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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제조, 목표 시장 좁힐 수록 생존 가능성 커진다

  • 등록 2017.06.07 10: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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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1인제조'의 저자이기도한 필자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아흔아홉 개의 조언을 제시한다. 이번 글은 11~15번째 단계와 관련한 내용이다.<편집자주> 



11. 매일 결산하라


1인 기업에게 오늘 하루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큰 회사들은 미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오늘을 살지만, 1인 기업에게 있어서의 미래는 오늘 하루 내가 산 모습의 총합일 뿐이기 때문에 오늘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쉽게 말하면, 오늘 밑지면 미래에도 밑질 것이고 오늘 수익이 생겼다면 미래에도 잘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들어올 돈과 지출해야 할 돈을 비교하며 결산을 한다. 그렇다고 가계부를 쓰거나 엑셀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나만을 위한 보고에 시간을 쓰는 것은 정말 시간 낭비다. 그냥 수첩에 지출해야 할 돈 항목들을 쭉 적어놓고, 매일 지출해야 할 비용을 추산하는 것이 내 결산 방법의 전부다.


내게 있어 ‘매일 지출해야 할 비용’은 일반적인 의미의 지출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내 수첩에 적혀 있는 매일매일의 지출항목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사무실 월 임대료/30

- 사무실 월 관리비/30

- 월 지출 아르바이트비/30

- 월 지출 화물 운송비/30 

- 내게 지불할 최소 월급/30

- 월 생수비 및 비품/30 

- 월 통신료/30 

- 월 차량유지비/30 

- 월 감가상각비/30

- 월 장비렌탈비/30 

- 월 이자 비용/30 

- 월소요 재료비/30 

- 월 외주비/30 


이상의 총합 = 매일 지출해야 할 비용


위와 같이 나의 ‘매일 지출해야 할 비용’은 실제 지출하는 금액이 아니라 매월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30일로 나눈 것, 다시 말해 ‘매일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즉, 제조로 인해 매월 발생하는 모든 재료비, 외주비는 물론 판관비 일체와 간접비용 및 나의 월 최소 수령 봉급을 모두 합한 금액을 30일로 나누어 일 단위로 얼마의 비용이 발생하는지 환산하는 것이다.


나의 일 매출은 최소한 ‘매일 지출해야 할 비용’을 초과해야 한다. 일 매출이 이를 초과하지 못한다면 그날은 적자인 셈인데, 특히 일주일에 하루를 쉰다면 이때의 적자는 일주일에서 휴일을 뺀 나머지 6일에 나눠 만회해야 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숫자는 바로 이 ‘매일 지출해야 할 비용’이다. 만일 3일 이상 나의 일 매출이 이 비용보다 낮다면 나는 머릿속에 빨간 불이 켜지고 그 원인에 대해 고민한다. 일주일 이상이라면 대책이 필요하다. 


나의 다이어리엔 매일 날짜 옆에 ‘그날의 매출-지출할 비용’을 계산한 금액이 적힌다. 흑자일 때는 까만 볼펜으로, 적자일 때는 빨간 볼펜으로 적어나가다 보면 언제고 수첩을 드르륵 넘겼을 때 그해 현재까지의 실적을 대략 알 수 있다. 그것이 내 1인 기업의 성적표다.


12. 영광은 잊어라


직장인 누구에게나 화려했던 시절은 있다. 부하 직원이 수십 명이었다는 등, 회삿돈 얼마를 주물렀다는 등, 얼마짜리 영업을 따냈었다는 등, 내가 개발한 제품이 몇 개 팔렸다는 등, 원자재 구매 비용 중 얼마를 절감했다는 등 사실 여부를 떠나 누구나 영광스런 추억은 하나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영광의 순간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단위가 크다는 것이다. 관리하던 돈이든 조직이든 커야 영광이고, 매출도 커야 영광이고, 제품을 개발해도 몇만 개 팔려야 영광이고, 비용 절감도 커야 영광이다. 


사실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은 월급이 몇백밖에 안 됨에도 몇천만 혹은 몇억이라는 돈, 몇십 명 정도의 조직 등에 쉽게 둔감해진다. 그래서 그것이 자기 것은 아님에도 마치 그런 것처럼 우쭐하며 산다. 직장인들이 크게 착각하는 또 하나의 것은 바로 ‘그 일, 내가 했다’라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조직이 한 일임에도 이들은 입만 열면 “그거 내가 한 거야!”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 없으면 회사가 절대 안 돌아간다’라고 생각하는데, 이 정도에 이르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다. 


