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메자닌'
이번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진압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가장 먼저 거론된 것은 '메자닌' 구조였다. 메자닌은 높은 층고를 활용해 적층식 랙과 철골로 중간층을 만드는 방식으로, 물동량이 많은 이커머스·택배업계를 중심으로 적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널리 쓰인다. 이번 화재가 발생한 6층 역시 3단 선반으로 층을 나눈 메자닌 구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촘촘한 적재 공간과 가연물이 결합되며 불길이 수직으로 빠르게 번지고, 소방대원의 진입이 차단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
규제 사각지대
문제는 이 구조를 정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행 물류시설법에 따르면 물류창고업 등록 사업자는 시설·장비 현황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해야 하고, 이 정보는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연계된다. 그러나 메자닌 구조는 필수 등록 항목이 아니어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재하지 않으면 정부가 별도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메자닌을 없애자'가 아니라 '기준을 세우자'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자닌 구조 자체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복층 적층 구조인 메자닌이 오히려 고층 적재 방식인 하이랙에 비해 층이 구분돼 화염의 수직 확산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특성이 있다”며 “메자닌 구조를 화재 원인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메자닌 구조를 금지하기보다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메자닌 자체를 규제하기보다 적재물의 종류와 적재 방식, 랙 내부 스프링클러 설치, 방화구획, 연기 배출 설비 등 실질적인 화재안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 TF 구성해 제도 정비 착수
국토교통부는 지난 7월 20일 교통물류실장 주재로 행정안전부, 소방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소방·방재 분야 민간 전문가와 물류업계가 참여하는 '물류시설 화재안전 제도개선 TF' 착수 회의를 열었다. TF는 운영·관리, 건축, 소방·방재 등 3개 분과로 운영되며, ▲물류시설 화재안전 관련 제도·규제의 적정성 ▲물류시설 특성을 반영한 건축구조·화재안전 기준 개선 ▲화재안전 관리·감독 체계 강화 ▲화재 대응·피난을 고려한 소방시설 설치·운영 방안을 주요 검토 과제로 삼았다. 국토부 물류정책관이 TF 단장을 맡아 설계 단계부터 운영·관리까지 현행 제도를 면밀히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수렴해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 자체 대응도 병행
개별 기업 차원의 안전관리도 강화되는 분위기다. 유통·물류업계는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상황실과 자위소방대를 운영하고 소방 당국과 합동 점검·훈련을 실시하는 등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산·김해 물류센터 전 구역에 스프링클러와 소화설비를 갖추고 안전관리 담당자를 24시간 교대 근무시키는 한편, 법정 합동훈련 외에도 매달 두 차례 소방호스를 활용한 비상대기조 훈련을 진행한다. 새로 문을 여는 물류센터에는 자동화 로봇 전용 소화기와 방화포까지 배치할 예정이다.
SSG닷컴은 반기마다 전 사업장의 소방·전기·가스시설을 종합 점검하고 랙 내부(In-Rack) 스프링클러와 전기차 충전구역 화재 대응 설비를 운영하고 있으며, 컬리도 발화원과 소방시설·전기설비를 상시 점검하고 정기 안전교육과 합동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자닌 등록 의무화, 랙 내부 스프링클러 확충, 방화구획 강화 같은 조치들이 실제로 자리 잡는다면 화재 확산 속도를 늦추고 진화 시간을 단축하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조치들은 모두 이미 지어진 물류센터의 구조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성격이 짙다는 한계도 함께 지적된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