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Generative AI)는 문서·이미지·표 등 오피스 자료를 사용자 입맛에 맛게 뽑아내지만 이전 업무까지 이어받지는 못한다. 사용자는 새 대화를 열 때마다 조직·프로젝트·상대방·목적 등을 여러 이해관계에 다시 설명해야 한다. 이메일·회의·메신저·문서 등에 파편화된 정보도 직접 찾아서 다시 적용해야 했다. 자료 제작 속도는 빨라졌지만 업무 맥락의 단절은 그대로 남는 것.
글로벌 AI 워크스페이스 플랫폼 업체 젠스파크(Genspark.ai)는 이 문제를 지속형 메모리(Persistent Memory) 기능 ‘세컨드브레인(SecondBrain)’으로 풀겠다고 나섰다. 이메일·일정·문서·기록 등을 하나의 환경에 축적한 후 AI가 다음 작업에 재활용하는 구조다.
에릭 징(Eric Jing)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현시점 AI의 기억 기능은 사용자 말투·선호도를 반영하는 수준에 집중돼 있고, 그 가치도 개별 대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함께 멈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답변을 개인화하는 기억부터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활용 가능한 기억 체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이전 업무를 기억하고 다음 업무까지 이어가는 순환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부연하며 강조했다.
이들이 꺼낸 이 같은 ‘기억하는 AI’는 저장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꺼내 실제 결과물로 완성느냐를 정조준한다.
“업무 기록을 조직 자산으로” AI, 전후 사정과 맥락을 파악하라
젠스파크는 여러 웹페이지를 사용자가 직접 열어보지 않아도 AI가 정보를 찾아 하나의 답변으로 정리하는 AI 검색 서비스로 출발했다. 이후 조사·비교·작성 등 작업 단계를 연속 처리하는 범용 AI 비서 ‘슈퍼 에이전트(Super Agent)’를 내놨다.
이어 문서 제작 기능도 뒤따랐다. 사측은 사용자가 원하는 주제·형식을 입력하면 보고서·프레젠테이션·표를 만들고 AI와 대화하면서 내용을 수정하는 ‘AI 오피스 스위트(AI Office Suite)’를 추가했다. 검색한 정보를 답변으로 끝내지 않고 업무에 바로 쓰는 결과물로 가공하는 단계다.
에릭 징 CEO는 지금까지의 자사 활동에 대해 “슈퍼 에이전트를 출시한 뒤 여러 사용자로부터 문서·프레젠테이션·스프레드시트를 직접 만들고 싶다는 요구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사측은 곧장 한 번의 요청으로 자료를 만들고 AI와 함께 수정 가능한 AI 오피스 스위트를 구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젠스파크는 글로벌 통합 AI 업무 플랫폼 ‘AI 워크스페이스 6.0(AI Workspace 6.0)’을 국내에 공식 론칭했다. 이 솔루션은 5세대까지 있던 검색·조사, 문서 제작 기능에 ‘업무 기억’을 더한 개편판이다. 기존 기능이 사용자가 그때그때 내린 지시에 따라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6세대 버전은 과거에 어떤 업무를 했고 누구와 어떤 내용을 주고받았는지까지 다음 작업에 활용한다. 그 중심에 세컨드브레인이 자리잡는다.
이 기능은 이메일·일정·채팅·업무용 애플리케이션에 흩어진 정보를 하나의 기억 체계로 연결하는 역할이다. 지메일(Gmail)·캘린더를 비롯해, 고객관계관리(CRM) 플랫폼 ‘허브스팟(HubSpot)’, 협업 도구 ‘노션(Notion)’, ‘구글 워크스페이스(Google Workspace)’ 등을 연동한다. 과거 프로젝트·의사결정부터 고객과 주고받은 내용까지 모아 후속 업무의 배경 정보로 활용한다.
이때 활용 방식은 기존 AI와 차이를 보인다. 사용자가 상대에 보낼 후속 이메일을 요청할 경우다. 기존에는 상대방과 앞선 대화 내용, 메일 목적 등을 다시 입력해야 했다. 세컨드브레인은 연결된 이메일과 회의 기록에서 필요한 맥락(Context)을 찾아낸다. 예컨대 “지난 회의 후속 메일을 작성해줘”라고 지시하면, 이전 논의와 사용자의 작성 방식을 반영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정보의 관리 권한은 사용자에게 둔다. 사용자는 세컨드브레인이 기억한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 필요하면 데이터를 내려받거나 삭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업무 정보가 쌓일수록 AI가 참고할 수 있는 맥락은 넓어지지만, 해당 기억의 소유권과 통제권은 사용자에게 남는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이렇게 모인 기억을 검색·분석·문서 제작으로 옮기는 기반은 작업 지휘 시스템 ‘에이전틱 엔진(Agentic Engine)’이다. 사용자의 요청을 여러 단계로 나눈 뒤 각 작업에 적합한 AI 모델과 도구·데이터셋(Dataset)을 자동 배치한다. 하나의 거대언어모델(LLM)이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기존의 생성형 AI 방식에서 벗어나는 접근법이다. 검색에 강한 모델 문서 작성용 모델, 데이터 분석 도구 등을 필요한 순서대로 조합하는 방식이다.
