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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규의 헬로BOT] 피지컬 AI의 착각과 현실 ② | 봇, 걷고 잡는다고 끝 아냐...다음은 ‘작업 완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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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편에서는 현실에서 쓸 데이터를 확보하고, 시뮬레이션으로 로봇의 학습 범위를 넓히는 과정을 살폈다. 각종 데모 시연에서 물체 하나를 집는 데 성공한 로봇도 현장에 들어가면 훨씬 긴 작업 흐름을 마주한다. 실제 산업은 한 번의 성공보다, 그 행동을 작업 전체로 이어가는 능력을 요구한다.

 

작업 전체로 이어가는 순간 로봇이 감당해야 할 조건도 늘어난다. 움직임·판단이 실제 과업의 끝까지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시점 피지컬 AI(Physical AI)가 산업 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넘어야 할 다음 허들은 맡은 과업을 ‘끝까지 완수하는’ 능력.

 


춤추고 악수하고...퍼포먼스면 끝? 피지컬 AI가 넘어야 할 ‘작업 완결성’이라는 산


 

가상·현실을 오가며 학습 구조를 갖췄다면 다음 시험대는 실제 작업이다. 산업 현장은 로봇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움직였는지보다, 그 움직임으로 과업을 어디까지 처리했는지를 본다. 오순영 아마존웹서비스(AWS) 수석도 제조 AI를 설명하며 “로봇이 공장 전체를 알아서 운영하는 장면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적용은 공정 안의 구체적인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 수석이 먼저 요구한 것은 무엇을 판단하고 그 뒤 무엇을 할지 정하는 일이다. 그는 “공정에서 우리가 뭘 판단하고자 하는지, 그 판단 이후 취할 행동까지 분명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AI의 기능 자체보다 현장에서 필요한 판단과 후속 조치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문제를 공정 단위까지 좁히면 성과를 확인할 기준도 따라온다. 특정 검사 공정에서 재확인 시간이 길다면 그 시간을 줄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과제가 된다. 오 수석은 기업이 실제로 겪는 손실이나 처리 시간을 먼저 확인하고, 현업이 그 변화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AI 도입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로봇 개발에서도 움직이는 단계와 실제 작업을 맡는 단계는 구분된다. 류석현 한국기계연구원(KIMM) 원장은 자신들의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플랫폼 ‘카이로스(KAIROS)’의 개발 로드맵을 두 단계로 제시했다. 현재 버전 0.7인 카이로스는 내년 4월 공개할 사실상 1세대 ‘버전 1(Version 1)’에서 인간의 기본 운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첫 목표로 두고 있다.

 

앞선 기본 운동성이 몸을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단계라면, 실제 작업은 대상물을 정교하게 다루는 능력까지 요구한다. 기계연이 다음 개발 과정을 고도의 조작성으로 잡은 배경이다. 오는 2030년까지 조작 능력을 끌어올리고, 실증(Pilot)을 거쳐 카이로스를 자동차 조립 라인과 가사 작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조작성을 실제 작업으로 옮기는 장치가 ‘로봇 핸드(Robot Hand)’다. 이 기관은 인간의 조작 능력에 필적하는 손을 개발해왔고, 그동안 축적한 기술을 카이로스 핸드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원장은 손가락에 걸리는 힘을 측정하는 기술까지 소개하며 작업 대상을 다룰 때 필요한 감각 정보도 함께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교한 손에 더해 몸 전체의 접촉 상태를 읽는 감각도 필요하다. 카이로스의 차별 요소로 강조된 ‘촉각 감지(Tactile Sensing)’다. 로봇 몸이 주변과 맞닿을 때 생기는 접촉 정보를 읽는 기술로, 자동차 조립처럼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작업에서 촉각이 안정적인 위치를 잡는 데 중요하다는 게 류석현 원장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촉각의 적용 범위도 손에서 몸통과 발바닥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실제로 기계연은 로봇 몸 전체에서 접촉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피부 소재를 비롯해, 촉각 센서 소재를 로봇 몸의 넓은 표면에 균일하게 입히는 대면적 코팅 공정이다.

