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공지능(AI)과 스마트 제조 등 신흥 산업과 연계된 직업교육 전공에 지원자가 몰리면서 직업학교가 대학 진학의 ‘차선책’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 경제참고보(经济参考报)는 27일 2026학년도 입시에서 여러 지역의 중등·고등 직업학교 지원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첨단 제조와 인공지능 등 주요 산업에 특화된 일부 전공의 지원 경쟁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교육 당국도 최근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직업교육 학부·전문대 과정에 27개 전공을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학 열풍의 배경으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숙련 기술 인력 수요 확대를 꼽았다. 직업교육이 단순한 학생 분산 수단에서 벗어나 산업 수요 중심의 전문 인력 양성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저우 경쟁률 159대 1…일반계 고교 합격권 학생도 직업학교 선택
저장성(浙江省)의 원저우기술자학원(温州技师学院)은 올해 중학교·고등학교·대학 졸업자를 포함해 신입생 2558명을 선발했다. 이는 개교 이래 최대 규모다.
중학교 졸업 후 입학한 신입생 가운데 최고 득점자는 현지 일반계 고등학교 합격선보다 187점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성적을 갖춘 학생들도 기술교육 과정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왕쉐진(王学金) 원저우기술자학원 당위원은 “스마트 제조와 인공지능 분야가 가장 인기 있는 전공군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며, “인공지능 응용과 산업용 로봇, 스마트 용접 전공은 원저우의 첨단 장비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기업의 인력 선점 수요도 높다”고 밝혔다.
허난의약건강기술자학원(河南医药健康技师学院)도 봄학기 사전 등록과 가을학기 입학 상담 건수가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의약·건강관리 분야와 함께 드론 응용 기술, 신에너지 자동차 검사·정비 등 산업 성장 가능성이 큰 전공에 지원자가 집중됐다.
중국 전역에서도 직업학교의 입학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베이징시 창핑직업학교(北京市昌平职业学校)를 비롯한 일부 중등 직업학교에서는 조기전형 신청을 위해 학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모습이 나타났다.
광저우가 처음 도입한 중등 직업학교와 학부 과정을 연계한 ‘3+4’ 통합교육 시범사업은 모집 인원이 40명에 불과했지만 지원자는 6366명에 달했다. 단순 계산한 경쟁률은 약 159대 1이다.
왕 위원은 “이번 입학 열풍은 산업 고도화와 정책 지원, 시장 변화, 사회적 인식 전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성공에 대한 사회의 기준이 다양해지면서 기술을 통해 취업하고 소득을 높이는 경로가 청년층의 새로운 경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교육 선호 확대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제조업의 첨단화·지능화·친환경 전환이 있다. 차세대 정보기술과 첨단 장비, 신에너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산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숙련 기술 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다.
반면 이론 중심의 일반 대학 졸업자는 공급이 늘어나 취업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실무 능력과 구직자의 역량이 일치하지 않는 고용시장 내 수급 불균형이 직업교육 선호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저우기술자학원 2025년 졸업생의 취업률은 99.2%였으며, 원저우 지역 취업률은 91.7%를 기록했다. 졸업생의 평균 초임은 월 5008위안이었고 고급기능공과 예비 기술자의 월급은 대체로 7000위안을 넘어섰다.
왕 위원은 “스마트 제조와 디지털 산업의 고도화로 복합적인 기술을 갖춘 숙련 인력이 계속 부족해지고 있다”며, “일부 기술직은 급여와 승진 가능성에서 일반 사무직을 앞서고 있으며 기업들이 기술자와 고급기능공을 높은 임금으로 확보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의 직업학교도 지역 산업구조에 맞춰 전공을 재편하고 있다. 원저우기술자학원은 신에너지와 스마트 장비, 디지털 경제 산업에 맞춰 인공지능과 스마트 용접, 산업인터넷 전공 등을 사전에 마련했다.
허난의약건강기술자학원은 허난성의 의약·건강관리 산업을 기반으로 약선·식이요법, 드론 응용 기술, 검안 기술, 의료기기 제조·정비, 신에너지 자동차 검사·정비 등의 전공을 새로 개설했다.
중국 교육부는 최근 직업교육 학부·전문대 과정에 27개 전공을 추가했다. 디지털 산업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공학 기술과 커넥티드카 통신 기술 등이 포함됐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저장 발전소 운영·관리와 수소에너지 산업의 인력 수요를 고려해 에너지저장 소재·설비 스마트 운영 기술과 수소에너지 공학 기술 전공 등이 신설됐다.
다만 전공 확대가 교육 품질 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학교는 전공 명칭을 신산업에 맞게 바꾸고 있지만 교육과정과 실습 장비, 교원 역량은 충분히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산업계가 교육과정 설계와 실습, 취업 연계 전반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업교육의 입학 단계뿐 아니라 학생 양성 과정 전체가 실제 기업 수요와 함께 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창안(李长安) 대외경제무역대학 국가대외개방연구원(对外经济贸易大学国家对外开放研究院) 연구원은 “앞으로 저고도 경제와 로봇, 인공지능의 혁신·응용 분야를 인재 양성의 핵심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며, “직업학교가 배출하는 인력과 노동시장의 수요가 정확히 맞물리도록 전공과 교육과정을 지속해서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헬로티 이동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