1인 기업에 대해 “내가 회사에 월 몇십 억 씩 벌어다 준 사람인데, 혼자 하면 그깟 몇백만 원 못 벌겠어?” 하는 분들이 대개 이런 유형에 속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정신으로는 몇십만 원도 벌지 못한다. 과거의 영광은 싹 잊어라! 자신이 생각하는 돈 단위에서 0을 최소 하나 혹은 두 개를 빼는 훈련부터 하라.


1인 기업의 생존 전략은 ‘어떻게 하면 더 작고 섬세해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인 기업은 더 작은 레고 블록, 더 작은 테트리스 블록처럼 보다 미시적(microscopic)인 것이 되어야 하고 디테일에 충실해야 한다. 한마디로 1인 기업의 대표는 최대한 치사하고 찌질해야 살아남는다. 다시 말하지만, 그러니 영광은 잊고 폼은 버려야 한다.


과거의 영광을 버리는 것이 사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누구나 조직에서 오래 생활하며 하나의 부속품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면, 조직 내에서의 내 실적 또는 기여도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 “당신은 누구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조건반사적으로 자신이 다니는 직장과 그곳에서의 자기 직책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즉, 나의 가치는 직장 내에서의 실적 가치로만 존재할 뿐이고, 그렇기에 직장에서의 자기 실적은 커야만 하고 또한 크다고 믿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렇게 큰 실적만을 바라는 생각은 1인 기업을 하는 데 있어 정말 큰 장애가 되기 쉽다. 앞서 언급한 대로 1인 기업의 존재 이유는 작은 데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과거의 영광에 대한 기억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다. 워낙 남들의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살아온 인생이었기에, 사업을 하면서도 뭐든지 크게 하는 것이 멋있어 보였고 이를 위해 매일 계획을 수립하는 계획 중독에 빠졌었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1인 기업은 오늘이 전부이고 오늘 당장 흑자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 큰 사업이나 큰 실적에 대한 욕망을 지워라. 나 자신의 존재 자체만큼 큰 것은 없으니 보여주기 위한 영광은 잊어라. 가장 작아지고 가장 찌질해지고 가장 추잡스러워지는 훈련부터 시작하자. 1인 기업 대표는 최대한 쫀쫀해져야 한다. 


13. 신문과 인터넷은 버려라


영광을 잊으려면 작아져야 한다. 이는 더 섬세하고 날카로워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1인 기업 대표에게 가장 필요한 지식은 지금 만드는 제품, 그것의 개발과 생산에 대한 것이다. 신문 들추고 인터넷 서핑하며 스마트폰 헤집고 다닐 시간에 자신이 만드는 제품에 대한 전공 서적 한 권을 더 읽거나, 동종 업종의 엔지니어를 한 명 더 만나거나, 각종 전문 교육과정이나 훈련을 수강하고 세미나를 찾아다니며 명함을 교환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전공 서적은 30분만 읽어도 온몸이 뒤틀리는데 신문은 한 시간 넘게 읽어도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언제 한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는데, 강의는 30분만 들어도 잠이 쏟아지기 일쑤다.


그러나 신문과 인터넷에 나오는 무료 지식으로는 절대 1인 기업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없다. 내가 돈을 버는 데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는 무료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내거나 최소한 발품 혹은 귀품을 팔아야 습득할 수 있다. 1인 기업을 하고자 한다면 얄팍한 신문과 인터넷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그보다 더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신문과 인터넷이 가지는 큰 함정이 하나 있다. 단박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향후 잘될 업종과 안 될 업종을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는 것이 그것이다. 6장에서 나는 성장 업종보다는 쇠퇴 업종이 1인 기업에 적합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신문과 인터넷은 무조건 유망업종만을 띄우므로 오히려 잘못된 판단으로 이끌기 쉽다. 신문이나 인터넷을 읽다 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될 이유가 수십 가지이고, 내가 하는 일보다 다른 일들이 잘될 이유가 수백 가지이다. 이런 정보들을 계속 접하면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지금 하는 내 일을 점점 싫어하게 된다. 이처럼 잘못 읽으면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문과 인터넷을 무조건 믿어서는 안된다.


신문과 인터넷을 매일 뒤지는 사람들을 보면 대한민국 경제에 대해 거의 대학 교수나 경제부처 공무원 수준으로 알고 있다. 미국 경제가 어쩌고 유럽 경제가 어쩌고 중국이 어쩌고 일본은 어쩌고……. 그런데 그게 지금 내가 납기일을 하루 더 당기고 제품 출하가격을 10원 더 낮추며 불량률을 10% 더 낮춰야 하는 현실 앞에서 그것들이 도대체 어떤 쓸모가 있는가? 한국 정치는 이래서 안 되고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이래서 문제라며 고민하고 욕하는 그 시간에, 내가 왜 고객으로부터 욕을 먹는지에 대해 더 고민하자. 


