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오전 6시 54분경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상 8층, 연면적 29만 9,000㎡ 규모의 이 건물에는 생활용품과 포장재 등이 3단 랙 구조로 높게 적재돼 있었다.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고 전국 각지의 소방 인력과 장비가 투입됐지만, 대량으로 적재된 가연성 물품과 복잡한 내부 구조 탓에 진화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초진까지 61시간이 걸려 5년 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55시간)를 넘어 국내 물류센터 화재 초기 진화 최장 기록을 새로 썼고, 잔불 정리까지 포함하면 완전 진화까지 총 109시간 40분이 소요됐다. 이는 완진까지 약 130시간이 걸렸던 덕평 물류센터 화재에 이어 국내 물류센터 화재 가운데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화재 이틀째인 7월 19일에는 건물 구조 안전성이 급격히 저하되며 붕괴 위험이 제기돼 물류센터 램프구역 반경 주위에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당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5층에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물류 로봇 수백 대가 보관돼 있었는데, 탑재된 배터리 총량은 전기차 20대 분량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불이 이곳까지 번질 경우 배터리 열폭주로 인해 피해가 건물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5층으로의 연소 확대를 막는 데 진화 역량을 집중했다. 경찰은 정확한 발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32물류센터 관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낯설지 않은 패턴
이번 화재가 문제로 지적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6월 발생한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진열대 선반 위쪽 전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꽃이 튀며 시작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잠정 결론이 났으며 완전 진화까지 약 130시간이 걸렸다. 2025년 5월에는 경기 이천시 부발읍의 한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3층 적재물을 중심으로 불이 번졌다. 초기 진화까지는 약 6시간, 완전 진화까지는 약 34시간이 걸렸다. 같은 해 11월에는 충남 천안시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축구장 27개 규모인 약 19만 3,210㎡ 시설이 약 60시간 만에 전소했다. 발화 원인은 사고마다 제각각 조사되고 있지만, 한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는 결과는 반복되고 있다.
숫자로 보는 물류센터 화재
소방청의 2025년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는 총 20건(2021년 4건, 2022년 7건, 2023년 3건, 2024년 2건, 2025년 4건)으로, 같은 기간 발생한 전체 대형화재의 26%를 차지한다. 대형화재는 인명·재산피해 규모가 큰 상위 20% 화재를 뜻하는데, 이 20건으로 5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으며 재산피해는 총 1조 236억원에 달했다.
창고 화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 뚜렷하다.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창고 화재는 총 7,353건에 달하며, 이로 인해 27명이 숨지고 282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는 1조 4,558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 1,393건, 2022년 1,434건, 2023년 1,184건, 2024년 1,231건, 2025년 1,352건으로 매년 1,000건을 웃돌았고, 올해 상반기에만 759건이 이미 발생했다(재산피해 645억원). 안전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발생 건수 자체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재산피해 규모도 화재 한 건의 규모에 따라 출렁였는데, 덕평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2021년에는 5,648억원의 피해가 났고 2022년 1,940억원, 2023년 1,053억원, 2024년에는 739억원까지 줄었다가 2025년 다시 4,532억원으로 치솟았다.
왜 유독 오래, 크게 번지나
전문가들은 물류센터 화재가 유독 장기화되는 이유로 구조적 특성을 꼽는다. 생활용품과 의류, 식품은 물론 종이상자·비닐·플라스틱 완충재 등 가연물이 대량으로 쌓여 있어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물품을 천장 가까이까지 높게 적재하는 구조여서 스프링클러 등 소방용수가 화점까지 충분히 닿기 어렵다. 여기에 넓은 내부 공간에 중간층을 덧대 여러 층처럼 쓰는 '메자닌' 구조가 많은 점도 진화 작업을 길어지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통로와 적재 공간이 여러 층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니, 소방대원이 화점까지 접근하거나 발화 지점을 찾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발화 원인은 사고마다 조사를 통해 다르게 규명되고 있다. 그러나 화재가 왜 이렇게 오래, 크게 번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덕평에서 부발읍, 천안, 그리고 이번 인천 화재까지 여러 사고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결국 이번 화재가 다시 확인시켜준 것은 새로운 위험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익숙한 위험이라는 사실이다.
헬로티 김재황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