 


휴머노이드만 피지컬 AI인가...현장이 로봇의 몸을 고른다


 

앞 카이로스 사례처럼 인간형 로봇 하드웨어 전체가 감각을 넓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면, 작업 환경이 달라질 때는 몸을 설계하는 기준부터 달라진다. 류석현 원장은 작업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현장에서는 휴머노이드와 같은 이족 보행 로봇보다 현장에 맞춘 이동 방식이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 작업 환경이 로봇의 이동 구조를 결정한 사례. 창고·물류 자동화 솔루션 업체 하이로보틱스의 자율주행로봇(AMR) ‘하이클라이머(HaiClimber)’ 선반(Rack) 구조물을 타고 오르내리며 수직 공간까지 이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오른쪽은 솔루션 통합 제어 사용자 화면(UI).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 국내 자율주행로봇 업체 뉴빌리티의 실외 이동로봇 ‘뉴비(Neubie)’가 경기 성남시 판교동 소재 생활권을 주행하는 모습. 왼쪽은 광장 구간, 오른쪽은 보도를 따라 이동하는 장면이다. 바퀴형 이동 구조를 기반으로 보행자·시설물이 혼재된 외부 환경을 오간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류 원장이 말한 필드 로봇(Field Robot)은 공장·물류센터·다중이용시설처럼 정형화된 공간을 벗어나 비정형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이다. 지면 상태와 이동 조건이 현장마다 달라지는 만큼 이동 구조도 그 조건에 맞게 설계된다. 업계는 작업 장소에 따라 무한궤도(Continuous Track)·다족(Legged)·바퀴(Wheel) 같은 방식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장 조건에 따라 로봇의 이동 구조를 달리하는 이 같은 접근은 해외에서도 확인됐다. 스위스 소재 로보틱스 기술 업체 애니보틱스(ANYbotics)의 산업 점검 로봇 ‘애니멀(ANYmal)’이다. 사족 보행 구조를 앞세운 이 기체는 계단·통로·지면 등 비정형 구간을 이동한다. 사람이 접근하기 까다로운 산업 시설을 스스로 돌아다니며 점검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로 활동 중이다.

 

이 같은 산업 시설 내부는 층이 나뉘고 통로와 바닥 조건도 일정하지 않은 만큼, 바퀴 대신 사족 보행 구조를 택해 이동 범위를 넓힌 것이다. 로봇은 스스로 경로를 찾아 점검 지점을 순회하고,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집 역할을 하는 도킹 스테이션(Docking Station)으로 이동해 충전을 거친 뒤 임무를 이어간다.

 

▲ 독일 내 화학단지의 다층 방폭 구역을 순회하는 방폭형 사족 보행 기체 ‘애니멀엑스(ANYmal X)’다. 각종 시설물을 넘나들며 작업자가 접근하기 까다로운 설비의 상태를 점검하는 기체다. (출처 : 애니보틱스 / 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러한 이동 능력은 설비 상태를 읽는 점검 기능과 결합된다. 애니멀은 카메라, 열화상 장비, 음향 센서 등을 활용해 설비 상태를 기록하고 라이다(LiDAR)로 주변 공간을 인식한다. 특히 애니멀엑스는 독일의 한 화학단지 내 다층 방폭 구역에도 투입됐다. 당시 로봇은 한 차례 약 20분 동안 20개 점검 지점을 순회하며, 시각·열화상 데이터를 수집해 설비 상태와 이상 징후를 확인했다.

 

같은 산업 점검이라도 위험 조건이 달라지니 이동 폼팩터도 변한다. 오스트리아 업체 타우로브(Taurob)의 ‘인스펙터(Inspector)’는 무한궤도를 택했다. 폭발 위험이 있는 에너지·화학 시설에서 쓰기 위해 특수 궤도와 가동식 구조를 입었다. 덕분에 최대 45° 산업용 계단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

 

여기에 4자유도(DoF) 수준의 로봇 팔(Robot Arm)을 더해 작업자 눈높이에서 확인하던 계기판·설비를 점검한다. 열화상·가스·음향·라이다 데이터도 함께 수집한다.