물론 인터넷 검색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하는 데 있어 얼마든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나의 일과 관련된 검색을 하루 중 얼마나 하고 있는가? 틀림없이 인터넷으로 일만 했다고 생각하지만 잘 따져보면 일한 시간은 절반도 안 된다. 연예 기사에 눈이 가고, 아이돌 사진 한 번 클릭하고 프로야구 기사 하나 읽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가니 말이다.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데 있어 신문과 인터넷은 큰 걸림돌이다. 물론 거시적 경제 상황이나 사회구조에 대한 정보는 1인 기업을 잘 운영해 나가는데 도움이 되지만, 이것은 경제 뉴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혼자 일하는 1인 기업에게 가장 부족한 것, 가장 제한된 자원은 시간이다. 1인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이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 내가 무가치하게 신문과 인터넷 뒤지고 있는 것만큼 한심한 것도 없음을 깨닫게 된다. 


송곳이 깊이 들어가는 이유는 그것의 끝이 날카롭기 때문이다. 1인 기업은 더 작고 섬세하고 날카로워져야 생존한다. 신문과 인터넷은 내가 가진 송곳의 끝을 뭉툭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



14. 엑셀과 파워포인트는 잊어라


직장인의 하루는 보고로 시작하여 보고로 끝난다. 직원은 임원에게, 임원은 사장에게 보고할 5분짜리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파워포인트나 엑셀을 붙들고 앉아서 하루를 보낸다. 도대체 회사를 일하러 왔는지 파워포인트나 엑셀 작업을 하러 왔는지 분간할 수가 없다. 어떤 회사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서류작성팀(Document production team)’을 따로 둘 정도다.


솔직히 말해서 사장이 알고 싶은 정보는 포스트잇 한 장으로도 충분하다. 사장이라 해서 매일 뭘 그렇게 알고 싶겠는가? 그걸 다 안다고 한들 머릿속에 다 집어넣을 수도 없다. 포스트잇 한 장짜리로 충분한 정보가 사장에서 임원으로 내려오면 A4용지 한 장, 부장으로 내려오면 다섯 장, 말단까지 오면 열 장짜리 근사한 보고서로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사장 잘못만은 아니다. 그냥 우리 모두가 알아서 기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포스트잇 한 장짜리로 보고하자니 좀 성의가 없는 거 같아 A4 한 장이 되고, 그것도 어쩐지 충성심이 약해 보여 다섯 장, 열 장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포스트잇 한 장짜리 정보를 보고하기 위해 하루 종일 열 장짜리 보고서를 만드는 셈이다. 더 웃긴 건 뭔 줄 아는가? 그 열 장짜리 보고서 앞에 사장 읽으라고 포스트잇 한 장짜리로 요약한 내용을 붙인다. 이건 개그다.


여하튼 큰 조직일수록 보고 잘하는 것이 개인의 능력이 된다. 잘 만들어진 보고서로 충성을 보여주고 제일 앞에는 포스트잇 한 장 붙여주는 센스, 관료화된 대기업일수록 바로 이것이 능력의 판단 기준이 된다. 


왜 업무 능력보다 보고 능력이 중시되느냐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이 보장되어 있다. 다시 말해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의 역량에 의해 실적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고객에 대한 충성보다는 조직 내부, 특히 상사에 대한 충성이 승진과 보너스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마련인데, ‘정성스러운’ 보고는 바로 이러한 충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래서 보고서 쓴다고 너도나도 PC 앞에 붙어서 엑셀 중독자, 파워포인트 중독자가 되어간다. 


일단 중독된 습관은 1인 기업을 창업하여 스스로 대표가 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다. 모든 숫자는 엑셀로 만들고 모든 영업 자료는 파워포인트로 작성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제는 아무도 봐주지 않는 보고서, 볼 사람이 나밖에 없음에도 나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어야 일다운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1인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그렇기에 필요 없는 중독의 습관들은 버리고 생산적인 일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극대화해야 한다. 가장 헤어 나오기 힘든 중독은 자신이 스스로 중독이라고 생각 못하는 것인데, 보고 중독이 바로 그에 해당한다.


