFID 혹은 바코드 등의 자동인식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그를 기반으로 기업 경영 활동의 최적화를 꾀하겠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 중에 경영자의 의지는 있지만 이러한 정보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에서 이러한 목적보다 RFID란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 RFID는 우선 생각하지 말고 관리에 대한 이슈를 먼저 정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와 용이한 관리 방안에 대한 도표와 화면 구성 등 Visualization을 먼저 정리한 후 바코드로 자동인식해도 충분한지 아니면 RFID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합당한 순서이다.

 

또한 RFID를 도입해서 자동인식 기술이 편리하다고 자랑하는 것으로 끝날게 아니라 누적된 실시간 데이터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캐내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증대할 수 있도록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 IoT와 함께 빅데이터와 AI가 연관 기술로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한 설명이다.

 

 

다시 일어서는 RFID를 위한 제언
최근에 필자는 여기저기에서 RFID에 대한 고민이 다시 많이 일어남을 느끼는 것 같다. RAIN RFID Alliance에 따르면, 2018년 RAIN RFID 칩(chip) 판매가 154억 개로 2017년에 비해 23% 증가했고 2020년에는 200억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로 의류(Apparel) 분야에 적용이 일반화되었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바코드로만 규제화 되어 있는 미국의 제약분야 일련번호 시스템에서 조차 병원에서 재고 관리를 위해 RFID 부착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고, 2004년도에 RFID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을 촉발시켰던 월마트(Walmart)도 그동안 중단되었던 납품업체들의 RFID 태그 부착 프로그램도 다시 가동될 것이란 정보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에 너무 많은 노력과 비용을 소진한 탓인지 어렵게 RFID를 구축해본 경험이 있는 업체조차도 포기하거나 새롭게 도입하기 위해 고민을 하더라도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나 단체들을 찾기조차 어려운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초기에 수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은 이미 이 시장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새롭게 진출한 사람들은 초기의 기초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있는 정보들은 15년 전의 내용이 새롭게 업데이트 되지 않은 채로 올라와 있고 RFID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전문가들조차 마치 15년동안 냉동에서 막 깨어난 사람처럼 과거의 잘못되었거나 최근 수년동안 변화된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정보들을 일반에 전달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RFID의 오해와 이해 내용들은 이 부분에 조금만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매우 일반적이고 당연한 내용이라고 하겠지만 의외로 RFID를 고민하는 많은 기업들은 기존에 경험과 정보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과거처럼 정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다시한번 RFID 도입을 위해 기업들에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부활시켜 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요를 강하게 느끼는 관련 업계의 협회나 조합 등에서 사용자 포럼 등을 운영하여 공통된 요구사항을 수렴하고 좀더 검증된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올바른 방향을 잡아 공급자 시장에 자극을 줄 필요가 있으며 과거에 활발히 활동한 RFID 공급자 기업들과 협회들도 다시한번 과거에 누적된 정보들을 모아서 재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외부의 전문가들이 나의 요구사항을 모두 알아서 처리 해주리란 막연한 기대는 버리고 수요자 스스로 해결할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고 공부를 하되 때로는 전혀 다른 산업군에서도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오픈 마인드(Open Mind)와 오픈 아이(Open Eye)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미사이언스 한재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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