카이 주(Kay Zhu) 젠스파크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에이전틱 엔진은 서로 다른 규모와 특성을 가진 ▲40개 이상의 AI 모델 ▲150개 이상의 내부 도구 ▲20개 이상의 전문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한다”며 “사용자가 목적을 입력하면 작업에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고 도구·데이터셋을 조율해 완성된 결과물을 제공한다”고 메커니즘을 강조했다.
이 밖에, 결과물을 다시 학습 재료로 삼는 구조도 적용했다. 별도 평가 에이전트(Judge Agent)가 각 도구의 호출 과정과 결과물을 점검하고, 성공·실패 사례를 ▲작업별 기능 '스킬(Skill)' ▲프롬프트 설계 지침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등에 반영한다.
이에 대해 카이 주 CTO는 “평가 에이전트가 모든 도구 호출·결과를 지속 살펴 시스템이 잘 수행한 부분과 개선할 부분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얻은 내용을 스킬, 프롬프트 플레이북, 강화학습에 내재화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할수록 시스템이 개선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사측은 이후 모델 배치에는 비용 효율도 반영했다. 단순 작업은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모델이 처리하고, 중요한 판단 단계에서만 고성능 모델을 자문 역할로 호출한다. CTO에 따르면, 대부분의 작업을 저비용 모델이 수행하면서도 최종 결과의 품질은 고성능 프런티어 모델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에이전틱 엔진의 실행 방식은 맞춤형 업무 시스템 제작 기능 ‘에이전트베이스(AgentBase)’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에이전트베이스는 자연어(Natural Language) 요청을 분석해 필요한 정보와 도구를 조합하고, 이를 대시보드·고객관계관리(CRM)·프로젝트 관리 화면 등으로 구성하는 기능이다. 사용자가 데이터 구조나 화면 설계 방식을 일일이 지정하지 않아도 목적에 맞는 업무 환경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 로봇 분야를 주로 취재하는 기자가 현장에서 에이전트베이스에 "휴머노이드 로봇 학습 데이터 순환 구조 관련 대시보드 제작해줘"라고 요청했다. 에이전트베이스는 이내 5단계 흐름을 시각화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이같이 AI 워크스페이스 6.0의 변화는 사용자의 과거 업무를 공통 기억으로 쌓고, 이를 여러 AI 모델과 도구가 함께 꺼내 쓰는 실행 기반을 마련한 데 있다.
녹취부터 파일 자동 연동까지...화면 성역 넘는 기록법
세컨드브레인이 이메일·일정·문서처럼 온라인에 남은 업무 정보를 기억한다면, ‘세컨드브레인 노트(SecondBrain Note)’는 회의실·통화·현장 등에서 나눈 대화 음성을 가져오는 입력 장치, 즉 하드웨어다. 회의 내용을 녹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컨드브레인이 다시 활용할 수 있는 업무 정보로 전환하는 역할도 한다.


▲ 세컨드브레인 노트 데모(좌)와 이 하드웨어의 공식 출시를 알리는 징 CEO(좌). (촬영 : 헬로티 최재규 기자)
사측은 이 제품이 신용카드 크기의 휴대용 AI 녹음기라고 정의했다. 스마트폰 뒷면에 자석으로 붙이거나 별도로 휴대할 수 있다. 상단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녹음이 시작되고 다시 누르면 종료된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5시간까지 회의·통화·현장 대화를 기록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젠스파크가 이렇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대신 별도 하드웨어를 만든 배경은 녹음 시작 과정과 회의 환경에 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기록하려면 화면 잠금을 풀고 녹음 애플리케이션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며 “여러 사람이 서로 다른 거리에서 말하는 회의에서는 한 사람의 통화를 중심으로 설계된 스마트폰 마이크에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녹취가 필요한 환경에서 스마트폰이 지닌 사용성과 수음 성능의 제약을 짚으며, 세컨드브레인 노트와 같은 전용 하드웨어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에릭 징 CEO 또한 이나 현장에서 “최대 35시간 동안 회의를 기록할 수 있어 하루에 6시간씩 사용해도 여러 날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일반 녹음기와의 실질적인 차이는 녹음 이후에 나타난다. 세컨드브레인 노트는 음성을 글로 옮기고 핵심 내용을 요약한 뒤 주제와 후속 조치에 따라 정리한다.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녹음 파일이 남으면 이를 별도 소프트웨어로 내보내 전사하고, 다른 도구로 요약한 뒤 다시 프레젠테이션이나 문서로 만드는 수작업이 필요하다”고 분석을 덧붙였다.
