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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보고서 시대는 끝났다…이젠 ‘데이터 체계’ 준비해야

서스틴베스트·디지털ESG얼라이언스, 19일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대응 세미나 개최
전문가들 “공급망 데이터 수집·검증 체계 갖추고 내부통제까지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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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기업의 준비 과제가 ‘ESG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할 것인가’에서 ‘공시에 활용할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검증할 것인가’로 구체화되고 있다. 연결회사와 공급망까지 데이터 관리 범위가 넓어지는 가운데 지속가능성 정보에도 원천 데이터의 생성부터 검증·승인까지 추적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스틴베스트와 사단법인 디지털ESG얼라이언스(i-DEA)는 19일 서울 중구 타워107에서 ‘2026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대응 전략 세미나’를 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와 스코프 3(Scope 3) 공급망 데이터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ESG·지속가능경영, 재무·IR·공시, 구매·공급망, 환경안전(EHS) 등 분야의 기업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공시 데이터 관리와 스코프 1·2·3 산정, 내부통제, 공급망 데이터 수집·검증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화 방안(최종안)’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공시는 2028년(FY27)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된다. 2029년에는 5조원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하고, 2028~2029년 공시 상황 등을 평가한 뒤 2030년 2조원 이상 기업으로 추가 확대할지 검토한다.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인 스코프 3는 대상 기업별로 3년의 유예기간을 둔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업보고서 내 법정공시 방식으로 제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오승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기업들이 공시 항목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를 실제 리스크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기업의 대응 방식을 ‘컴플라이언스형’과 ‘경영전략 통합형’으로 구분했다. 최소 공시기준 충족을 목표로 추정치나 2차 데이터를 이용해 수치를 채우는 데 집중하는 방식과, 공시를 ESG 리스크 관리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접근을 구분한 것이다.

 

오 대표는 “궁극적으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주제가 가치사슬과 공급망 리스크의 관리·측정·공시”라며 “2026년 올해와 내년이 기반과 전략을 구축하는 절호의 적기”라고 말했다. 스코프 3에 유예기간이 주어진 것을 준비를 미뤄도 된다는 의미로 봐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공시도 ‘데이터 결산’…내부통제·추적성 중요해져

 

기업이 관리해야 할 데이터가 늘면서 공시 업무의 성격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승용 한컨설팅그룹 대표는 이날 발표의 핵심 키워드로 ‘데이터와 인증’을 꼽았다. 지속가능성 정보가 법정공시 체계에 편입될 경우 특정 부서가 데이터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어떤 검증과 승인을 거쳤는지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이를 ‘ICSR(Internal Control over Sustainability Reporting·지속가능성 보고 내부통제)’ 개념으로 설명했다. 재무정보에 적용해온 내부통제처럼 지속가능성 정보 역시 원천 데이터의 발생과 수집, 검증, 승인, 보고·감사의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속가능성 데이터가 공시에 이르는 과정을 발생→수집→검증→승인→보고·감사의 5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각 단계에서 데이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경됐는지 이력을 남겨 최종 수치의 근거를 역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5단계 중 어디서든 사람이 손으로 데이터를 만지면 Audit Trail(감사 추적)이 끊긴다”며 “추적성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ESG 공시에서도 시스템 기반의 결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시 업무를 ESG 전담부서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고 봤다. 현업·환경부서에서 원천 데이터를 만들고 재무·회계부서가 산정 과정과 수치를 점검하며 공시·법무·컴플라이언스 부서가 공시 적정성을 확인하는 등 부서별 역할과 승인 이력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스코프 3 난제는 공급망…원가정보 없이 데이터 받을 방법은?

 

스코프 3 대응에서는 원청기업과 협력사 사이의 데이터 수집 문제가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강명구 디지털ESG얼라이언스 사무총장은 협력사의 원가정보 노출 우려와 2차 이하 협력사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 1차 협력사에 집중되는 데이터 제출 부담을 공급망 관리의 현실적인 장벽으로 꼽았다.

 

강 사무총장은 “협력사들이 스코프 3를 산정하기 위해 제공해야 할 데이터가 원가정보와 연결돼 있어 ‘못 주겠다’고 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고, 2차 이하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협력사가 생산·에너지 등 민감한 원천데이터(Raw Data)를 원청에 직접 넘기기보다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를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산정하고 필요한 결과값을 데이터망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원청이 협력사의 생산정보를 직접 확보하지 않고도 공급망의 탄소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서스틴베스트와 i-DEA가 이날 소개한 SUSTIN-CaP(공급망​*탄소배출량 산정·관리)와 SUSTIN-OHS(산업안전보건 관리)도 관련 데이터를 생성·관리하는 SaaS와 데이터 유통망을 분리하는 구조를 채택했다. 특정 소프트웨어 하나가 데이터 생성부터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도록 하지 않고 복수의 SaaS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특정 업체에 종속되는 ‘록인(Lock-in)’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산정·관리된 데이터는 별도 망을 통해 검증과 평가를 거쳐 원청기업에 전달하는 구조다.

 

이어진 솔루션 시연에서는 쓰리뷰가 제품 전과정평가(LCA)와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지원하는 ‘Eco365.Ai’를 소개했다. 큐브더모먼트는 원청과 협력사의 안전보건 및 ESG Social 분야 이행 현황을 관리하는 ‘iSafety’를, 디엘정보기술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실측 데이터를 수집해 탄소배출량 산정과 MRV(측정·보고·검증)에 활용하는 ‘NetZero’를 각각 선보였다.

 

한편 현장에서는 이미 대기업이 구축한 공급망 시스템과 새로운 데이터 관리체계가 중복될 수 있다는 기업 관계자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나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참석자는 “기존 모기업이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협력사는 그 시스템을 따라가고 있는데, 또 다른 시스템을 쓰면 이중 업무가 될 수 있다”며 원청기업별 시스템에 각각 대응해야 하는 협력사의 부담을 제기했다. 여러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경우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탄소 산정 방식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질문도 이어졌다.

 

강 사무총장은 "협력사가 보유한 원천데이터는 한 번 수집하되 고객사별 요구에 맞춰 산정 방식을 달리 적용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면서, “1차 벤더가 이 고객사 것도 계산하고 저 고객사 것도 계산하기 어려운데, SaaS를 쓰게 되면 고객사별로 계산 로직을 이원화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답했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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