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미디어 간담회서 분산형 클라우드·다층 보안 전략 공개
브라우저·API·에이전트로 넓어진 AI 공격 표면 대응 체계 제시
엣지 기반 AI 추론 앞세워 내년 초 학습 시장까지 확대 계획
AI 투자가 시범 단계를 지나 실제 운영 단계로 넘어가면서 이를 떠받칠 인프라와 보안이 기업의 새 과제로 떠올랐다.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22일 아카마이코리아 사무실에서 '2026 아카마이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국내 기업의 AI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분산형 클라우드와 다층 보안 전략을 발표했다.
이경준 아카마이코리아 대표는 "AI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이제 더 이상 차별화 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이 AI를 개념검증이나 실험 단계에서 실제 프로덕션 환경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트 형태로 발전하면서 애플리케이션과 업무 프로세스 그리고 IT 인프라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AI 경쟁력도 좋은 모델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모델과 데이터 그리고 애플리케이션과 사용자를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연결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AI가 업무 깊숙이 들어온 만큼 공격 표면도 함께 넓어졌다. 한준형 아카마이코리아 상무는 임직원이 웹 브라우저뿐 아니라 CLI와 IDE 그리고 데스크톱 애플리케이션으로 AI에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유출과 API 남용 그리고 섀도우 AI와 프롬프트 조작 같은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 편의를 위해 설치한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도 문제로 꼽혔다. 필요 이상의 권한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공격자가 이를 침투 경로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API 통신에 숨은 비즈니스 로직 결함도 같은 맥락에서 거론됐다. 개발자가 테스트 후 이전 버전 API를 지우지 않으면 버전 번호만 바꿔 호출해도 유효한 토큰으로 내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상무는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환경에서는 에이전트의 권한 관리도 중요한 점검 항목이 된다고 덧붙였다. 역할 기반 접근 제어(RBAC)가 정확히 부여됐는지와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지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공격 경로가 이처럼 다양해진 만큼 방어의 전제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상무는 "이제는 어떻게 방어하느냐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이미 자산이 침해됐다는 가정 아래 계획을 세워야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안 담당자가 패치를 준비하고 배포하는 속도가 공격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기계 속도의 공격에는 기계 속도의 방어로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엣지에서 가상 패치를 먼저 적용해 기업이 패치를 준비할 시간을 벌고 침투가 일어나면 피해 범위를 즉시 격리해야 한다고 한 상무는 설명했다. 하나의 방어 체계로 모든 형태의 공격을 막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국은 보호해야 할 핵심 기술 자산이 많은 만큼 내부 임직원을 통한 유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최소한의 방어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아카마이가 제시한 다층 보안 체계도 이런 판단에서 출발했다. 아카마이는 웹 애플리케이션 보안과 봇 방어 그리고 API 모니터링과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을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 이 가운데 아카마이 워크포스 프로텍터는 임직원이 AI를 쓰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데이터 노출을 차단한다. 아카마이 API 시큐리티는 검색증강생성(RAG)과 API 환경의 위험을 식별하고 아카마이 가디코어 세그멘테이션은 내부 침입이 일어났을 때 피해 확산을 제한한다. 아카마이는 AI 에이전트 공격을 막는 전용 방화벽과 입력 프롬프트와 출력 결과에 가드레일을 설정하는 AI 게이트웨이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게이트웨이를 거치면 기업이 쓰는 서드파티 AI API의 토큰 사용량까지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안과 함께 AI를 실제로 구동할 인프라의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는 진단이 뒤따랐다. 강상진 아카마이코리아 상무는 "AI가 클라우드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시간 AI 추론과 서비스를 위해서는 초저지연과 GPU 가속 그리고 사용자와 데이터에 가까운 곳에서의 처리가 필수라는 것이다. 아카마이는 2022년 클라우드 기업을 인수하며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했다. 현재는 대규모 모델 학습보다 기업이 확보한 모델을 챗봇이나 추천 시스템 같은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는 AI 추론 수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추론 수요를 겨냥해 아카마이는 AI 워크로드가 세 층으로 분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규모 학습 중심의 코어 클라우드와 데이터 레지던시 및 지역별 성능을 담당하는 리저널 클라우드 그리고 초저지연 실시간 추론을 맡는 엣지다. 엣지 환경에서 무거운 AI 추론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강 상무가 인프라 구조를 들어 설명했다. GPU를 탑재한 데이터센터와 CDN·보안용 엣지 플랫폼은 전력과 냉각 요건이 달라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가까이 있는 엣지 서버가 AI 추론 서비스의 프런트엔드 역할을 하고 연산은 GPU 데이터센터가 맡는다. 두 구간은 아카마이 백본 네트워크로 연결해 지연을 최소화한다. 아카마이에 따르면 엣지 플랫폼과 GPU 데이터센터 간 연결 속도는 10밀리초 미만이다. 아카마이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130개 이상 국가의 700개 도시에 4,300개 이상의 엣지 PoP와 1,000Tbps 이상의 네트워크 용량을 운영하고 있다.
