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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 (31단계 ~ 35단계)

  • 등록 2017.11.27 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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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저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31. 고객을 홀대하라


많은 비즈니스 명언 중 ‘고객은 왕’이라는 것이 있다. 정말 고객은 왕인가? 100명 사장에게 물어보면 100명 모두 다른 답변을 내놓을 텐데, 내 대답은 ‘고객은 왕이 아니다’다. 고객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1인 기업의 목표는 오로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고객은 ‘좋은 제품’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따라오는 선물일 뿐이다. 목표는 변하지 않아야 하는데 고객은 변한다. 회사의 모든 것이 다 변하더라도 불변하는 목표는 오직 ‘제품의 품질’이다. 그렇다면 왜 고객은 목표가 될 수 없을까?



첫째, 고객은 언제든지 다른 제품으로 옮겨 탄다. 게다가 다른 제품으로 바꾸는 이유를 그 자신도 잘 모른다. 나는 S사의 스마트폰을 6년 이상 쓰다가 얼마 전에 A사 제품으로 바꿨지만 솔직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한번 다른 것을 써보고 싶었을 뿐이다.


고객을 잃으면 기업은 꼭 실연한 사람처럼 심각한 자책 모드에 빠지고, 고객이 경쟁 제품을 선택한 것이 100% 자신의 잘못인 양 어떻게든 그 이유를 자기 제품에서 찾으려 한다. 그리고 어찌어찌 찾아서 그것을 제품에 반영하는 순간, 제품의 모양새는 이상해진다. 차라리 제품 콘셉트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다시 돌아왔을 고객도 이제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면 더한 자책에 빠진 기업은 더 희한한 제품을 탄생시킨다.


둘째, 앞의 23장 ‘만든 걸 팔아라’에서도 언급했듯이, 고객은 제품에 대해서는 물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잘 모른다.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100%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건네도 고객은 그것을 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고객은 제품의 적정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지 못한다.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설문조사 문항 중 가장 황당한 것이 ‘이 제품의 적정 가격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다.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가? 고객 입장에서는 그냥 쌀수록 좋다. 고객이 원하는 그 가격에 제품을 출시한다 해도 그것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지의 여부는 또 다른 얘기다. 


셋째, 고객은 회사를 가장 먼저 떠나는 이해당사자다. 회사를 둘러싼 이해당사자에는 고객, 주주, 채권자, 협력업체, 직원 등이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누가 가장 먼저 떠날까? 고객이다. 그다음은 주주, 채권자, 협력업체 순이고 제일 마지막이 직원이다. 


회사의 왕, 즉 캡틴(captain)은 마지막까지 남는 자다. 그런 면에서 회사의 왕은 직원 아니면 협력업체이지 고객은 아니다. 1인 기업의 경우에는 직원이 없으니 협력업체가 왕이다. 가장 어려운 순간을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인 기업의 대표는 고객 한 번 만날 때 협력업체는 세 번 만나야 한다.


넷째, 고객은 결제를 잘해줄 때 고객이지, 그렇지 않으면 골칫덩어리가 된다. 1인 기업의 경우 대표자 1인이 영업 부서와 매출채권회수 부서의 역할을 모두 담당해야 하므로 고객에 대해 적절한 포지션을 유지해야 한다. 발주를 줬다고 해서 곧바로 왕으로 대접하고, 결제가 늦어진다 해서 바로 졸(卒) 취급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정리하자. 1인 기업의 목표는 고객이 아닌 제품의 품질이다. 그러니 고객은 소홀히 해도, 제품 품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협력업체는 왕으로 대접해야 한다. 


32. 피해야 할 고객

 

앞서 30장에서 우리는 ‘상한 음식 베스트 10’을 살펴보았다. 이런 음식들은 불량식품이므로 누구든 안 먹고 피하는 게 상책이다. 어느 기업에게나 해가 되는 나쁜 고객이자 거래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누가 봐도 괜찮은데 나와는 이상하게 맞지 않는 고객이 있다. 그 고객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그와 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 내가 그 사람을 일부러 골탕먹이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잘하려고 하는데 실수 연발이다.