실제로 해당 기기에 가공된 기록은 세컨드브레인에 동기화돼 검색 가능한 업무 기억으로 저장된다. 사용자는 녹음 파일을 전사 서비스에 옮기고, 결과를 다시 요약 도구와 문서 작성 프로그램에 복사할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기자에게도 세컨드브레인 노트를 추천했다. 미팅·인터뷰 등 외부에서 녹취한 내용을 기록을 정리해 기사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면서 기자 입장에서의 활용성도 내세웠다. 끝으로 그는 “현장 맥락을 최종 업무 결과물까지 연결하는 것이 우리가 그리고 있는 활용 방식”이라며 “월 구독 정책에 가입하면 세컨드브레인 노트의 녹음 분량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 이날 기자가 세컨드브레인 노트로 녹음한 내용을 전사·요약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사 기획안을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촬영·편집 : 헬로티 최재규 기자)
현장 시연에서도 사전에 녹음한 인터뷰를 전사·요약한 뒤 기사 초안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녹음 내용을 시간대별로 확인하거나 주제별 요약으로 살펴볼 수 있었고, 해당 기록을 토대로 기사 작성을 요청하는 흐름도 구현됐다.
해당 기기의 출시 기념 가격은 179달러(약 26만 원)이다.
조직·생태계·산업을 연동하다...‘공동 작업 구현’ 글로벌 워크플로 정조준하는 젠스파크
이날 발표된 6세대 AI 워크스페이스의 나머지 기능은 앞선 모든 정보를 실제 결과물로 바꾸는 실행층에 해당한다. 젠스파크는 그동안 이메일 작성, 시각물 제작, 맞춤형 업무 시스템 구축, 팀 협업 등을 각각 별도 AI 에이전트에 맡겼다. 이번 6.0 버전은 이를 통합한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을 주요 테마로 한다.
앞서 언급한 이메일 AI 에이전트를 비롯해, 시각물 제작 에이전트 ‘AI 디자인(AI Design)’이 추가됐다. 자연어로 원하는 결과물을 설명하면 이미지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 시제품 화면, 웹사이트, 동영상, 움직이는 포스터, 브랜드 자료 등을 제작한다.
회사 측은 기존 생성형 이미지 도구가 한 장의 정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면, 이 에이전트는 실제 제품 기획·마케팅 작업에 활용 가능한 상호작용형 결과물까지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앞 세컨드브레인에 축적된 프로젝트·브랜드 맥락도 디자인에 반영한다.
앞서 언급한 최신 기능인 에이전트베이스는 미리 마련된 양식을 선택하거나 표 형태의 원천 데이터를 입력해 재고·프로젝트·마케팅 관리 시스템을 구성한다. 이메일, 고객 조사 결과, 회의 기록 등 여러 자료를 함께 반영하고, 완성된 화면은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거나 항목별 접근 권한을 설정할 수 있다.
가령 “이번 달 영업 실적을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만들어줘”라고 지시하면, 고객관계관리 데이터에서 매출과 거래 현황을 불러온다. 그 뒤 목표 달성률과 고객별 진행 단계 등을 한 화면에 배치한다. 사용자가 데이터 구조와 화면 구성을 직접 설계하지 않아도 요청 목적에 맞는 업무 시스템을 만드는 식이다.
개인 단위 실행 기능은 팀 협업 플랫폼 ‘젠팀(GenTeam)’으로 확장된다. 이는 마케팅 조사, 문안 작성, 디자인, 개발, 재무 등 역할이 다른 전문 AI 에이전트를 하나의 대화방에 공동 작업자로 초대하는 방식을 취한다. 사용자가 업무를 요청하면 각 에이전트가 맡은 분야를 나눠 처리하고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동일한 세컨드브레인 정보와 접근 권한을 활용해, 에이전트마다 프로젝트 배경을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젠스파크는 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에이전트 역량을 시장에 확장하기 위한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파트너십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클라우드 인프라, AI 모델 플랫폼을 기반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한 뒤,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이전트 관리 플랫폼 ‘에이전트 365(Agent 365)’와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 생태계로 연동 범위를 넓혔다. 추후 마이크로소프트 마켓플레이스(Microsoft Marketplace)에도 입점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공동 영업과 시장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젠스파크가 한국 시장에 배정한 투자 규모는 향후 3년간 1억 달러(약 1460억 원)다. 에릭 징 CEO는 “한국은 전 세계 상위 시장 가운데 하나로, 투자금은 현지 인력 채용, 마케팅, 기업 협력, 시장개발자금(MDF)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헬로티 최재규 기자 |




















































