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테크노트

배너

1인 제조 ‘99단계의 제언’ (21단계 ~ 25단계)

  • 등록 2017.09.15 16:06:14
URL복사

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저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21. 생각보다 일이 없다


전쟁터와 놀이터, 직장을 표현하는 두 개의 상반된 단어다. 이보다 더 우리가 꿈꾸는 직장의 양면성―치열함과 흥미진진함―을 잘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하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전쟁터만큼 정말로 치열하게 일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놀이터라 할 만큼 일에서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도 못한다. 오히려 회사는 전쟁터보다 더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인 정치판인가 하면, 실제 일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놀이터이기도 한 것이다.


곰곰이 직장에서의 일과를 돌아보자. 하루 근무 시간 중 서로 욕하고 편 가르며 정치하는 시간이 3분의 1, 끼리끼리 담배 피우고 채팅하며 수다 떨고 쉬는 시간이 3분의 1이다. 여기에 ‘충성의 보고서’ 작성 시간까지 합치면 정작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은 3분의 1이 채 안 된다(너무 과장했나? 이 부분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어쨌든 10년 넘는 세월 동안 회사를 위해 바쁘게 살아왔는데 지나고 보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다면, 직장을 정치하고 노는 곳으로 여기며 시간을 보낸 것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들어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하루 8시간, 월 160시간 이상 일하니까 60개월, 5년 일하면 1만 시간이네! 나는 5년을 훨씬 넘게 일했는데 왜 변한 게 없지? 1만 시간의 법칙이 아니라 2만 시간의 법칙 아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제 ‘제대로’ 일한 시간은 하루에 한두 시간밖에 안 돼서 그렇다. 제대로 일한 시간이 월 30시간에 불과하니 25년을 일해도 1만 시간이 안 되는 것이고, 그래서 평생 직장에 충성하고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1인 기업을 하게 되면 정치할 대상도, 같이 놀 상대도 없으니 이런 시간 낭비가 사라진다. 1인 기업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토록 편 가르고 미워하며 끼리끼리 노는 것이 얼마나 많이 내 시간을 잡아먹고 나를 피곤하게 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정치만큼 힘 빠지는 일이 없고, 잔머리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은 일도 없다.


‘1인 기업은 생각보다 일이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앞장에서 겁준 것처럼 그렇게 일이 많기만 하다면 누가 1인 기업을 하겠는가? 물론 어떨 때는 죽도록 바쁜 것이 사실이지만 바빠도 힘이 덜 들고 의외로 여유롭다. 비록 마음 놓고 며칠 쉬거나 여행 가는 것은 불가능해도 짬짬이 평일 낮에 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몇 명의 직원과 일하는 소기업 사장님들은 직원들 눈치 때문에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기도 하지만 1인 기업은 이런 것도 없다.

 

사람은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를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이 많아서 힘든 것이 아니라 일 같지 않은 일을 할 때 힘든 것이다. 1인 기업에서 최소한 일 같지 않은 일을 시키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 


상사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지 애쓰는 시간과 제품 납기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철야하는 시간 중 어느 쪽이 나를 건강하게 할까? 조직 내 경쟁자를 탈락시키려 잔머리 쓰는 시간과 경쟁 제품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시간 중 나를 발전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눈치 보며 끌려다니는 회식 시간과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 중 어느 쪽이 내일 다시 일하게 할 내 에너지를 재충전시킬까? 


직장생활 25년 해도 못 채우는 1만 시간은 1인 기업 5년만 하면 채울 수 있다. 그래서 1인 기업은 내 소중한 인생을 위해서라도 도전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22. 생각보다 많이 쓴다


1박 2일 여행이라 해도 처음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것처럼,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계획대로 지출하기란 어렵다. 나는 2000년대 초반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며 많은 사업계획서를 접했는데, 당시 선배로부터 들었던 충고가 하나 있다. ‘매출은 4로 나누고 지출은 2를 곱하라’는 것이었다. 즉, 계획서상의 매출은 4로 나누고, 지출에는 2를 곱해야 현실에서의 매출 및 지출과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1인 기업도 ‘생각보다 많이 쓴다.’  1인 기업에 대해 흔히들 크게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혼자 하니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아니하다. 중요한 사실은  1인 기업의 목적은 결코 비용 절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1인 기업은 비용을 아끼기 위한 최적의 기업형태가 아니므로, 돈 아끼려고 1인 기업을 한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낀 것이다.