어떤 때는 납품해야 할 물건과 전혀 다른 엉뚱한 사양의 물건을 납품하는가 하면, 납품 일자를 잊고 납품을 안 하거나 아예 생산 자체를 까먹고 있다가 부리나케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검수도 거치지 않은 채 불량 제품을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고객이 원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제품을 포장해서 내보내거나, 다른 고객에게 보낼 견적서를 잘못 보냈다가 백배사죄하기도 한다. 귀신에 씐 건지 궁합이 안 맞는지 그 고객과 상대할 땐 꼭 문제가 생기니 ‘전생에 서로 악연이었나’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이런 실수가 반복되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신이 의식하든 못하든 간에 그와 소통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듣고 메모하는 척하지만 그의 말투부터 목소리, 체취는 물론 일하는 스타일, 사고방식,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이르기까지 그게 무엇이 됐든 다 싫은 것이다. 어떤 고객과 계속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거기엔 반드시 소통의 문제가 있다. 그와 나 사이엔 공진(共振, coupling)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공진이란 황동 말발굽 두 개를 세워놓고 하나를 망치로 때려 진동시키면 곧이어 다른 말발굽이 따라서 진동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아무 말발굽에서나 이런 공진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두 말발굽의 재질, 크기, 간격이 딱 맞아서 한쪽을 때렸을 때 발생하는 전파 에너지의 주파수를 다른 쪽 말발굽이 그대로 받아들일 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주파수가 맞아야 말이 통한다’고 한다. 그의 말발굽을 내 말발굽의 주파수에 맞추든 반대로 내가 그의 주파수에 맞추든 해야 공진도 할 수 있는데, 사실 그것이 참 어렵다. 평생 함께하기로 약속한 배우자와도 주파수가 잘 안 맞지 않는가. 


사실 일반 회사라면 이런 경우 대타, 즉 다른 담당자를 기용하여 그로 하여금 대응케 하면 된다. 조직이 클수록 비슷한 주파수 대역의 대타를 찾기도 쉽다. 하지만 1인 기업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상당히 곤란하다. 내세울 대타가 없으니 싫어도 그를 피할 수 없고, 그렇다 해서 그 고객과의 거래를 끊을 수도 없으니 말이다. 이럴 때의 해결 방법은 없을까? 몇 가지를 궁리해봤다.

 

첫째, 대면하거나 구두로 소통하는 대신 모든 소통을 서면으로 하는 것이다. 미팅을 하든 전화통화를 하든 그와 나눈 이야기의 모든 내용을 문서로 기록하고 이를 추후에 그에게 확인토록 한다. 이는 내가 가장 애용하는 방법으로, 거래에서 중요한 사항을 놓치는 경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단, 고객과의 관계 자체가 공식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둘째, 그 고객과의 소통에 한해서만큼은 적절한 에이전트―주파수가 잘 맞는―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마진의 일정 부분은 에이전트에게 줘야 하지만, 고객을 잃는 최악의 경우는 막을 수 있으므로 꽤 효과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는 않다. 당신이 그 고객이라면 여태까지 사장과 협의해왔는데 어느 날부터 에이전트와 이야기하고 싶겠는가? 사장인 나와 협의하면 그 자리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에이전트를 통해 전달하고 싶겠는가? 게다가 이전보다 소통의 오류가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으니 결국 그 고객은 에이전트를 배제한 채 사장과 직접 소통하려 할 확률이 높다. 돈만 쓰고 일은 그대로인 것이다.


셋째, 나는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방법인데, ‘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나 능력이 떨어져서 당신과 대화하기가 힘드니, 제 수준에 맞는 새로운 담당자를 붙여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다’고 그에게 솔직히 이야기해보는 것이다. 만일 상대가 흔쾌히 이해해준다면 최고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거래 중단까지 각오해야겠다.

 

이상은 내가 생각해본 방법들인데, 다른 1인 제조회사 사장님들은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하시고 계시는지 참 궁금하다. 사업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우리 모두에게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이 인간관계가 아닐까 싶다. 



33. 고객을 다변화하라


세상에 ‘1’만큼 위험한 숫자는 없다. 1인 기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오직 ‘1인’이라는 데 있다. 거기에 1인 기업이 공급하는 제품이 ‘한 종류’일 때 그 위험은 배가되고, 그 ‘한 종류’의 제품을 오직 ‘한 고객’에게만 공급할 때 위험은 최고조에 이른다.


기업에 있어 가장 위험스런 시나리오는 ‘한 사람이 한 종류의 제품을 만들어 오직 한 고객에게 파는 것’이다.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되돌아가거나 우회할 길이 없는 것을 두고 장기에서는 ‘외통수’라고 하는데, 이런 외통수 상황에서는 정말 자칫하면 매출이 제로가 될 뿐 아니라 회사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위험을 낮추려면 ‘1’이라는 숫자들도 제거해야 한다.