 

 

이번에는 바퀴에 팔이 붙는다. 국내 로봇 시스템통합(SI)·자동화 솔루션 업체 케이엔로보틱스는 바퀴형 이동 플랫폼과 로봇 팔을 결합한 자율이동조작로봇(AMMR)을 선보였다. 다른 말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 형태다. 이는 서비스 매장 안을 이동한 뒤 주문받은 상품을 직접 집어 가져오는 로봇이다.

 

사용자가 터치 스크린에서 상품을 고르면 주문 정보가 서버로 전달되고, AMMR은 동시적 위치 추정 및 지도 작성(SLAM)을 기반으로 해당 위치까지 이동한다. 이후 로봇 팔이 실시간 객체 식별 기술인 ‘YOLO(You Only Look Once)’를 활용해 카메라에 들어온 상품과 기존 학습 데이터를 비교하고 대상물을 찾아낸다. 뒤이어 진공 그리퍼와 받침대를 활용해 대상물을 집어 운반하는 작동법이다.

 

▲ 케이엔로보틱스의 서비스용 AMMR(좌)과 기자가 직접 터치스크린에서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AMMR에 집품 작업을 지시하는 모습(우).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케이엔로보틱스가 이 조합으로 겨냥한 영역은 집품(Picking) 자동화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도입 사례가 보관·이송·분류에 집중돼 있었다며, “이 제품은 집품 자동화에 대한 역량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50년째 해온 방식’이 여전히 정답일까? AI가 다시 묻는 ‘공장 관행’


 

이제 로봇은 실제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까? AI의 판단 영역이다. 이때 현장에서 오래 써온 방식과 더 효율적인 방식은 별개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 겸 방송인 궤도는 기업·기관에서 특정 업무 방식을 오래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방식 자체가 당연한 기준처럼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오래된 관행이 정답처럼 굳어지는 상황을 경계했다.

 

그는 “인간은 오랫동안 뭔가를 반복했다면 그것을 정답이라고 인식하기도 한다”며 “이 상황에서는 AI가 더 적합한 정답지를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동시에 완성도가 높은 AI도 특정 조건에서는 오류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오래된 경험과 AI의 판단 모두 실제 결과를 통해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 검증을 맡을 주체로 오순영 수석은 현장 직원을 지목했다. 현장 직원은 AI가 내놓은 결과가 실제 작업에 맞는지 평가한다. 경영진은 사업 성과와 투자를 판단한다. 기술 담당자는 데이터 연결과 운영을 맡는 식. 그는 AI 모델을 만든 기술 부서에 모든 판단을 몰아주는 대신, 각자의 현장 지식을 운영 과정에 다시 이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인사이트를 전달했다.

 

이어 오 수석은 생산 조건이나 고객 도면 같은 기업별 정보는 각사의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봤다. 반면 ▲설비 데이터 기준 ▲모델 배포 방식 ▲평가 절차 등은 여러 업체가 함께 쓸 수 있는 공통 영역으로 나눴다.

 

그는 이후 AI를 어디에서 구동할지를 구분했다. 수석은 카메라 검사 모델을 예로 들었다. 많은 연산이 필요한 학습은 클라우드에서 진행하고, 검증된 모델은 공장 가까이에서 추론하는 에지 AI(Edge AI) 방식으로 배포해 실제 검사에 활용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때 현장 장치가 맡는 가치는 빠른 판단이 필요한 작업에서 더욱 커진다. 설비 제어나 검사처럼 결과를 곧바로 작업에 반영해야 하는 공정은 현장에서 즉시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수석은 클라우드와 자체 시스템의 선택을 하나로 고정해서 볼 문제가 아니라며, “현장의 실시간 제어 업무는 퍼블릭 클라우드만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만큼, 작업 특성에 따라 현장 장치와 클라우드의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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