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인스티튜셔널 셰어홀더 서비스(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ISS)를 상대로 고객별 의결권 행사와 투표 권고 자료를 제출하라며 법원에 행정소환장 집행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가 ESG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관련 주주 활동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 하나인 ISS와 금융당국의 갈등이 법정으로 번졌다.
SEC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9월 4일 펜실베이니아 동부연방지방법원(U.S. District Court for the Eastern District of Pennsylvania)에 ISS가 행정소환장에 충분히 응하지 않았다며 자료 제출을 강제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SEC는 다만 현재까지 ISS나 특정 개인·법인이 연방 증권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SEC는 지난 3월부터 ISS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검사 과정에서 ISS의 의결권 행사 권고와 실제 투표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며, 여기에는 권고를 받은 고객의 이름과 고객을 대신해 행사된 표에 관한 정보도 포함됐다.
ISS는 우선 고객 3곳에 대한 표본 보고서를 지난 4월 27일 SEC에 제출했다. 이후 SEC는 해당 자료를 검토한 뒤 2024년 7월 1일부터 2026년 2월 28일까지 모든 고객에 대해 동일한 형식의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SEC는 해당 자료가 ISS의 의결권 관리 플랫폼 프록시익스체인지(ProxyExchange)에 저장돼 있으며 엑셀(Excel) 형식으로 추출할 수 있는 만큼 제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ISS는 자료 전체를 제출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이며, 기존 자료를 단순히 넘기는 것이 아니라 SEC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갈등이 이어지자 SEC 집행국(Division of Enforcement)은 지난 7월 6일 ISS의 자료 미제출 문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어 같은 달 20일 공식 조사 명령을 내리고 21일 행정소환장을 발부했다.
SEC는 고객별 자료가 ISS의 수탁자 의무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고객의 지시에 맞게 의결권이 행사됐는지, ISS의 투표 권고에 이해상충이 개입했는지, 관련 기록을 정확히 유지했는지 등을 확인하려면 고객 신원을 포함한 구체적인 투표 자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ISS는 고객별 투표 전략과 우선순위, 실제 투표 결정은 민감한 기밀정보라고 맞섰다. 고객들이 비밀이 유지될 것을 전제로 관련 정보를 ISS와 공유하고 있으며 이를 SEC에 제공할 경우 고객들이 경쟁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ISS는 고객 정보를 익명화한 뒤 제공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SEC는 고객 신원을 제거할 경우 특정 고객에게 제공된 권고와 실제 투표 결과를 서로 대조할 수 없어 조사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충돌은 표현의 자유 문제로도 번졌다. ISS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2월 11일 서명한 행정명령 14366호를 근거로 이번 조사가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표현 활동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 등 의결권 자문사가 ESG와 DEI 등 정치적 의제를 기업 의사결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SEC를 비롯한 연방기관에 관련 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SEC는 ISS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ISS가 SEC에 등록된 투자자문사인 만큼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수탁자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특정 정치적 또는 정책적 목표가 고객 이익보다 우선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정당한 감독 업무라는 입장이다.
이번에 SEC가 요구한 자료는 ISS의 지속가능성 사업인 ISS 서스테이너빌리티 솔루션(ISS Sustainability Solutions)이 아니라 의결권 권고와 실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ISS 거버넌스 솔루션(ISS Governance Solutions) 사업과 관련돼 있다.
ISS 대변인은 “ISS는 25년 넘게 SEC 등록 투자자문사로서 SEC와 협력해왔으며 그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고객들이 자신 또는 고객들의 주식을 어떻게 투표하기로 했는지에 관한 상세한 기밀정보를 공개하라는 현재의 요구는 수정헌법 제1조와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며, “이에 응할 경우 ISS와 고객들은 공적 사안에 관한 보호받는 표현과 투표 결정 때문에 잠재적인 보복에 노출될 수 있다. 고객들은 해당 정보가 공유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아래 이를 제공해왔으며 ISS는 그 기대를 계속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