자동차에 비유해보자. 작은 차라고 해서 큰 차보다 무조건 연비가 좋은 것은 아니다. 차의 배기량, 마력, 중량 및 목적에 따라 작은 차가 기름을 더 소비할 수도 있다. 1인 제조는 어찌 보면 사륜구동의 온/오프로드 소형 SUV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도로 조건에도 적응 가능하고 일정 속도 이상의 성능을 보장하며, 장거리에도 안정적이고 견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도 짧을수록 좋다. 그만큼 순발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차가 연비까지 좋기를 바라면 안 된다. 좋은 연비를 바란다면 1인 제조가 아닌 다른 회사 형태를 찾는 것이 옳다. 


그렇다면 1인 기업은 왜 비용 측면에서 최적의 모델이 아닐까?


첫째, 1인 기업은 1일 기업이기 때문이다. 1일 기업이 되려면 자산을 유동화해야 하는데 여기엔 그에 따르는 비용이 든다. 일례로 사무실을 매매(또는 전세)가 아닌 월세 계약을 하는 경우, 그리고 차량을 구매가 아닌 리스를 한다면, 비용이 더 든다. 이미 앞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둘째, 1인 기업은 전후방 연관사들과의 협업이 있어야 제품을 완성할 수 있고, 내가 늦어지면 전체 일정도 늦어진다. 때문에 1인 기업에게 있어 납기는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인데, 이를 위해서는 미리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셋째, 1인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고객은 고객대로 제품 공급을 담보하기 위한 보험을 요구하거나 대금 결제를 미루고, 반대로 협력업체는 대금 지급을 못 믿어 선결제를 요구하곤 한다. 받을 돈은 늦게 받고 줄 돈은 빨리 줘야 하니 자금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한 비용이 생긴다. 


넷째, 1인 기업은 외주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즉, 고정 비용보다 가변 비용이 큰 구조이므로, 물량이 늘수록 전체 비용도 커진다. 어느 시점 이상이 되어 매출이 늘어나면 고비용 구조가 되는 것이다. 


재차 말하지만 1인 기업은 일정 부분에서의 비용 절감은 가능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그 비용이 통제되지 않은 무절제한 자금 관리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큰 문제다.


1인 기업은 대표 자신 외에는 통제할 사람이 없고, 어떤 간섭도 없으니 절제력을 잃기 쉽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간섭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중 하나의 장치가 앞서 이야기한 주식회사 형태로의 회사 설립이고, 그 외에도 내 돈과 회사 돈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퀴즈 하나. 1인 기업 대표를 위한 최적의 간섭자는 누구일까? 내 경험으로 보면 배우자다. 돈 샐 틈이 없게 만드니 말이다.



23. 만든 걸 팔아라


팔 걸 만들지 말고 만든 걸 팔아라. 이건 웬 말장난인가 싶겠지만, 팔 걸 만드는 것과 만든 걸 파는 것은 엄청나게 다르다.


팔 걸 만드는 것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파는 것이다. 팔 걸 만드는 회사에게는 ‘고객’이 모든 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고객의 요구가 있어야 만들고 그렇게 만든 것은 그 고객에게 주로 팔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의 장점은 시장 리스크가 적다는 것이다. 요구하는 것을 만드니 ‘이거 안 팔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피할 수 있다. 또한 그 고객의 요구가 전체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한다면 이렇게 만든 제품이 정말 큰 히트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단점이 있다. OEM 제조에 익숙한 ‘큰’ 회사들이 고객 끊긴 뒤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고객은 자신의 요구로 만든 제품을 다른 곳에는 납품하지 못하게 한다. 개발비를 부담하거나 최소 구매 수량을 보장해주는 대신 말이다. 이렇게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데만 익숙해질수록 제품 개발력은 점점 없어지고, 고객과 ‘노예 계약’에 가까운 종속 관계가 형성된다. 이런 관계에 기초한 사업은 오래가기 힘들고, 매출 역시 특정 고객의 오더에 따라 널뛰듯 한다.


