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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기자의 헬로로지스틱스] Part 3. 물류산업의 성장 공식, 이대로 괜찮은가

코로나 이후 일상이 된 '빠른 배송' 전쟁
안전투자보다 효율과 비용절감이 먼저인 '습관'부터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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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있었던 대책, 그런데도 반복된 화재

 

사실 물류창고 화재에 대한 정부 대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5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민간 전문가와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재난원인 조사단'이 구성됐고, 그해 12월 '물류창고 화재 원인분석 및 재발 방지대책'이 마련됐다. 이 대책에는 ▲물류창고에 특화된 건축·시설 기준 정비 ▲현장의 화재안전 문화 개선 ▲화재안전 인프라 확충 등 3대 분야 35개 과제가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대형 물류창고 화재가 이어지면서 제도 개선 이후 현장 이행력과 관리 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과제가 남았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가 없어서라기보다, 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배송 속도 경쟁이 만든 '뉴노멀'

 

그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코로나19 이후 일상이 된 '빠른 배송' 경쟁이다. 마켓컬리, 쿠팡 등이 샛별배송, 로켓배송 등 '빠른 배송'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면서 국내에서의 배송 전쟁도 시작됐다. 기존의 국내 택배사들도 이에 질세라 CJ대한통운은 2024년 8월 주 7일 배송 체제 '매일 오네' 도입 계획을 밝혔고 2025년 1월부터 실제 시행에 들어갔으며, 한진택배가 2025년 4월 말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올해 1월 주 7일 배송에 나섰다.

 

현재는 연중무휴 배송이 이커머스 업계의 '뉴노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배송 속도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확산될 정도로, 빠른 배송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업계 표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빠른 배송 경쟁이 물류센터 운영 시간을 늘리고 작업 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안전관리 부담을 키우는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속도 경쟁이 키운 '초대형 물류센터'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재고를 더 가까이에,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물류 거점이 필요하다. 실제로 배송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물류거점 구축이 이어지고 있고, 이 때문에 초대형 물류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방재 체계도 함께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화재 직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살펴본 대로 최근 5년간 전체 대형화재 중 26%가 물류센터에서 발생했다는 수치는, 물류센터가 다른 시설군에 비해 유독 화재에 취약한 구조로 대형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을 수 있다.

 

이커머스 기업들이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는 목적을 들여다봐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업계는 물류 인프라 투자를 고객 유치를 위한 서비스 차별화 전략으로 삼아 배송 효율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물류 운영 전반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물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과정에서 안전 요소가 비용과 효율의 문제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안전은 어느 산업에서나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려되는 값이라기보다, 사고가 난 뒤에야 뒤늦게 따라붙는 항목이 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왜 개별 기업의 선의만으로는 안 되는가

 

문제는 이러한 흐름을 개별 기업의 결단만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한 물류기업이 안전을 이유로 적재 밀도를 낮추거나 운영 방식을 보수적으로 바꾸면 비용과 처리 효율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불리해질 수 있다. 반대로 안전 투자를 줄이고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 기준이 업계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개별 기업의 자율적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제도가 현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전국 등록 물류창고 가운데 상당수가 2024년 강화된 화재안전 기준 적용 이전에 건립된 시설로 분류된다. 기존 시설은 강화된 기준을 소급 적용받기 어려워, 물류시설의 대형화·고도화 속도와 안전 기준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가 과제로 남는다.

 

결국 제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런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면, 국토부가 꾸린 '물류시설 화재안전 제도개선 TF'의 역할은 단순한 규제 손질 이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시설에 대한 소급 적용 방안까지 포함해 강제력 있는 이행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지, 나아가 물류시설의 대형화·고층화 자체에 대한 총량이나 밀도 기준까지 다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업계 스스로 안전 투자를 '비용'이 아니라 '경쟁력'으로 재정의하지 않는 한, 그리고 그 재정의를 시장 경쟁만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이상, 결국 제도가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빠른 배송이 곧 경쟁력이라는 지금의 성장 공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안전은 구조적으로 후순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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