하지만 모든 보고가 의미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를 위한 보고가 필요 없는 것일 뿐, 고객을 위한 보고의 중요성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 고객과 일일이 대면하고 만나 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시간이 없으므로 잘 작성된 자료를 활용하여 대면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잘 정리된 문서를 갖추고 있으면 외주 협력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오해의 소지와 잘못된 소통이 발생할 가능성도 최대한 낮출 수 있다. 특히 자주 대면하기 힘든 1인 기업의 특성상 모든 의사소통은 구체적으로 명문화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그 정보가 파워포인트나 엑셀 형식으로 정리될 필요는 없다. 이면지에 손으로 잘 정리해 스캔한 파일로 교환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포맷이나 형식이 아니라 서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 업태도 아닌 제조에서 지나치게 세련되게 잘 정리된 문서는 뭐랄까, 마치 카센터에서 정장 입고 작업하는 것처럼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15. 목표시장은 작게 잡아라


“중국인 10억 명에게 이쑤시개 하나씩만 팔아도 10억 개를 판다.”


내가 지금까지 접했던 마케팅 관련 글 중 가장 황당한 문장이 바로 이것이다. 이 밑도 끝도 없는 말을 누가 제일 먼저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는 ‘큰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논리는 ‘시장이 크면 1등을 하지 않고 대충 묻어가더라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수학적 확률에 근거한 것이다. 사실 우리 모두는 막연하게나마 ‘큰 떡을 만져야 떡고물이라도 더 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사업에 실패한 이들이 가장 많은 꼽는 이유 역시 “시장이 없어서”이다. 고기가 모이는 곳에 그물을 던져야 하는데 그걸 못했으니 제대로 되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아무리 허술한 고객이라 해도 자신이 모르는 제품에 대해서는 단돈 10원도 지출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아무리 꼼꼼한 고객이라도 자신이 잘 아는 제품이라면 10억 원의 지출을 마다하지 않는다. 즉, 10억 명에게 이쑤시개 한 개씩 파는 것보다 한 명에게 10억 원어치를 파는 것이 훨씬 쉽고 성공 확률도 높은 것이다. 


비록 1원짜리 이쑤시개 하나를 판다 해도 10억 명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마케팅과 홍보 역량을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1인 기업에 있어서의 ‘큰 시장’은 무지개 같은 허상일 뿐이다. 이것만 좇다 보면 1년 안에 거덜 나기 딱 좋다. 어떻게 보면 로또 맞을 확률이 오히려 더 높을지 모른다.


작은 기업일수록 100이라는 시장에서 5%의 점유율을 얻는 것보다 10이라는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얻는 편이 훨씬 쉽고 영업 비용도 적게 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도 시장이라 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작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는 것, 그것이 바로 1인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영업 전략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목표 시장을 크게 잡으려고만 하는 걸까? 


첫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이라는 시장에서 5%를 점유하는 것이 10이라는 시장에서 50%를 점유하는 것보다 편할 것이라는 착시 현상에 막연히 의지하고 그 뒤에 숨어버린다. 중국인 10억 명에게 이쑤시개 한 개씩 팔자고 하는 사람 치고 중국 시장 제대로 공부한 사람 없다. 제대로 공부했으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안 했으니 자신감이 없고, 그러니 막연한 시장 규모에 의지해서 ‘한 개라도 팔자’는 허황된 계획만 잡는 것이다. 


둘째,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1인 제조를 하면서 ‘단 한 명의 좋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언제라도 열 명에게 팔 수 있고, 그 한 명에게 팔 수 없다면 아무에게도 팔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단 한 명의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도 확실한 전략이 있다면 목표 시장을 얼마나 크게 할지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 그 한 명의 고객이 시장의 전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셋째, 실패했을 때의 핑계거리를 찾고 싶기 때문이다. 시장을 크게 잡을수록 시장 내 경쟁자 수가 많아지고, 경쟁자 때문에 사업이 실패했다는 핑계를 대기가 용이하다. 반대로 시장을 작게 잡을수록 사업이 안되는 원인을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서 찾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실패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시장에서 실패하는 자들은 실패의 원인을 경쟁사들에게서 찾는다. 


넷째, 혹시 모를 자금 투자를 받기 위해서다. 회사를 운영하면 누구나 자금에 목마를 수밖에 없다. 맷집이 약할수록 돈만 쫓아다니게 되는데, 눈먼 투자라도 받기 위해서는 기대 매출을 부풀려야 하고 그러려면 목표 시장의 규모를 무조건 크게 잡아야 한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10억 명에게 이쑤시개 하나씩 팔겠다는 논리가 한 명에게 10억 원짜리 물건을 팔겠다는 논리보다 더 먹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1인 기업이 목표로 하는 시장은 ‘이렇게 작은 시장에서 과연 먹고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작아야 한다. 그래야 1인 기업은 스스로의 장점과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하며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바퀴벌레는 바퀴벌레만 할 때 가장 최적의 생존력을 가진다. 바퀴벌레가 쥐만큼 컸다면 이미 멸종했을 것이다.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jerry.r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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