1인 기업은 한 건의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 이익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때문에 ‘만든 걸 파는 것’이 1인 기업에게는 더 적합하다. 시장의 요구를 스스로 분석하여 개발, 제작한 제품을 고객이 구매하도록 설득하는 것, 다시 말해 특정 고객의 요구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장 분석력과 개발력에 의지하여 시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왜 이런 방법이 1인 기업에 적합한지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첫째, 고객 요구에 따라 제품을 만들면 개발 비용과 일정이 단축될 것 같지만 사실 이와 반대다. 고객은 제품에 대해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르고, 그래서 변덕이 심하다. 고객의 요구에 휘둘리다 보면 “이 산이 아닌가봐!” 하고 다른 산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 그것으로 고객을 설득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개발 일정이나 비용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둘째, 개발 자원이나 자금이 제한적인 1인 기업에게는 한 번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 절실하다. 근데 개발 과정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그 제품은 프랑켄슈타인이 되어 누더기 모양새를 띤다. 제품은 단순할수록 완결성이 높아지는데 그런 단순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복잡하고 누더기 같은 제품은 그 1인 기업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전후방 협력회사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


셋째, 기업의 영업력은 ‘제품의 품질×제품에 대한 자신감’이다. 즉, 품질도 좋아야 하지만 그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팔 수 있다. 자신감이 제로라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영업력은 0이 된다. 고객의 요구로 만든 제품과 내가 스스로 기획해서 만든 제품, 이 둘의 품질이 똑같더라도 자신감에서는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차이는 매출의 차이로 이어진다.


넷째, 고객의 요청과 개발비 지원을 받아 만든 제품의 특허는 누구에게 종속될까? 당연히 고객이다. 열심히 만들어도 그 개발의 노하우와 특허는 그 1인 기업이 아닌 고객사에 쌓이는 것이다.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1인 기업에게 있어 특허가 절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는 아니다. 하지만 그 특허를 고객사가 가지게 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정말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팔 걸 만들지 말고 만든 걸 팔아라. 내 회사는 1년에 다섯 가지 정도의 RFID 태그제품을 새로 개발하는데, 그중 네 가지는 자체 개발이고 하나 정도만 고객의 요청을 받아 만든다. 즉, 80%는 만든 걸 팔고 20%는 팔 걸 만드는 것이다. 20%는 왜 하냐고? 그냥 오래된 고객에 대한 서비스다. 그뿐이다. 큰 의미 없다.



24. 일이 너무 많다면?


1인 기업의 일이 아무리 많아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여유가 생긴다. 일의 양이 줄어들어서라기보다는 일에 익숙해지고, 중첩된 일이 하나로 붙으며 혼자 일하는 습관이 몸에 배는 덕분이다.


첫해는 정말 힘들다. 지금은 30분이면 처리할 일인데 처음에는 온종일 씨름한다. 계산서 하나 발행하는 데 한 시간, 견적서 하나 보내는 데 반나절이 걸린다. 지금이야 협력업체와 몇 분의 전화통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처음엔 세상 무너진 듯 밤 지새우며 고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1년은 죽었다 생각하고 어떻게든 견뎌내자. 모든 일에는 사이클이 있어서 1년에 한두 번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즉, 1년이 지나면 무슨 일이든 한두 번은 해보게 되고, 그것이 할 만한 일인지 아니면 죽어도 못할 일인지 감을 잡게 된다. 죽어도 못할 일이라면 어떻게 하느냐고? 외주로 넘기면 된다. 여하튼 이렇게 저렇게 1년만 참고 견디면 대충 정리도 되고 할 만해진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일이 전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많아진다면? 이런 경우는 다음의 셋 중 하나다.


첫째, 일이 잘되고 돈이 벌리고 고객이 늘어서 바빠진 경우다. 가장 행복한 고민인데, 이럴 땐 밤을 꼴딱 새워도 피곤하지 않고, 아무리 피곤해도 감기에 걸리는 일이 없으며,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 사실 이때의 고민은 한 가지이다. ‘1인 기업을 계속 유지해갈지, 아니면 사람을 충원해야 할지’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힘들어도 일단 혼자 해나가며 견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생각에는 앞으로도 고객이 쭉 늘어날 것 같지만 내 경험으로 보건대 오히려 매출이 훅 줄어드는 시기를 몇 번은 꼭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당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니, 지금 좀 고객과 오더가 늘어난다고 바로 인력이나 설비를 보충하지는 마라. 그보다는 성장과 침체의 사이클을 몇 번 겪은 뒤 충원으로 해결할지 외주로 해결할지를 결정해라. 


