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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 탄소 데이터 요구 확산하는데…공급망 숙제로 떠오른 ‘데이터 교환’

대한상의·산단공 수출기업 300개사 조사…99.3% “고객사 탄소데이터 제출 요구 경험·예정”
현장선 원가정보 노출·고객사별 중복 대응 고민…“원천데이터 한 번 수집해 맞춤형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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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기업을 향한 탄소배출 데이터 제출 요구가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기업들의 과제도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데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주고받을지로 넓어지고 있다. 고객사마다 다른 양식과 산정 기준에 대응하면서 생산량·에너지 사용량 등 민감한 정보를 보호하고, 한 번 확보한 데이터를 여러 거래처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20일 공개한 ‘산업단지 탄소배출 관리(MRV) 플랫폼 수요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 300개사 가운데 99.3%가 고객사로부터 탄소배출 데이터 제출을 이미 요청받았거나 앞으로 받을 예정이라고 답했다. 90.3%는 자신들도 협력사에 탄소데이터를 요구하고 있거나 요구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탄소데이터 제출 요구가 원청에서 협력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 관리 방식은 기업마다 달랐다. 복수응답 결과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사내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기업이 66.3%였지만, 엑셀·수기문서로 관리한다는 응답도 42.4%에 달했다. 고객사가 제공하는 개별 서식을 이용한다는 기업은 38.8%였다. 대한상의와 산단공은 기업들이 고객사 요구에 맞춰 데이터를 다시 가공·입력하면서 ‘이중 수작업’ 부담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객사마다 다른 양식…기업들은 ‘표준화·호환’ 요구

 

기업들은 데이터 교환 과정에서 표준화된 양식과 시스템 간 호환을 필요로 했다. 조사에서 64.0%는 원활한 데이터 교환을 위해 표준화된 서식·템플릿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53.7%는 데이터 교환을 위한 협업 플랫폼을 꼽았다. 데이터 제공에 대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4.0%, 데이터 제공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은 32.0%였다.

 

플랫폼 활용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영업기밀 등 기업데이터 보호’와 ‘국제표준·해외기준 상호호환’이 각각 54.0%로 가장 많이 꼽혔다. 해외 제출용 데이터의 신뢰성을 증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50.0%, 기업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응답은 39.3%였다.

 

 

조사에서 나타난 데이터 표준화와 호환, 기업 정보보호 문제는 실제로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공시 대응 과정에서도 주요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타워107에서 서스틴베스트와 사단법인 디지털 ESG 얼라이언스(i-DEA, 이하 이데아)가 개최한 ‘2026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대응 전략 세미나’에는 100여 명의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공급망 데이터 수집 과정의 업무 중복과 원가정보 노출 문제를 공유하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산정·교환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질의응답 중 이미 완성차업체 등 모기업이 자체 탄소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협력사가 별도 시스템까지 사용하면 업무가 이중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외 여러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경우 고객사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요구하는 점도 협력사의 부담으로 거론됐다.

 

탄소배출량 산정에 사용되는 원천데이터(Raw Data)의 민감성도 주요 쟁점이었다. 생산량과 에너지 사용량 등을 원청에 그대로 제공할 경우 원가정보가 노출될 수 있어 협력사가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공유할 것인지도 공급망 탄소관리 과정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지적됐다.

 

원천데이터 한 번 수집해 고객사별 요구에 맞게 활용

 

강명구 이데아 사무총장은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한 해법으로 원청이 협력사의 원천데이터를 모두 받아 직접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방식보다 협력사가 자체 데이터를 이용해 탄소배출량을 산정한 뒤 필요한 결과값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급망이 2차, 3차 이하로 확대될수록 원청이 모든 협력사의 원천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협력사가 생산·에너지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면서 필요한 탄소정보를 산정해 전달하는 방식이다. 원청에 원천데이터를 그대로 넘기지 않아도 돼 원가정보 노출 우려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탄소 산정 기준이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원천데이터를 공통으로 관리하고 산정 조건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표길훈 디엘정보기술 부사장은 생산량과 에너지 사용량 등 원천데이터를 한 번 수집한 뒤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준과 배출계수에 따라 별도 프로젝트를 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사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수집하지 않고 같은 기초 데이터를 활용해 산정 조건과 결과물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강 사무총장도 원천데이터는 같더라도 이를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하는 산정 로직은 고객사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기업이 하나의 원천데이터를 확보한 뒤 고객사별 요구조건에 맞춰 탄소정보를 계산하고 전달하는 체계를 갖추면 반복적인 데이터 수집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데이터 관리 방식을 적용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도 소개됐다. 정용석 쓰리뷰 책임은 ‘Eco365.Ai’를 통해 사업장·제품·공정·설비 등 기준정보와 생산량, 전력·연료 사용량을 입력하거나 기존 제조실행시스템(MES)·ERP에서 불러와 제품탄소발자국(PCF)과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에 활용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사업장과 공정 등 기준정보는 한 번 등록한 뒤 반복해 활용하고, 이후 생산실적을 연결해 목적에 따라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구조다. 산정된 수치가 어떤 원천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근거와 이력도 함께 관리한다.

 

표 부사장은 탄소관리 플랫폼 ‘NetZero’를 이용해 생산량과 전력 사용량 등 제조공정의 실측 데이터를 수집한 뒤 여러 탄소관리 업무에 활용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같은 데이터를 CBAM 대응과 제품탄소발자국, 사업장 온실가스 관리 등에 적용하고 고객사나 프로젝트별 요구에 따라 산정 조건을 달리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서스틴베스트와 이데아가 제시한 SUSTIN-CaP(공급망 탄소배출량 산정·관리)는 탄소정보를 산정하는 SaaS와 데이터를 전달하는 유통망을 분리하는 구조다. 공급망 기업이 특정 산정 소프트웨어 하나에 종속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여러 SaaS를 활용하면서, 산정한 정보는 별도의 데이터망을 통해 전달·검증하도록 했다.

 

강 사무총장은 “특정 소프트웨어가 데이터 생성과 산정, 유통까지 모두 맡으면 공급망 기업이 해당 시스템에 종속될 수 있다”면서, “(SUSTIN-Cap이) 탄소정보를 만드는 도구는 기업이 필요에 따라 선택하되 데이터를 주고받는 체계는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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