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에 위안화의 유럽 내 결제·청산을 맡겼다. 유럽계 은행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위안화 청산은행 지위를 받은 것은 처음으로,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적 사용을 확대하고 달러 중심의 글로벌 결제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이체방크가 지난 10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인민은행(People's Bank of China·PBOC)은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의 도이체방크를 유럽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앞으로 유럽 금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국경 간 위안화 거래의 처리와 청산, 결제를 직접 지원하며 유럽 금융시장과 중국 결제시스템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SCMP)에 23일 기고한 글로벌정책연구소(Global Policy Institute) 국제무역 책임자 밥 사빅(Bob Savic)은 이번 결정이 단순한 결제 인프라 확대를 넘어 위안화 국제화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ECB)이 위치한 프랑크푸르트의 위안화 금융 허브 기능이 강화되면서 유럽 위안화 거래에서 강점을 보여온 런던(London)의 입지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청산은행은 중국 본토 밖에서 위안화 표시 거래의 결제와 청산을 처리하는 금융기관이다. 유럽 기업이 중국 기업과 위안화로 거래할 때 현지에서 결제를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해 거래 절차를 단축하고 유동성 확보와 무역금융 등을 지원한다. 도이체방크는 이번 지정으로 결제뿐 아니라 유동성 관리와 무역금융, 투자 분야에서도 위안화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프랑크푸르트에 위안화 청산은행이 처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민은행은 2014년 중국은행(Bank of China) 프랑크푸르트지점을 이미 위안화 청산은행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의 의미는 중국계 은행이 아닌 유럽에 본사를 둔 은행이 처음으로 이 지위를 얻었다는 데 있다.
사빅은 중국이 독일 은행을 선택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자동차와 기계, 화학제품 등 제조업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다. 중국과의 상품 교역 과정에서 위안화 결제 수요가 늘어날 여지가 큰 만큼, 프랑크푸르트를 위안화 결제 거점으로 키울 경제적 기반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위안화 국제화 전략을 유럽의 핵심 금융시장으로 한 단계 더 확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향후 2026~2030년 정책 방향에서도 국제 무역과 투자·금융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고 역외 위안화 시장과 국경 간 결제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중국의 위안화 금융 인프라 확대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2015년에는 중국의 위안화 국제결제망인 국경간은행간결제시스템(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CIPS)에 직접 참여한 초기 국제은행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번 청산은행 지정으로 중국 내 위안화 시장과 프랑크푸르트·런던·싱가포르(Singapore)·홍콩(Hong Kong) 등 역외 시장을 연결하는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SCMP는 이번 조치가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미중 경쟁과 무역 갈등으로 글로벌 금융질서가 점차 분절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위안화 결제망을 넓히고, 유럽 기업들은 중국과의 거래에서 결제 통화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위안화는 여전히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달러의 지위를 단기간에 위협하기보다는 국제적 사용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도이체방크 아시아·태평양 및 유럽·중동·아프리카 최고경영자 알렉산더 폰 추어 뮐렌(Alexander von zur Muehlen)은 “유럽에서 위안화 청산 역량을 확보한 것은 신뢰받는 글로벌 청산 파트너로서 우리의 역할과 오랜 위안화 국제화 지원을 강화한다”며, “이는 중국과 유럽의 금융 연결성을 강화하고 고객의 국경 간 무역과 투자 흐름을 더 폭넓은 선택지와 유연성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