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투자은행 HSBC가 인공지능(AI) 투자자들에게 미국 대형 AI주에 집중하기보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와 대만 반도체, 중국 본토의 반도체 장비·전력 인프라 등 수익화 가능성이 높고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 주목할 것을 권고했다.
알라스테어 핀더(Alastair Pinder) HSBC 신흥시장·글로벌주식 전략 총괄 등이 작성한 HSBC 투자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AI 투자에서 강한 수요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나타나면서도 미국 일부 AI 종목보다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은 아시아 기술주가 유망한 투자처로 꼽혔다. HSBC는 한국 메모리, 대만 반도체, 중국 본토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핵심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먼저 HSBC는 최근 주가 조정을 받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AI 관련 설비투자에 따른 메모리 수요가 지속되고 있고 주주환원 확대도 기업가치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한국 메모리 반도체주에 대한 매도 압력이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도세가 잦아들면서 주가 변동성이 낮아질 경우 투자자가 요구하는 자본비용도 떨어질 수 있고, 이는 메모리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도 한국 반도체 업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HSBC 프라이빗뱅크(HSBC Private Bank)는 글로벌 AI 관련 자본지출이 2025년 4000억달러 미만에서 2028년 1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냉각 시스템, 서버, 전력 생산과 에너지저장장치 등 데이터센터 공급망 전반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번째 투자처로는 대만 반도체 업종을 제시했다. HSBC는 대만의 AI 반도체 투자 테마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주문형반도체(ASIC)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클라우드 기업인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가 자체 AI 연산에 최적화된 맞춤형 반도체 도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와 패키징 생산능력 부족도 대만 업체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패키징 설비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AI 반도체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워 공급 제약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HSBC는 이 같은 상황이 반도체 업체의 가격 결정력과 설비 가동률을 동시에 지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 번째로 HSBC는 중국 본토의 AI 반도체와 하드웨어 생태계를 주목했다. 특히 중국 내수시장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네트워크 및 전력 인프라 등이 정책 지원과 국산화 흐름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AI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활용하는 추론(Inference)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중국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핵심 요인이다. 해외산 GPU에 대한 접근 제약이 중국산 AI 반도체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가운데, 중국산 칩의 상대적으로 낮은 연산 효율이 오히려 더 많은 반도체와 패키징, 네트워크 장비, 전력을 필요로 하면서 관련 공급망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AI 공급망은 한국과 대만에 대한 투자와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대규모 자본지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반면, 중국 AI 하드웨어 산업은 내수와 정책 주도의 국산화 수요 비중이 높아 투자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HSBC는 AI가 여전히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핵심 투자 사이클이지만 투자 기준은 기술에 대한 기대에서 실제 수익 창출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SBC는 “AI 투자의 무게중심이 새로움에서 수익화로 이동하고 있다. AI 도입과 활용 사례가 확대되는 만큼 클라우드와 반도체,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수익이 가시적이고 지속 가능한 분야를 선호한다”며, “한국 메모리 시장에서는 매도 압력 대부분이 약화됐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대만에서도 지속적인 생산능력 제약이 가격과 가동률을 모두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