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의회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 피해에 대해 민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차단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투자 불확실성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리고 통상 리스크와 기후 피해 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SG 투데이(ESG Today)가 20일 보도한 데 따르면 뉴질랜드 의회는 ‘기후변화대응(불법행위 책임) 개정법안(Climate Change Response (Tort Liability) Amendment Bill)’을 최종독회에서 통과시켰다. 법안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피해에 대해 기업 등에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것을 차단하며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도 적용된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번 입법의 핵심 이유로 기업의 법적·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들었다. 폴 골드스미스(Paul Goldsmith) 법무장관은 기후소송으로 기존 법률과 병행하는 새로운 책임 체계가 형성될 경우 기업 신뢰와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법적 확실성이 해외 투자 유치와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LSE) 산하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는 뉴질랜드 의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법안이 규제 확실성을 높여 우호적인 사업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진행 중인 소송까지 차단하는 방식이 뉴질랜드의 법치주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고, 기후소송을 다루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뉴질랜드를 이례적인 위치에 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부의 정책 검토 과정에서도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뉴질랜드 법무부(Ministry of Justice)가 법안 마련 과정에서 자문한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비용 절감과 투자 확실성 확대 등을 잠재적인 장점으로 인정하면서도 이 같은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는 추측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기후 관련 비용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와 지역사회로 이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랜섬연구소는 고배출 기업에 대한 민사책임을 광범위하게 차단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기업 대신 정부와 피해 지역사회가 부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측면의 위험도 제기됐다. 오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Auckland)의 제인 켈시(Jane Kelsey) 명예교수와 환경단체 보스 엔즈(Both ENDS)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Fernando Hernandez)는 이번 법안이 무역이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환경보호 수준을 낮추는 것을 제한한 유럽연합(EU)-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분쟁이나 제재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될 경우 뉴질랜드의 대EU 무역에 또 다른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법은 마오리(Māori) 기후활동가 마이크 스미스(Mike Smith)가 유제품 대기업 폰테라(Fonterra) 등 6개 주요 배출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스미스 대 폰테라(Smith v Fonterra)’ 소송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뉴질랜드 대법원(Supreme Court of New Zealand)이 소송 진행을 허용해 2027년 본안 재판이 예정돼 있었지만 법 시행으로 소송의 핵심 청구가 차단될 전망이다.
스미스는 “이번 주의 일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정부나 대기업이 지역사회를 기후위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충분히 빠르게 할 것이라고 단순히 가정할 수는 없다”라며, “우리는 필요한 변화가 이뤄지도록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