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강릉 지역에서 최근 잇따라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이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제안 코너'에 올라온 '청소년보호법을 폐지해달라'는 글에 약 14만여 명의 동의가 이어지는 등 뜨거운 반응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 중고등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초 정부가 전국 1만1363개 초, 중, 고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실태’ 전수(全數) 인터뷰 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학교에 일진(폭력조직)이 있다’고 대답한 4~6학년의 초등학생은 전체의 23.7%에 달했으며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충남 초등학생의 경우 10명 중 2명꼴로 학교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점차 빨라지는 사춘기에 부모와 교육계의 대응이 적절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한다. 또래보다 어린 나이에 성조숙증이 오게 되면 급성장기가 오는 시기도 빨라지게 된다.
학교 폭력의 첫 단추는 덩치가 월등히 큰 아이들이 장난으로 작은 아이들을 툭툭 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서열화와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 교육문화에서 학생들은 공부를 잘하거나 싸움을 잘해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인식에 빠지기 쉽다. 특히 성조숙증의 영향으로 학업에서 박탈감을 느낀 아이들의 경우 폭력을 더 쉽게 받아드릴 수 있다.
이처럼 사춘기의 시작을 알리는 일련의 성적 증후들이 또래의 평균 시기보다 빨리 출현하는 것을 ‘성조숙증’이라 한다. 요즘은 대표적인 2차 성징 징후가 평균적으로 여아는 5학년에 초경이, 남아는 6학년 경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점차 발현 시기가 점점 많이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다. 부모 세대보다 앞당겨진 평균 사춘기보다도 더 빠른 시기에 2차 성징이 발현되는 ‘성조숙증-이른 사춘기’의 발병률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성조숙증은 진성조숙증과 가성조숙증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비교적 흔치 않은 진성 조숙증은 뇌종양이나 두부의 방사선 조사, 중추신경계의 선천성 기형 등으로 인해 성선 호르몬에서 성호르몬이 적절치 못한 시기에 방출되어 사춘기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여아는 8세, 남아는 9세 이전에 2차 성징을 보인다.
반면 환경호르몬, 성호르몬이 함유된 약물이나 음식물 등의 영향, 영양과잉이나 잘못된 생활습관, 전자파 등의 영향으로 성호르몬이 과도하게 생성, 분비돼 성적 증후들이 나타나는 것을 가성 조숙증이라하며, 이 중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학교 폭력과 연결된 것은 대부분 가성 조숙증이다.
정상적인 성장 발달 과정으로 2차 성징이 시작되는 시기보다 일찍 증세가 나타나면 검사를 통해 성조숙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성조숙증을 진료하는 서정한의원 성장클리닉의 박기원 원장은 “과거 성조숙증의 가장 큰 문제는 최종 키가 또래보다 작을 수 있다는 것에 그쳤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성조숙증은 학교 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적절한 시기에 조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원 원장은 “성조숙증은 질환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며 빠른 사춘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면서 “마음의 준비 없이 몸만 커버린 아이들에게 병원에서는 몸을 치료하고, 병원 밖에서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재훈 기자 (lim@hell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