둘째, 일이 더 많아져 바쁘긴 한데 정작 수입은 별반 차이가 없는 경우다. 이럴 땐 인원을 충원하거나 일을 외주로 돌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수입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제품의 판매 가격이 너무 낮거나 원자재 구매나 외주 가격이 너무 높거나, 둘 중 하나다. 내가 누려야 할 정당한 이윤이 고객이나 협력회사에 가는 것이니 죽 쒀서 개 주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곧장 가격 조정에 들어가지 말고 일단 알고만 있어라. 단기간 내에 가격을 조정하려 하지는 마라.  


셋째, 아무리 해도 일이 익숙해지지 않은 경우다. 매출이 그대로거나 더 떨어지는데도 여전히 바쁘다. 일에 익숙해지지 않으니 고객은 당신을 외면한다. 이런 경우라면 빨리 그만두는 것이 좋다. ‘아닌 건 아닌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에 익숙해지지 않은 이유가 욕심 때문인 경우도 의외로 많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을 하고자 할 때 일은 오히려 더 엉망이 된다. 욕심을 부리니 잘할 것도 못하게 되고 자신감은 더 떨어져 모든 일이 서툴러진다. 야구에 ‘2년 차 징크스’라는 것이 있다. 1년 차에 잘하던 신입 선수가 욕심 때문에 폼에 힘이 잔뜩 들어가면서 오히려 서툴러지는 바람에 2년 차에는 죽을 쑤는 것을 이르는 표현이다. 자신이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잘 생각해보자. 


처음 1년은 죽는다 생각하고 바쁘게 일하라. 하지만 2년, 3년 세월이 지나도 계속 바쁘기만 하다면 뭔가 잘못됐다는 신호다.


25. 깔아뭉개는 것도 최선이다 


좋은 리더십은 의사결정의 내용만큼이나 그것이 얼마나 시의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졌는가에 달려 있다.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대부분 ‘신속할수록 좋다’고 알고 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서 리더는 취합 가능한 모든 유용한 정보를 기반으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종합하여 가급적 빨리 결정해야 한다. 


반대로 의사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며 깔아뭉개는 것은 무능의 대표적 모습이며 리더가 피해야 할 가장 큰 죄악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 이유는 리더의 결정 지연이 조직 전체의 업무 진행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즉, 의사결정 지체는 조직의 모든 자원 가동을 올스톱시키며,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손실 규모 또한 커진다. 리더가 의사결정을 하루 미루면 열 명짜리 조직에서는 총 80시간(1일 근무시간 8시간×10인)의 손실이 발생하지만 100명 조직에서는 800시간(1일 근무시간 8시간×100인)의 손실이 발생한다. 때문에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보다는 차라리 잘못된 의사결정이라도 빠른 것이 나을 수 있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리더들이 의사결정을 깔아뭉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충분한 데이터와 지식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급박한 환경 변화로 좀 더 지켜보다가 결정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셋째는 조직 내부의 정치 역학상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기 때문이고, 넷째는 결정을 내리면 조직에는 좋지만 리더 자신에게는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들 중 반드시 피해야 하는 것은 세 번째와 네 번째다. 세 번째는 리더의 우유부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이고 네 번째는 리더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째와 둘째의 경우라면 오히려 깔아뭉개는 것이 옳을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 지체에 따른 인력, 자금, 자원의 손실이 작은 1인 기업이라면 곧바로 결정하는 것보다 깔아뭉개는 것이 최선인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와 지식 수집에 있어 제한이 큰 데다 혼자 결정할 수밖에 없는 1인 기업은 ‘고(Go)!’라고 외치는 데 더욱 신중해야 한다. 큰 조직은 잘못된 의사결정이 내려져도 이를 감내할 수 있는 맷집이 있지만, 1인 기업의 경우에는 뒷감당이 안 될 때가 많다. 때문에 보수적이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의사결정이 오히려 합리적인 것이다.


다만 1인 기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많은 결정을 깔아뭉개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이 많고 바쁘다 보니 의사결정 시기를 놓칠 뿐 아니라 이마저 잊고 지나가는 때가 허다하다. 어쩌면 1인 기업은 자신의 의도와 달리 너무 많은 결정을 이미 지체하고 있는지 모른다.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

(jerry.ryu@gmail.com)










배너









주요파트너/추천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