1인 기업의 경우 ‘1인’은 유지되어야 하니 둘 중 하나, 즉 제품의 종류와 고객 수 중 하나는 반드시 다변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①한 고객에게만 공급하되 제품을 다변화하는 것과 ②한 제품만 팔되 고객을 다변화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게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②를 택하겠다. 제품 다변화보다 고객 다변화를 택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뭘까?


첫째, 비용이 더 적게 든다. 제품의 경우 n가지를 개발하면 대개 n배의 비용이 들지만, 고객은 n명으로 늘어나도 n배의 비용까지는 들지 않는다. 제품 간 유사성이 높다면 이를 다변화할수록 개발 단가도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객을 다변화할수록 떨어지는 고객 획득 비용에는 비할 바 못 된다.


예를 들어 0인 고객 수를 1로 만들기 위한 비용이 10원이라면 9에서 10이 되기 위한 비용은 5 이하이고 19에서 20이 되기 위한 비용은 거의 0에 수렴한다. 고객이 늘수록 제품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이 급증하여 자발적 구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고객 수를 넘어서면 기업의 추가적인 노력이나 비용 투입 없이도 일정 기간 동안에는 기하급수적으로 고객이 증가한다. 이렇게 급격히 늘어나는 지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라고 하는데 이때부터의 고객 획득 비용은 0에 가까워진다.  


이에 비해 제품은 그 종류가 아무리 늘어나도 기본적으로 투입되는 개발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아홉 가지였던 제품 종류에 추가로 하나를 더 늘릴 때의 개발비용과 열아홉 가지에서 하나 더 늘릴 때의 개발비용은 대동소이하다. 그래서 모든 자원이 제한적인 1인 기업에게는 제품 다변화보다 고객 다변화가 유리하다.


둘째,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 1인 기업의 가장 큰 핸디캡은 ‘협상력 열세’다. 혼자 협상에 임하다 보니 상대가 누구든 1:n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데, 고객 다변화는 이러한 협상력 열세를 타개할 방법이기도 하다. 


누군가 “당신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고객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고객들이 여럿인 데다 어느 한 고객도 우월한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혼자임에도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할 수 있다.


셋째, 고객 다변화는 시장 예측에 도움이 된다. 팔 걸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든 걸 팔려면 시장을 알아야 한다. 고객이 다변화될수록 그들의 다양한 요구를 취합할 수 있고, 이러한 다양한 정보를 다년에 걸쳐 축적하다 보면 시장의 길목을 미리 지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시장 성장에 따라 어떤 제품을 우선해서 개발해야 할지 그 순위를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고객 다변화는 제품 다변화의 전제 조건이고, 그렇기에 모든 자원이 제한되어 있는 1인 기업에게는 선(先) 고객 다변화, 후(後) 제품 다변화가 최적의 전략임을 알 수 있다. 


마침내 n명의 고객으로 다변화가 이루어졌을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하나 있다. 그 고객 모두를 혼자 독식하려는 욕심은 버려라. 각각의 고객에게 두 개 이상의 공급업체가 존재하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다. 즉, n명의 고객에게 N개의 공급업체가 있고 그 업체들 중 ‘잘 보이지 않는 내가 있을 때’가 가장 안정적이다. n명의 고객을 모두 독식하려고 욕심부리다 자칫 품질이나 납품에 문제가 생기면 기존의 고객들도 다 떨어져나간다. 


일이 잘 될수록 겸손하라.  경쟁업체로 하여금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마라. 지금은 루저라도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는 법이니,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시장을 뜯어먹는 것이 상책이다. 약하디 약한 1인 기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34. 비관적인 것이 낫다


삶의 어려운 고비에 닥칠 때마다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격언 중 하나가 ‘생각하는 대로 된다’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미래에 잘되어 있을 모습을 자꾸 떠올리며 스스로 “된다! 된다!”를 되풀이하면 그대로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 친구나 가족들이 “넌 할 수 있어! 잘될 거야! 걱정 마!”라고 말해주면 정말 위로가 되고 잘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이런 낙관적인 생각보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사실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일에 대한 집중을 높이는 것 같다. 언제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대비하는 것이 근거 없는 낙관과 자신감보다는 유익하다. 


9장에서 이야기한 ‘1인 기업은 1일 기업이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극단적인 비관론에서 나온 것이다.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1인 기업은 언제든 망할 수 있기에 기업을 접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면 오늘 당장에라도 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결정을 신속히 내리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폐업 및 청산 비용’을 최소화하려면 보유 자산의 유동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9장의 핵심 내용이었다.