GPU 라인업도 확장하고 있다. 아카마이는 현재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 GPU를 제공하며 차세대 아키텍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강 상무는 내년 초 학습을 지원하는 상위 GPU 모델을 선보여 추론뿐 아니라 학습 시장까지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아카마이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GPU 오케스트레이션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분산된 GPU 자원 가운데 가장 가깝고 가용한 곳으로 AI 워크로드를 연결하는 서비스이며 여기에 아카마이 보안 솔루션을 탑재할 계획이다. 강 상무는 국내 시장에는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한국은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확보가 어렵고 데이터 주권과 소버린 AI 요구도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인프라를 실제 서비스에 적용한 국내 사례로는 데브시스터즈와 스마트빅이 소개됐다. 데브시스터즈는 신규 콘텐츠와 대형 신작을 전 세계 이용자에게 지연 없이 제공하기 위해 아카마이 클라우드를 도입했다. 이어 아카마이의 GPU 자원을 활용해 쿠키런 시리즈에 AI 요소를 접목했다. 스마트빅은 북미와 글로벌 시장에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게임 서버 워크로드를 아카마이 클라우드로 옮겨 저지연 환경과 비용 절감을 함께 확보했다. 강 상무는 이용자와 클라우드 리전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웃바운드 전송 비용이 게임사의 큰 부담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카마이에 따르면 자사 아웃바운드 전송 비용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약 5% 수준이다. CDN 사업으로 쌓은 대규모 회선과 데이터센터 계약 덕분에 단가를 낮출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을 둘러싼 국내 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아카마이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정책 수립이 어렵다며 도입을 망설이는 기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보안 사고가 잇따르면서 반드시 갖춰야 할 솔루션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아카마이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사례로 언급하며, 삼성생명은 약 3년간의 검토를 거쳐 지난해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 솔루션을 도입했고 현재 구축을 거의 마쳤다고 밝혔다. 이는 재택근무 직원과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들고 외부에서 일하는 설계사의 접속을 관리하는 목적으로, 액티브 디렉터리와 연동해 접속자가 내부 직원인지와 어디서 접속하는지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자원에 곧바로 접속하도록 통제한다. 아카마이는 엔터프라이즈 보안 분야에서 업계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약 25곳의 레퍼런스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보안을 강화할수록 운영 부담이 커진다는 점은 기업들이 오래 안고 온 고민이다. 아카마이는 이 부담을 줄이는 데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아카마이 관계자는 마이크로세그멘테이션 솔루션에 AI를 적용해 정책을 쉽게 부여하고 적용하는 기능이 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PI 시큐리티도 머신러닝으로 기업이 쓰는 모든 API의 기준선을 스스로 만든다. 이 때문에 보안 운영자가 패턴이나 규칙을 주기적으로 갱신할 필요가 없고 도입 초기에 기업별 API 인증 방식을 정해 주면 오탐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환경에 맞춘 선택지도 마련했다. 아카마이는 망분리 규제가 남아 있는 금융권을 위해 온프레미스와 SaaS 방식을 모두 제공한다. AI 기반 편의 기능은 SaaS에서 더 폭넓게 쓸 수 있지만 온프레미스에서도 일부 기능 제한 외에 구축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향후 아카마이는 CDN에서 출발해 보안과 클라우드로 영역을 넓혀 온 분산 플랫폼과 보안 역량을 결합해 국내 기업의 AI 전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헬로티 구서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