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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AX, AI 모델보다 데이터 표준화 먼저…이정준 교수 “데이터 어디에 있는지부터 살펴야”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 28일 판교타운홀서 ‘2026 제6회 디지털 ESG 조찬회’ 개최
예지보전·품질검사로 본 제조 AI 활용…“데이터 어디에 있는지부터 봐야”
“제조 AI, 데이터 확보·상호운용성부터 풀어야…AAS·데이터스페이스 기반 공통 인프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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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위해서는 휴머노이드나 거대 AI 모델 도입에 앞서 현장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연결할 것인지부터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장 설비와 기업마다 제각각인 데이터 형식을 표준화하지 않으면 AI 도입 과정의 상당 부분을 데이터 정리와 변환에 써야 해 투자 대비 효과(ROI)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정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이사·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8일 경기 성남시 판교타운홀에서 열린 ‘2026 제6회 디지털 ESG 조찬회’에서 ‘제조 AX와 피지컬 AI, 어떻게 구현할까?: 데이터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제조업계에서 AI 팩토리와 피지컬 AI, 자율공장, 휴머노이드 등의 개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실제 제조 현장의 고민은 이보다 구체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실제로 공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저건 먼 얘기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며 “결국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러려면 AI를 돌릴 데이터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 AI의 현실적 활용, 예지보전·품질검사부터

 

 

제조 현장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는 예지보전(Predictive Maintenance)과 품질검사(Quality Inspection)를 들었다. 예지보전은 설비의 전압이나 소리, 운전 상태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방식이다. 일부 설비의 고장만으로도 생산라인 전체가 멈출 수 있는 제조 현장에서는 다운타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품질검사에서는 카메라와 비전 AI를 이용해 생산품의 형상이나 조립 상태를 판별하는 사례를 들었다. 다만 이 교수는 이 같은 AI 애플리케이션 자체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데이터를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지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기업의 데이터는 한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ERP(전사적자원관리), PLM(제품수명주기관리), SCM(공급망관리) 등 IT 시스템뿐 아니라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산업용 제어장치)와 센서, 각종 생산설비가 있는 OT(운영기술) 영역에서도 데이터가 발생한다. 여기에 설비 공급업체와 부품사, 엔지니어링 기업 등 외부 밸류체인에서 생성되는 정보까지 활용 대상에 포함된다.

 

서로 다른 제조 데이터, 표준화가 관건

 

이 교수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추진 과정에서도 기업 내부의 데이터만으로는 스마트 제조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공급망과 설비 공급사 등 기업 외부의 데이터까지 활용하려면 서로 다른 시스템 사이에서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내 공장 안에 있는 데이터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 얻은 결론”이라며 “나와 연결된 모든 밸류체인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다른 회사의 데이터까지 활용하려면 표준화된 데이터 모델을 가지고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제조 현장의 설비와 시스템별로 통신 방식과 데이터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AI 솔루션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 공장에 적용하려면 각 설비에서 데이터를 추출하고 형식을 변환하는 작업부터 거쳐야 한다.

 

이 교수는 “AI 회사들은 데이터만 있으면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데 문제는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공장에 들어가 일일이 센서를 붙이고,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변환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는 ROI가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반 가운데 하나로 AAS(Asset Administration Shell)를 제시했다. AAS는 제조설비나 부품 등 산업 자산의 특성과 상태 등 관련 정보를 표준화된 디지털 형태로 표현해 서로 다른 시스템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트윈 역시 단순히 공장을 3차원 화면으로 시각화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리세계에 존재하는 설비와 제품의 특성, 상태와 행동 등을 정보세계에서 데이터로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런 정보가 일정한 구조로 정리돼야 기업 간 활용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표준화가 돼 있으면 잘하는 서드파티들이 들어와서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생태계를 만들어놔야 국내 AI 기업들도 제조 현장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조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 범위도 과제로 꼽았다. 제조기업이 구매한 생산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설비 구매기업과 장비 제조사 가운데 누가,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학습 과정에서 제조기업의 노하우가 외부로 전달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이러한 데이터 주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으로 ‘데이터 스페이스(Data Space)’를 소개했다. 데이터를 하나의 중앙 클라우드에 모두 모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보유자가 데이터를 유지하면서 누구에게, 어떤 데이터를, 어떤 조건으로 제공할지를 통제하는 분산형 데이터 공유 방식이다.

 

그는 이 같은 데이터 표준과 공유 기반을 개별 제조기업에만 맡기기보다 산업 차원의 공통 기반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체적으로 데이터 체계와 AI 플랫폼을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 제조기업까지 AX에 참여하려면 정부와 관련 기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IDTA(Industrial Digital Twin Association) 자료를 인용해 “지금 현장에서는 거의 80%가 데이터를 만지는 일에 들어가고 AI를 활용한 가치 창출에는 겨우 20%가 쓰이고 있다”며 “데이터를 정리하는 노력은 20%, 가치 창출은 80%가 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그 근간에는 표준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사단법인 디지털이에스지얼라이언스(i-DEA)가 주최한 ‘2026 제6회 디지털 ESG 조찬회’는 지난 28일 경기 성남시 판교타운홀에서 열렸다. 지난 3월 시작돼 매월 GX·DX·AX 등 산업 전환 현안을 다루고 있는 디지털 ESG 조찬회의 지난 회차들에는 강은구 산업부 과장, 홍승호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문승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원장, 박한구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명예회장, 정재훈 퀸즐랜드대학교 명예 부교수 등이 연사로 참여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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