아울러 매일 출근 후 하는 기도에 빠지지 않는 내용이 ‘오늘 당장 회사가 망하더라도 절대 놀라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것도 이야기했다. 만일 모든 일이 진짜 자기 생각대로 된다면, 망할 생각부터 하는 나는 미친 사람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렇게 ‘비관적인’ 기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하면 다음과 같은 좋은 점들이 있다.


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다. 

② ‌내일을 걱정하기보다는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디테일에 꼼꼼해진다.

③ ‌맞지도 않는 예측과 계획 수립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 

④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나는 성품이 급하고 걱정이 많으며 계획하기를 좋아하고 건방지다. 그나마 이러한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준 것이 “오늘 회사가 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영국 리버풀 대학 경영대학원의 더크 린데바움 교수 역시 “낙관적, 긍정적 태도보다 부정적, 비관적 태도가 실제 사업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더 크다. 왜냐하면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가지고 사소한 결정 하나도 꼼꼼히 따지고 넘어가는 습관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1인 기업, 특히 제조회사에 있어서 꼼꼼함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 인텔(Intel)의 CEO인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s)』라는 베스트셀러를 남기기도 했지만,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창업자들은 가장 중요한 회사 문화로 편집광적인 꼼꼼함을 제시한다. 비관적인 마인드가 1인 기업의 꼼꼼함을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정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그릇이 크고 호탕한 리더를 더욱 선호하는 것 같다. 정주영 회장이나 김우중 회장처럼 불도저 같은 힘으로 밀어붙여야 사업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고속으로 성장하던 과거 경제 발전기 초반에는 이러한 극단적 낙천주의가 사업가의 필수 덕목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충분히 고도화되고 성숙되었으며 디테일해진 사회에서는 치밀하고 꼼꼼하지 않으면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고, 살아남기도 어렵다. 이제 1인 제조회사의 창업자는 “왜 이리 비관적이냐?”라는 말을 듣는 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좋은 비관주의’가 회사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다름 아닌 ①납기, ②사양서, ③제품 보증이다. 


① 납기: 비관적인 기업은 납기에 반드시 여유를 두고, 고객이 아무리 불평해도 납기일을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일이 없다.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겨도 납품 일자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일정이 지연될 수도 있는데, 빠듯한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제품에 하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② 사양서: 비관적인 기업은 사양서상에 기재된 성능을 실제보다 줄이고자 한다. 설사 사양서상의 성능 열세 탓에 경쟁 입찰에서 떨어지더라도 상관없다. 성능을 그대로 기재했다가 실제로 환경 변수에 의해 그것에 못 미칠 경우에 제기될 고객의 불신과 불만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③ 제품 보증: 비관적인 기업은 제품 무상 보증 기간도 최대한 줄이고자 한다. 아무리 검증을 철저히 했어도 실제 환경에서 어떤 하자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쟁 제품에 비해 왜 이렇게 보증 기간이 짧은 것이냐”라며 고객이 뭐라 해도, 지킬 수 없는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외에도 ‘좋은 비관주의의 마인드’는 1인 기업의 곳곳에서 배어나오기 마련이다. 



35. 스마트 팩토리, 3D 프린터 그리고 1인 제조


요즘 제조업에서 유행처럼 회자되는 몇 개의 단어들이 있다. 스마트 팩토리, 인더스트리 4.0, ICT 융합 서비스, 사물 인터넷, 3D 프린터가 그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경제 산업 정책의 새 그림이 그려지면 그에 맞춰 이런저런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사라지곤 하는데, 위에서 언급한 단어들은 비교적 오래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외국에서 먼저 널리 쓰인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유행어들을 하나씩 설명하면서 그것이 왜 1인 제조와 연관되는지 이야기하겠다. 이 장을 다 읽고 나면 1인 제조라는 개념이 그저 나 혼자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향후 제조업이 나아갈 방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①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말 그대로 공장이 스마트해진다는 개념이다. 과거, 작업자 개인의 경험과 수기(手記)에 의존해 왔던 작업공정을 스마트센서와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한 공장을 말한다. 즉, 스스로 제어하는 똑똑한 공장이다. 


