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구축된 약 1조 달러 규모의 기존 사이버보안 인프라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계 속도’의 공격에 대응하기에는 준비되지 않았다는 진단이 나왔다. AI가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찾아 공격하는 시간을 크게 단축하면서 기업들이 기존 보안 아키텍처를 전면적으로 현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일(현지시간) CNBC의 ‘매드 머니(Mad Money)’에 출연한 니케시 아로라(Nikesh Arora)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AI가 기업들에 약 1조 달러 규모의 노후 사이버보안 인프라를 교체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7~10년 전에 구축된 보안체계는 AI 기반 자동화 공격의 속도를 감당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며 사이버보안 아키텍처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로라는 같은 날 진행된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2026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전 세계에 약 1조 달러 규모의 ‘사이버보안 부채(cybersecurity debt)’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AI가 즉각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자동화된 위협에 대응하려면 노후화된 보안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분절된 보안 도구를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가 사이버보안 위협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 아로라의 판단이다. 과거에는 공격자가 기업의 시스템에서 취약점을 발견하고 이를 실제 공격에 이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고성능 AI 모델이 등장하면서 취약점을 대규모로 탐색하고 공격에 활용하는 과정이 수분 단위까지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앤트로픽(Anthropic)의 AI 모델 미토스(Mythos) 등 사이버 공격 역량이 높은 최신 AI 모델의 등장을 기업 보안 인식이 바뀐 계기로 꼽았다. 기존에는 기업 최고경영진이 사이버보안을 우선 과제로 받아들이도록 설득하기 어려웠지만, 강력한 AI 모델이 실제 취약점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들이 대응을 서두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아로라는 팔로알토 네트웍스가 최근 약 2000개 기업과 AI 시대의 사이버보안 대응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관심은 새로운 보안 도구를 개별적으로 추가하는 것보다 기존 사이버보안 환경을 현대화하고 여러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방안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지난달 ‘프런티어 AI 핵심 방어 프로그램(Frontier AI Critical Defense Program)’도 공개했다. AI가 발견한 취약점이 실제 공격에 활용되기 전에 네트워크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앤트로픽과 오픈AI(OpenAI), 지멘스(Siemens), 미쓰비시전기(Mitsubishi Electric) 등과 협력하고 있다.
팔로알토 네트웍스는 프런티어 AI 모델을 활용한 자체 연구에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존재하던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취약점 1만 4000개 이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AI로 인해 취약점 발견부터 실제 공격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되는 반면 중요 인프라 운영자는 가동 중단과 안전성 검증 등의 문제로 같은 속도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I 보안 수요 확대는 팔로알토 네트웍스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회사의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34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차세대 보안 연간반복매출(Next-Generation Security ARR)은 63% 증가한 91억 달러로 집계됐다. 회사는 2027회계연도 전체 매출을 141억~142억 달러로 전망했다.
아로라는 AI가 사이버보안 기업에 단기적인 수요 증가를 넘어 장기적인 산업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확산될수록 보호해야 할 네트워크 트래픽과 데이터, 기계 신원 등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존 기업 시스템의 공격 표면도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로라는 “7년 또는 10년 전에 구축된 어떤 시스템도 AI를 기계 속도로 처리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사이버보안 아키텍처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