스마트 팩토리 개념의 탄생은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의 제조업 공멸의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은 자신의 책 『메이커스(Makers)』에서 “강한 국력을 원할수록 제조업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거대 공장의 유지비용이 너무 커졌다. 이를 반전할 유일한 길이 스마트 팩토리다. 크고 집중된 공장이 아니라, 분산되고 개별화된 형태로 기업가 정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제조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영리한 사업가의 모습을 제조업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앤더슨의 주장을 꼼꼼히 읽어보면 이것은 이 책에서 지금까지 말한 1인 제조회사의 기본 개념과 무척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1인 제조회사의 궁극의 모습은 스마트 팩토리이고, 스마트 팩토리의 형태는 1인 제조로 구현될 때 가장 적합하다. 


미래부는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 1만 개를 2020년까지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로 세웠다.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기본 흐름은 변할 것 같지 않다. 1인 제조에게 있어 이런 분위기는 절호의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②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이것은 1차(18세기), 2차(20세기 초), 3차 산업혁명(1970년대 초)을 거쳐 2020년 이후 또 다른 산업혁명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독일의 예측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4차 산업혁명기에는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완벽한 융합으로 모든 생산 장비와 공정이 네트워크화되고 이들이 상호 소통하면서 생산의 최적화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공장이 스스로 통제 및 보정, 개선을 하는 완전 자동화 공장이 도래할 텐데,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선진국의 제조업 비중은 다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더스트리 4.0의 초점은 ‘어떻게 하면 제조업에서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이 역시 인력을 최소화한 1인 제조기업과 매우 궁합이 잘 맞는 개념이다.


③ ICT 융합 서비스(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Convergence Service)

인터넷과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IT 기술은 과거 3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오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새로 규정할 정도로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IT 기술(최근엔 ICT라고 부른다)이 실제 생산 현장에서는 극히 제한적으로 활용되어왔다. 


ICT 융합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사람과 장비, 장비와 생산품, 생산품과 사람 간의 관계를 네트워크화하는 데 ICT 기술을 활용, 이를 제조 현장에 융합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뜻한다. 다시 말해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제조 현장의 각종 장비와 원자재, 중간재 및 완제품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작업자가 쉽게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향후 1인 제조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만큼은 명확하다. 비록 이른 시일 내에 당장 실현될 것 같지는 않지만, 1인 제조를 잘 운영하다 보면 10년 즈음 뒤에 ICT 기술과 융합되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④ 사물 인터넷 (IoT, Internet of Thing)

사람과 장비, 장비와 물품, 물품과 사람 간의 관계를 원활히 제어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물품 등의 상태와 동작에 대한 정보가 작업자에게 전달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각종 센서와 유무선 통신 수단이 있어야 한다. 즉, ICT 융합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 요소가 바로 유무선 통신 센서인 것이고, 이를 일컬어 사물 인터넷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터넷은 보통 ‘사람 간의 인터넷(Internet of Human)’이지만, 이제 장비와 물품 등에 통신 수단을 부착하여 사물 간 또는 작업자와 소통하게 하는 것은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인 것이다. 


사물 인터넷 기술이 활성화되면 작업자는 어디에 있든 생산 현장의 여러 상황을 센서로 수집하여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IoT 기술을 가장 필요로 하는 회사는 어디일까? 당연히 1인 제조회사일 것이다.


⑤ 3D 프린터(3D Printer)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만든 물건들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개인이 원하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소비할 수 있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와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원하는 제품의 3차원 도면만 입력하면 이를 그대로 출력하는 3D 프린터가 이를 가능케 할 것으로 예측한다. 


3D 프린터의 가격은 몇십만 원대에서 몇억 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고, 인공 뼈나 인공 장기를 제작하는 수준까지 그 정밀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유튜브(YouTube)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집에서 권총을 만들고 실탄 발사까지 시현하는 동영상이 올라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시간 있을 때 세이프웨이(www.shapeways.com)에 들어가서 3D 프린터로 제작한 수많은 제품과 그 도면들을 한번 직접 눈으로 살펴봐라. 아마 눈이 돌아갈 것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 3D 프린터를 활용하여 뭔가 혼자 할 수 있는 사업거리는 없는지 고민하시는 것으로 안다. 사실 현재로써는 장비 값이 너무 비싼 데다 아직은 생소하고 실제 프린터로 제조할 수 있는 재질과 속도의 한계 때문에 사업화하는 데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하지만 장비가 더욱 발전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1인 제조회사를 생각하는 많은 분들께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도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어떤 이름을 붙이든 미래의 공장은 더욱 작아지고 분산되며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게 된다. 이때 1인 제조회사는 미래의 공장을 담아낼 최적의 기업 모델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기술만 있다고 1인 제조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 1인 제조를 잘하고 있는 자가 이런 기술들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이미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어도 좋겠다.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

(jerry.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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